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눈고양이 스밀라

스밀라가 삼킨 끈

by 야옹서가 2009. 1. 11.
스밀라가 아침부터 계속 뭔가를 토하려고 하는데, 시원하게 토해내질 못하고 위액만 자꾸 뱉어냈다. 사람이면 등을 두드려주기라도 할 텐데, 고양이에겐 역효과만 날 것 같아서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헤어볼을 토해내곤 했는데, 어쩐지 오늘은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위액을 토하는 스밀라를 따라다니면서 토한 자리를 닦아내고 계속 동태를 주시하는데, 이번에는 컴퓨터 뒤 구석진 자리에 들어가더니 꿀럭꿀럭 뭔가를 토해낸다. 평소 헤어볼 색깔은 옅은 황토색인데, 이번에는 왠지 색깔이 불그스름했다. 뭔가 싶어 들여다보다가 질겁했다. 가느다란 끈이었다.

어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한다고 사온 너비 5mm 정도 되는 끈이 있었는데, 그걸 갖고 놀다가 삼켜버린 모양이다. 끈 가운데 스밀라가 물어뜯은 자국이 있다. 삼킨 걸 모조리 토해낸 것이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이후에도 두어 차례 뭔가를 더 토해내려고 했지만 결국 나온 건 위액 뿐이었다. 다행히 끈이 얇고 부드러운 재질이라 속은 다치지 않은 듯한데, 혹시 모르니 며칠간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비닐 핥을 때도 그냥 귀엽다며 웃어넘기고 말았는데, 이젠 비닐도 모르는 사이에 물어뜯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주변에 뜯어먹을 만한 것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미리 치워야겠다. 경각심을 오래 간직하자는 뜻에서 스밀라가 먹은 끈을 찍어두었다. 참 길기도 하다. 이걸 어떻게 먹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스밀라가 끈으로 장난만 칠 줄 알았지, 먹어버릴 줄은 몰랐다. 고양이는 아기와 같다는 걸, 잠시 잊었던 모양이다.  

 

'눈고양이 스밀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밀라에게 캣타워를  (4) 2009.01.26
의자와 구멍  (0) 2009.01.18
새건 다 내꺼  (3) 2009.01.07
2009년 스밀라의 새 동굴  (4) 2009.01.05
새벽의 스밀라  (16) 2008.12.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