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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카 긴자가 내려다보이는 저녁놀 계단 맨 꼭대기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비닐봉지를 달랑달랑 손목에 끼우고 걷는 동네 사람, 목에 카메라를 맨 뜨내기 관광객들, 무심히 종종걸음을 걷는 길고양이가 각자 제 갈 길을 바삐 간다.


오가던 사람들 중에, 엄마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던 여자아이가 갑자기 갓길로 올라선다. 계단은 경사가 제법 있는 편이라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살짝 어질어질한데도, 심심한 계단보다 비탈진 갓길을 아슬아슬하게 걷는 게 더 재미있게 느껴진 모양이다.


왜 어렸을 때는 길을 벗어나는 게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걸까? 왜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고 싶어질까? 그렇게 가다 보면 신경 써야 할 일도 많고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그것도 한때뿐이지. 언젠가는 억지로 시켜도 어려운 길로는 가지 않으려 할 때가 오겠지. 똑같은 길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걸어야 인생이 피곤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뒤에는.


앞서 걷던 엄마가 “한눈팔지 말고 빨리 와!” 하고 나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려도, 아이는 여전히 딴청이다. 어슬렁어슬렁 길을 가로지르는 꼬리 짧은 고양이를 내려다보다가, 고양이를 정신없이 찍는 나를 한번 올려다보고, 입가에 장난스런 웃음을 짓는다. 나를 신기한 듯 오래오래 뒤돌아보던 아이가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고양이 찍는 거 재밌어요? 이렇게 걷는 것도 재밌어요. 한번 해봐요. 괜찮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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