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눈고양이 스밀라

야경 보며 기분전환하는 고양이

by 야옹서가 2009. 9. 20.
조금만 더 잘 먹이면 3kg대를 회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3주 전에 병원에서 측정한 2.88kg에서 더 늘 기미가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하루 세 끼 강제급여를 한다. 밥을 곱게 갈아서 주사기로 조금씩 짜 먹이는 것이다. 주는대로 냠냠 삼켜주면 좋으련만, 스밀라는 배가 고파도 절대 고분고분 삼키지 않는다. 도리질을 치는 스밀라를 붙들어가며 밥을 먹여야 하니, 한번 밥을 주고 나면 고양이도 사람도 지치고 만다. 

스밀라는 원래 자율급식을 하던 고양이였기 때문에 입이 짧다. 5~6번 정도로 밥을 나눠 주면 좋겠지만, 좀 쉴만 하면 밥 먹자고 데려가서 억지로 밥 먹이는 데 고양이가 즐거울 일이 있겠나. 그러면 밥 먹는 스트레스가 2배로 늘 게 분명하니 세 끼에 나눠 먹이는 것으로 절충하고 있다. 

가장 좋은 건 스밀라가 예전처럼 자율급식을 하면서도 스스로 적당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그렇게 내버려두면 체중이 떨어지고 빈혈이 다시 올 확률이 높다. 빈혈 수치를 32%까지 어렵게 어렵게 잡아놓은 상태여서 그런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꾸역꾸역 밥을 먹고 나서 기분이 울적한지, 스밀라가 베란다 쪽을 보며 문을 열어달라고 조른다. 그러고는 창턱 앞으로 훌쩍 뛰어 올라가 창밖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오른쪽에 우뚝 선 아파트에서 나오는 형광등 불빛과, 왼쪽 큰길로 지나가는 차들이 내는 노란 불빛이 동그랗게 반짝인다. 


스밀라는 왼쪽 차도 쪽으로 움직이는 불빛들이 마음에 드는지, 하염없이 그쪽을 쳐다본다. 인간에게는 별로 아름다워 보일 것 없는 야경이지만, 스밀라에겐 수백 개의 레이저포인터가 동시에 한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장관으로 보일 지도 모른다.그전에는 창턱과 스밀라의 눈높이가 맞지 않아 창밖을 내다보기 어려웠는데, 창틀 아래 상자를 쌓아 전망대를 만들어주고 나서는 가끔 저 곳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기분전환을 한다. 


어딘가를 아득하게 바라보는 고양이. 내 눈에는 스밀라의 모습 어디든 사랑스럽지 않은 데가 없지만, 가장 애착이 가는 자세는 유리구슬 같은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는 옆모습이다. 아기처럼 동그란 이마가 더 귀여워 보여서.

턱 밑에는 강제급여를 하느라 밥을 흘린 흔적이 남아 있다. 물로 닦아줘도 기름기가 있어 잘 닦이지 않는다. 이걸로 자주 목욕할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어난 스밀라다.

불빛이 점점이 빛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둥실 떠오른 스밀라를 보고 있으면, 어두운 밤을 밝히는 빛 중에서도 가장 크고 밝은 별 하나가 내 앞에 와 있구나 싶다. <별>에서 목동이 곁에 잠든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바라볼 때 떠올렸던 생각처럼. 애틋한 마음으로 스밀라와 눈빛을 주고받는다.   
  
*다음넷 아이디가 있다면, 파란색 '구독' 버튼을 눌러 스밀라 소식을 받아볼 수 있어요.

'눈고양이 스밀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이불을 좋아하는 고양이  (34) 2009.09.26
스밀라의 귀여운 습관  (22) 2009.09.24
스밀라의 근황  (16) 2009.09.17
달항아리 같은 고양이의 뒷모습  (14) 2009.09.14
카메라 가방에 들어가려는 고양이  (26) 2009.09.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