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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함께 살며 감정을 나누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다면, 어떤 동물이든 그 사람에겐

반려동물로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의 몸집이 얼마나 크고 작은지, 가축으로 분류되는지

혹은 반려동물로 분류되는지, 입양할 때의 가격이 얼마였는지에 관계없이, 그 동물과

반려인이 나눈 추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고양이 여행 중에 유독 반려동물묘지를 꼼꼼히 돌아보게 된 것은 그런 까닭입니다.


스톡홀름 동물묘지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고양이의 무덤이었지만

개, 말, 토끼, 새 등 다양한 동물의 무덤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비석에 명시되지 않았을 뿐

다른 동물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오늘은 고양이 외의 다른 동물 무덤 중심으로 돌아봅니다.

독특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던 말의 커다란 무덤입니다. 스톡홀름의 동물묘지는 무덤과 무덤 사이에 

구획을 짓지 않고 수목림 사이에 자유롭게 조성되어 있는데, 무덤의 형태도 반려인의 취향에 따라

변형된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말의 커다란 덩치를 감안해서 크게 만들고 싶었을까요? 하트 모양으로

경계석을 세웠습니다.

동물무덤에는 해당 동물과 관계 있는 조각을 함께 전시하는데, 이 무덤을 만든 사람은 하얀 망아지와 함께

날개 달린 말을 함께 놓았습니다. 세상을 떠나서도 천사가 되길 바라며 갖다놓은 것이겠죠.

사진 속 말의 모습을 꼭 빼닮은 흰 말이 요정과 함께 뛰어오르려 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육신의 무게도 없이 자유롭게 뛰어오를 수 있겠죠.

말의 덩치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무덤도 커다란 것은 아닙니다. 이 무덤은 두 마리 말이 함께 묻힌 합장묘인데,

방석 크기의 작은 자연석을 비석으로 만들어 눕혀두었습니다. 아마 화장을 했겠지요. 
 

토끼의 무덤도 있습니다. 여름의 스웨덴은 금잔화가 한창입니다. 생화를 심는다면 손이 많이 가지만,

사랑했던 반려동물의 무덤도 그만큼 자주 돌아볼 수 있게 되겠지요.

아까 말의 무덤보다 더 커다란 토끼의 무덤입니다. 살아생전 동물의 몸집과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대로

무덤의 크기와 모양을 조성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금빛 엉덩이를 자랑하는 토끼의 몸을 보니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밖에 살지 못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반려인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었기에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싶었을 겁니다. 

고양이의 무덤과 더불어 가장 많은 것은 개의 무덤입니다.

스톡홀름 동물묘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수목장 형식으로 나무 밑에 반려동물의 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무덤은 합장묘인데, 강아지들이 평소 즐겨 놀던 장난감 뼈다귀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 무덤도 마찬가지로 나무 아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연에서 태어난 동물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

마음에 듭니다. 어쩐지 세상을 떠난 내 개가 그곳에서 나무로 다시 살아나 나를 내려다볼 것만 같습니다.

비석에는 망자에게 평안을 주는 비둘기 모양의 그림이나 조각이 종종 들어갑니다.

모짜르트라는 이름을 지닌 이 개의 비석에도, 작은 새 한 마리가 찾아와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화려한 무덤장식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꽃과 돌멩이로 구획을 표현한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펜던트 속의 검은 개는 혓바닥을 내밀고 찾아온 사람들을 향해 언제까지나 웃음을 짓는 듯합니다.

소박하게 사진과 작은 기념물을 늘어놓는 것으로 비석을 대신한 무덤도 있고,

반려동물이 갖고 놀던 장난감과, 천국에서 평안하기를 바라는 천사들의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조명등까지

화려하게 꾸민 무덤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무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은, 반려동물을 향한 인간의 애틋한 마음. 세상을 떠난 동물과

함께할 수 없지만, 그리운 마음을 달랠 길 없을 때 찾아가서는 가만히 앉아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쉼터와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무덤을 찾지 못할 때라도 함께 묻힌 동물들이 있으니 외롭지 않을 거라는 마음.

그리고 무덤을 찾은 다른 사람들이, 내 반려동물의 사진을 보며 공감할 수 있으니 또한

덜 외로울 거라는 마음이, 반려동물 묘지에 담겨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시간은 짧다는 것,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그 시간이 언제

갑자기 찾아올 지 모른다는 것...그러나 혹시 이별의 순간이 찾아와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찾아가

추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나마 한자락 마음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스톡홀름 동물묘지의 고양이 무덤만 따로 보시려면...(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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