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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내적 성찰의 세계에서 사회참여적 예술로-안성금전

by 야옹서가 2001. 12. 6.

 Dec 06. 2001
| 반으로 갈라진 부처의 도상을 이용해 인간의 폭력성을 성찰하는 안성금의 작품을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망라한 전시가 열린다.
12월 9일까지 가나아트센터 제2, 3전시장에서 열리는 ‘戰時中 · 展示中’전은 ‘우리들의 시대’, ‘부처의 소리’연작 등 1983년부터 제작한 작가의 대표작 25점을 선보인다. 기존 작품 외에도 9·11 미국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소재로 한 신작 ‘戰時中’이 포함돼 사회참여적 발언을 견지해온 그의 작품세계를 짚어볼 수 있다.

이등분한 부처로 표현한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극복의지
고뇌하는 수도승과 이름 없는 민초들의 모습을 거칠고 힘찬 붓질로 표현한 수묵채색화, 불교경전을 콜라주한 뒤 그 위에 침묵을 상징하는 검은 원을 그린 평면회화 등을 작품활동 초기에 선보였던 안성금은 설치작품인 ‘부처’ 연작을 제작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주목받았다. 세로축을 중심으로 불상의 몸통을 이등분한 설치작품은 인간 내면에 내재된 폭력성과 이에 대한 극복의 의지를 상징한다.

본디 하나였다가 대칭을 이루며 갈라지고, 다시 합쳐 부처의 형상을 이룬 안성금의 작품은 정반합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불상을 채색한 흑과 백의 대조는 ‘선과 악이라는 양가적 성향을 지닌 인간’을 연상시키는 데 적절하다. 이번 전시에서 재연된 작품 ‘부처의 소리’는 소형 불상 수십 개를 밀가루 위에 설치하고, 등신대의 불상을 반으로 자른 후 그 사이에 방석을 놓아 관람객이 부처의 몸 한 가운데 앉아 명상하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아프간 전쟁 뒤에 숨은 미국의 패권주의 비판
 기존 작품 외에 주목의 대상이 된 작품은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신작 ‘戰示中’. 점차 사회참여적 주제에 천착하는 작가의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간 줄무늬 파라솔 위에 펜타곤, 폭격기, 미사일 모양의 인조 털을 수놓은 작품은 흰 바탕에 푸른색으로 다윗의 별을 새겨 유대민족을 상징한 또 다른 파라솔과 대치를 이룬다. 안성금은 대화의 공간으로 이용되는 야외 카페에 작품을 설치함으로써 미국과 제3세계와의 화해를 작품 속에 그려냈다.

제3세계를 집어삼키려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한 ‘戰示中’은 의미를 도출하는 데 사용된 파라솔 등의 도상이 다소 도식적이지만, 직설화법의 솔직함을 보여준다. 야외 카페 앞 계단에 설치된 제3회 광주비엔날레전 출품작 ‘세계화’가 마치 기계문명의 기념비처럼 서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컴퓨터모니터 등 산업 폐기물을 쌓아 침대를 만들고 머리맡에는 미사일 형태를 세운 이 작품 역시 전쟁으로 평화를 지키겠다는 미국식 세계화를 비판했다.

안성금전이 열리는 가나아트센터 1층 제1전시장에서는 6월 22일부터 한달 간 개최됐던 제1회 사진·영상 페스티벌’폐막 후 선별된 소장작품의 상설전을 함께 볼 수 있다. 입장료는 1, 2, 3층 관람료를 포함해 2천원이다. 사간동, 평창동, 인사동을 경유하는 미술관 순회버스(1천원)를 이용하면 버스를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으며, 버스가 정차하는 미술관 및 갤러리 입장료도 1천원이 할인된다. 자세한 문의는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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