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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남아공 에이즈고아 돕기 자선모임, 블로거 축제로 만들어요

by 야옹서가 2006. 11. 28.

[미디어다음 | 2006.11.28] 길고양이 사진을 찍고 관련 기사를 쓰면서 다양한 분들의 반응을 접합니다. 길고양이 이야기를 반가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인데, 길고양이에게까지 그런 정열을 쏟아야겠냐'고 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오는 12월 9일(토)에 열릴 ‘남아공 에이즈 고아 돕기 블로거 자선모임’  에 대한 심샛별 님의 글을 읽고서, '어쩌면 길고양이 기사를 썼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분명히 '우리나라에도 굶는 아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의 나라 고아들까지 도와야 하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생명을 다루는 모든 일에는 항상 '우선순위'라는 게 있습니다. 한 개인이 타인을 위해 쓸 수 있는 힘은 한정되어 있으니, 당장 시급해 보이는 일, 나와 가까운 대상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매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순위에서조차 밀려난 대상에게는 누가 관심을 가져줄까요? 그래서 예전에 '도시 속 길고양이, 3년간의 기록' 기사를 쓰면서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보호해야할 생명체가 많고 많은데, 하필이면 고양이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고양이를 사랑하고, 내 주변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행복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수달을 사랑하는 사람은 수달 보호 운동에 뛰어들어도 좋을 것이고, 멸종 위기에 처한 반달곰이 안쓰러운 사람은 반달곰 보호 운동에 나서면 된다. 그 대상이 내게는 고양이일 뿐이다. 그렇게 자기가 좋아하고 보호하고 싶은 동물을 마음속에 지닌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작년 이맘때 이 글을 쓰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생명을 한 사람의 힘만으로 거둘 수 없다면 사람들마다 각자 하나만이라도 돕고 싶은 대상을 정해서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대상이 수달이든, 반달곰이든, 길고양이든, 최소한 그들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 이상은 생길 테니까요.


저는 제 주변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면서 애틋한 대상이 길고양이라서 그 녀석들의 사진을 찍습니다. 심샛별 님은 남아공에 살면서 그곳 현실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에이즈 고아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을 거예요. 각자 서 있는 공간과 위치에 따라,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소중한 것의 가치는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블로그는 그런 소중한 것에 대한 가치를 나누는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잘 모르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믿었던 문제들'에 대해 인식하게 해주니까요.  블로그가 아니었으면 개인적인 관심사에 머물렀을 길고양이 문제나, 멀리 남아공 에이즈 고아들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도 찾지 못했겠지요. 지금까지는 블로그가 '그런 문제를 인식하게 해주는 것'에 만족했다면, 이제는 그 '인식'이 '실천과 참여'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블로거 자선 모임에 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길 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처음 심샛별 님의 블로그에서 '불가사리를 던지는 사람' 이야기를 읽으면서, 곧 말라죽을 운명에 처한 수많은 불가사리 중에, 단 몇 마리라도 구하려 애쓰던 여자의 마음이 가슴 깊이 와 닿았습니다. 하지만 불가사리를 바다로 돌려놓는 사람이 그 여자 혼자만이 아니라면 어떨까요? 그 여자를 보고, 그 여자의 마음에 동참하는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변가에 늘어서서 다같이 불가사리를 바다로 되돌린다면 말이죠. 아마 굉장한 장관이 될 겁니다. 블로그는 그런 기적을 충분히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주 토요일, 12월 9일에 열리는 블로거 자선 모임에 많은 분들이 동참하셔서,  그런 작은 기적의 힘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을 기증하셔도 좋겠고, 기증이 힘드시면 홍대앞 수공예 시장이나, 벼룩시장에 놀러가듯이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와서 즐겨주셔도 좋겠고요. 잔치에는 손님이 북적북적해야 신나고 즐거운 법이니까요.

