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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다층적 호주문화 담은 기억의 보관소 -‘증인들’전

by 야옹서가 2001. 11. 9.

 Nov 09. 2001
| 11월 7일부터 12월 2일까지 인사아트센터 3층 인사미술공간에서는 호주 연방정부수립 1백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한국호주 큐레이터 교류전-증인들(indicium)’전이 개최된다. 이 교류전은 2001년 11월 호주 작가들이 방한해 한국의 인사미술공간에서 전시하고, 2002년 9월 한국 작가들이 호주 시드니의 펜리스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캐서린 로저, 마이클 라일리, 린델 브라운 & 찰스 그린 등 호주 사진작가 4인이 참여해 듀라클리어, 디지털 합성, 파노라마 사진 등 다양한 기법을 도입한 사진작품 35점을 선보인다. ‘증인들’로 번역된 ‘인디시엄(indicium)’은 표시나 징후, 흔적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원주민문화와 백인문화가 교차하고, 자연친화적 이미지와 빌딩 숲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호주의 복합문화적 성격을 반영한다.

예컨대 1980년대 중반 촬영한 캐서린 로저의 파노라마 사진연작 ‘재개발된 도시’는 도시 재개발과 고속도로 건설현장을 교차시키며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이 중장비에 의해 파헤쳐진 도시는 마치 몸 한가운데 지울 수 없는 거대한 상처를 입고 신음하는 생명체와 같다. 파노라마 기법을 사용해 좌우의 시야를 극단적으로 길게 늘여 인화한 사진은 쓰러져 누운 호주의 자연을 반영한다. 인적을 찾아볼 수 없이 수직선과 수평선만 교차하는 모노톤의 사진은 우울하고 건조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또다른 최근작 ‘도시 근교의 비전’연작은 시드니의 서부 고속도로를 따라 위치한 고급주택들의 내부로 관람자를 안내한다. 모델하우스를 보는 듯한 청결하고 밝은 주방, 호화로운 가구와 장식적인 인테리어에서 부를 향한 호주 중산층들의 환상과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원주민, 백인, 이민족 문화가 공존하는 호주의 복합문화
 한편 호주 원주민 부족 ‘워레주리’ 출신 작가 마이클 라일리는 사진작가, 영화감독, 음향 등 전방위에서 일한다. 그의 연작 ‘구름 시리즈’는 호주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고 부유하는 이질적인 이미지를 병치시켜 초현실적인 풍경을 창출한다. 그가 선택한 이미지는 날개를 활짝 편 메뚜기, 젖소, 새의 날개, 부메랑 등 호주의 자연과 밀착된 소재들이지만, 한편으로 공중을 나는 성경이나 대리석 천사조각 같은 기독교적 상징물을 함께 도입함으로써 유년시절을 보냈던 1970년대 더보 지역의 복합문화적인 성격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와 같은 복합적 성향은, 린델 브라운와 찰스 그린의 작품에 있어서는 혼합기법으로 표현된다. 고전적 회화나 국제적 행위미술, 개념미술의 현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림으로 그리고, 이를 다시 촬영해 투명 필름 ‘듀라클리어’에 인화한 듀라클리어 사진은 전통예술과 새로운 예술 장르의 실험적 결합이다. 그림, 설치, 디지털 프린트와 같은 복합기술이 도입됐지만, 결과물은 궁극적으로 사진 영역에 수렴된다. 콜라주된 텍스트와 이미지가 층층이 쌓여 한 덩어리를 이루는 그들의 작품은 사진을 담은 앨범처럼 오래 전 빛 바랜 기록과 최근의 역사가 공존하는 기록보관소와 같다.

이번 전시의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관람료는 없다. 문의전화 02-760-47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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