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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의 쌍꺼풀

by 야옹서가 2008. 11. 13.
만사가 심드렁한 듯 묶여있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빛의 속도로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어대던 누렁이. 이른바 '품종 있는 개'보다, 누렁이라 불리는 한국 토종개들에게 어쩐지 더 정이 간다. 먹는 걸로 까탈을 부리기보다 어지간한 음식은 싹싹 맛있게 비우고, 소형견들처럼 실내 생활에 적합하도록 개조(?)되지 않았기에 잔병치레 없이 튼튼하다. 

누렁이의 얼굴은 둥글둥글하고,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에는 사심이 없다. 그런 누렁이의 얼굴을 더욱 정감있게 만들어 주는 건, 앙증맞은 쌍꺼풀. 스밀라의 길다란 속눈썹을 보면서, 어쩌면 이 작은 것 속에도 이렇게 길고 예쁜 속눈썹이 있을까 감탄하곤 하는데, 누렁이들의 쌍커풀 역시 마찬가지다. 

강아지들은 금방 자란다. 이 누렁이도 그렇겠지만, 누렁이니까 덩치가 커졌다는 이유로 쫓겨나거나 구박을 받지는 않겠지. 적어도 누렁이를 키우기로 선택한 사람은, 그런 누렁이들의 특성을 알고 선택했을 것이니까.  단, 복날만 무사히 견뎌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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