자선 모임을 계기로, 평소 글과 사진으로만 만났던 블로거들이 오프라인 세계에서도 한바탕 즐거운 만남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선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짤막한 안내를 덧붙입니다. 심샛별 님의 블로그 공지를 참고해서 요약 정리했습니다.^^


Q: 자선 경매에서는 무엇을 기증받나요?

A: 물론 기업이나 단체가 크게 후원을 해 주셔도 고맙지만, ‘블로거들이 올 한 해 동안 블로그를 통해 나누었던 것들이 중심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나누는 감동은 단체 대 단체로 나누는 감정보다 더 생생하니까요.

 

Q: 물건만 기증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자선 경매 진행에 필요한 시간이나 노력을 기증하셔도 좋습니다. 자선 경매 소식을 여러 곳에 알려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심샛별 님의 글(http://blog.daum.net/gniang/10581641)에  트랙백을 걸어 주셔도 좋고, 트랙백 거는 법을 모르시면 내용을 마우스로 쓱 긁어서 여러 님들의 블로그에 올려주세요. 남아공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여러 곳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도 걸어 주세요.

 

Q: 자선 경매로 모금한 수익금은 어디에 쓰이나요?

A: 도움이 절실한 남아공 어린이들, 특히 에이즈에 감염되었거나, 혹은 부모가 에이즈로 사망하여 고아가 된 아이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전액 기증됩니다. 심샛별 님이 추천하는 단체는 아래와 같습니다.

별"가사리 자선 재단 (www.starfishcharity.org) :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및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도 자원 봉사자들이 주가 되어 운영하는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급여를 받는 직원은 겨우 두 명이고 사무용품 일체를 비롯한 운영비는 전액 별도로 기증이나 기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Home from Home (www.homefromhome.org.za) : 에이즈로 고아가 된 아이들을 고아원에 수용하지 않고, 친척집이나 위탁 가정에서 가족의 울타리를 느끼며 살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은 모임인 만큼 직접 매달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바구니로 만들어 배달하고,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에게는 1월 초에 필요한 학용품등을 담은 책가방과 교복 셋트를 선물하기도 합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은 물론 위탁모나 아이들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대화도 나눕니다. 매달 약 2만원(한 아동에게 필요한 최소 비용)씩 연간 후원을 하는 분들께는 결연 아동의 생활을 담은 사진과 글을 보내줘서 서로 인연이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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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블로거 뉴스를 통해서 길고양이 문제를 많은 분들에게 알릴 수 있었고, 길고양이 보호에 앞장서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 회원분들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고, 길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분들, 길고양이를 소재로 동화를 쓰고 싶다는 분도 만났습니다. 제게 블로그는 같은 관심사를 지닌, 그러나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잇는 다리가 되어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이곳에서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과 만날 수 있었기에, 이 인연이 참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그런 감사의 마음을 길고양이 사진에 담아 보냅니다.

*12월 6일 수정
구매 희망하시는 분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자선경매 시작가를 내립니다.
5천 원부터 시작하는 걸로 할게요^^ 사진은 액자에 넣어 드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떤 걸로 할까 하다가 아무래도 따뜻한 느낌의 사진이 좋을 것 같아서 이 사진으로 올립니다. 시인 반칠환 선생님 댁에 사는 '애깽이'입니다. 길고양이로 살던 녀석이지만, 어렸을 때 입양되어 사랑받고 자라서 그런지 처음 올 때와 다르게 너무 예뻐진 고양이입니다. 사진은 액자에 넣어서 드립니다(거창한 금박 액자는 아닙니다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좋아하는 밀레니엄 고양이 사진입니다. 까만색 나무 상자를 활용해서 어울리는 액자를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데, 넣어보고 괜찮으면 그렇게 하고, 아니면 그냥 기성품 액자를 쓸게요.

[원문 링크]
http://blogbbs1.media.daum.net/griffin/do/blognews/life/read?bbsId=B0005&articleId=2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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