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당장 결혼할 형편이 안 되는 독신가구와 아이 낳을 엄두를 못 내는 신혼부부가 늘어난다.
고령화 사회에 따른 독거노인 가구도 증가 추세라는 걸 감안하면,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저렴한 소형주택 공급이
늘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건설업체는 팔아도 이문이 박하다는 이유로 소형주택을 짓지 않고,
분양 희망자는 시세 차익이 적다는 이유로 소형주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절실한 서민들은
주택시장에서 늘 찬밥 신세다. 부동산이 재테크의 가장 확실한 수단인 한국사회에서 인기 있는 집은
‘저렴하고 사기 쉬운 집’보다 ‘비싸게 팔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위험한 경제학>(더난출판)은 “가족과 오순도순 살아갈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인
진짜 실수요자들”을 위한 경고와 사례로 가득 차 있다. 온라인에서 케네디언이란 필명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 중인 필자는 지금이 ‘부동산 거품’
시대라 단언하고, 빚져 가며 집 사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던진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 넘어가 뒤늦게 집 사기에 뛰어든 사람들은, 조만간 꺼져갈
집값 거품과 함께 무너지리란 것이다. 

이 책은 곧 거품 낀 집값이 폭락한다는 전제 하에 1장 부동산, 2장 부채와 유동성, 3장
정보와 매트릭스로 나눠 집필되었다. 강박적일 만큼 수많은 통계 자료가 줄줄이 이어져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필자는 부동산 투기 광풍에 대한 집요한 비판과 함께, 일부 언론과 부동산 투기업자가
합작하여 조장하는 ‘정보 왜곡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글을 썼다.
예컨대 41~42쪽에 언급한 <아시아경제>의 부동산 기사와 <이데일리> 기사의 대조는 흥미롭다.

둘 다 6월 17일자 기사인데, 같은 통계 자료를 가지고도  <아시아경제>는 “전국 아파트 거래량 11개월 내 최고”로
제목을 뽑았고, <이데일리>는 “강남 아파트 거래량 급감...전월 대비 765건↓”이라 했다. 필자는 어떤 기사가 더
사태를 정확하게 정직하게 보도하는지는 굳이 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파한다.

 

필자의 주장을 '한줄요약'하면 “요즘 같은 ‘부동산 거품’ 시대에 빚내서 집 사는 건 파멸의 지름길” 정도 되겠다.
그리고 본문 중의 많은 내용이 그 주장의 근거를 명시하기 위해 인용되었다. 짧은 글에서 그런 통계자료를
단편적으로 인용하기보다는, 필자가 쓴 ‘실수요자를 위한 10가지 충고’ 를 소개하는 것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듯하다. 단 필자는 이 충고를 제안하면서 “개인적인 세계관이 많이 개입된 조언이므로,
독자들은 스스로 걸러 판단할 것”을 밝히고 있다. 선택은 역시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1.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생각하라

-현재 집값은 매우 높은 수준이므로, 거액의 빚을 얻어 집에 투자할만한 시기가 아니다.


2. 저평가 착각에서 벗어나라

우리 동네 집값이 저평가되어 있다거나, 집값 하락을 면할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라.

 

3. 대박 착각에서 벗어나라

부동산 투자 성공기는 옛말이다.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은 투기꾼이
투기 차익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4. ‘집테크’ 착각에서 벗어나라

지금까지는 부동산이 돈이 된다는 게 어느 정도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가 곧 오기 때문이다.
투자 단위가 크기 때문에 오를 때는 많이 버는 것처럼, 내릴 때는 그만큼 많이 잃게 된다.

5. ‘바닥’보다는 ‘바닥권’에 유의하라

고점에 비해 집값이 싸다는 이유로 매수했다가, 집값이 더 빠질 수도 있다.


6. 주택시장은 주식시장과 다르다

주택시장에선 주식시장처럼 단기적으로 치고 빠질 수 없다. 최소한 몇 년 후의 집값을 생각하라. 


7. 빚테크는 피하라

집값의 20% 이상은 빚내어 사지 말라. 그 이상을 빚진다면 그건 집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은행에 월세를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빚지고 집을 사면 집값이 떨어질 때 손실이 더 크다.


8. 집값 촉진책에 속지 말라

지금처럼 미분양 물량이 많은 건 과잉 공급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건설업체 편에 서서 집값 하락을 막고 있다.
건설업체의 생색내기 할인이나 정부의 세제 감면 등 미분양 해소 촉진책에 속아 투자 목적의 집을 사지 말라.


9. 실거주 수요가 없는 지역은 피하라

2010년대 쏟아질 수도권 공급 물량을 생각하면 실거주 수요 없는 지역은 위험하다.


10. 20~40대 젊은 세대라면 서두를 필요 없다

현 부동산 시장은 50대 이상에게 절대 유리하다. 당장 노후를 준비할 것도 아닌 젊은 세대는
10년 이상 느긋하게 기다린다면 아마 거의 반값 이하에 집을 살 기회가 얼마든 있다.


"세상에 집이 이렇게도 많은데, 내 집은 하나도 없다니..." 고양이도 집 걱정을 할까.

2년마다 전세금 올려주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이럴 바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장만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 책을 덮은 지금도, 여건만 된다면 집을 사는 게 좋다는 생각은 크게 달라진 바 없다.
그러나 무리해서 집을 사는 일의 위험부담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집값의 20% 이상을
빚지고 사서는 안된다는 조언은, 집을 살 때 얼마만큼의 대출을 받아야 할까, 언제쯤 집을 사는 게 좋을까 고심하던
내게는 유용한 정보였다. 단, 보는 시점에 따라 다소 '과격하게' 읽힐 수도 있는 책임을 염두에 두고 보면 좋겠다.
또한 한국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필자의 시각과 더불어,  정보의 편집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그리고 그 편집된 정보가 어떻게 '사실'로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과정을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었던 책이다.


-이 글은 Daum책과 TISTORY가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위험한 경제학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선대인 (더난출판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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