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의 쇠락한 탄광촌이었던 허우퉁은 '고양이 마을'이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활기를 찾았다. 작년 6월에 허우퉁을 찾았을 때는 근처 다른 역도 함께 돌아볼 겸 1일권을 구매해서 핑시선을 이용했지만,허우퉁 들러볼 예정이라면 1회 승차권을 구입해도 무방하다. 위 사진의 가운데 있는 노란색 기차표는 루이팡에서 허우퉁까지 가는 1회권. 옛날 지하철 승차권의 추억도 떠오르고 해서 따로 챙겨보았다. 오른쪽 파란색 표는 허우퉁 역을 방문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이다.
 
  

고양이 마을 허우퉁은 기차가 다니는 선로 위로 육교처럼 통과하도록 만든 육교(?)가 있어 이 길을 통해 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

 

마을에 들어와서 내려다본 육교 풍경. 오후가 되면 아무래도 단체 관광객이 몰릴 듯해 오전 중에 찾았더니 한산하다. 고양이도 한가롭게 낮잠 자는 녀석들이 많았다.  

 

방문객은 이 길을 따라 고양이와 만나고 사진을 찍으며 산책하다 돌아간다.

 

워낙 사람에 익숙해지다보니 애교 많은 녀석들도 종종 눈에 띈다.

허우퉁이 고양이 마을로 자리를 잡게 된 데는 '고양이 부인'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고양이 사진가 첸 페이링의 활약이 컸다. 단순히 고양이가 많기만 한 마을로 알려진다면, 주민들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첸 페이링은 마을에 방치되다시피 살고 있던 길고양이들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고자 아픈 고양이들의 의료봉사와 청소 봉사 등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서서히 '고양이 마을'로서의 기반을 닦아나갔다. 고양이와 관련된 주의문을 쓴 간판, 고양이 사대천왕 캐릭터 등의 재미있는 시도들도 이어지면서 허우퉁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고, 진정한 고양이 마을이 되어간 것이다.

골목골목에 숨은 고양이들을 찾는 것도 허우퉁 산책의 재미다.

고양이를 위한 집들도 곳곳에 놓여 있다. 길고양이와 사람의 공존은 단지 어떤 대의명분을 내세운다고만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실질적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도 고양이로 인한 이득이 돌아가야만 한다. 실제로 허우퉁은 원래 한자 이름 때문에 '원숭이 마을'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러나 고양이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이것이 관광소득으로 이어지면서 마을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고양이 마을 조성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지속 가능한 고양이 마을을 만들기 위한 '타이페이319애묘협회'도 조성되어 길고양이를 위한 후원판매와 모금활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풍향계에도 고양이 모양의 장식물이 붙어있다. 마을 곳곳에 고양이 장식이 있어 고양이 마을의 분위기를 더한다^^

 

고양이 여행을 하다 보면, 인간과 길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사례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2007년 7월 세계 고양이 여행의 첫 번째 장소로 일본을 선택해 다녀오면서 다음 여행지 후보로 점찍어둔 곳이 일본의 고양이섬 다시로지마였는데, 이곳에 대한 정보를 미리 갈무리해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2008년 터진 거문도 고양이에 대한 글을 쓸 때 인간과 고양이의 공존 사례로 다시로지마를 소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섬고양이와 사람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느냐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기에, 당시만 해도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희소한 사례였지만 어딘가에서 이런 공존도 이뤄지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두 번째 이유는 그런 공존의 사례를 통해 또 다른 인연과 이어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한번 고양이 여행의 목적지로 정해둔 곳은 방문할 수 있을 때까지 후속 취재자료를 모으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시로지마를 다녀간 타이완 길고양이 블로거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녀가 바로 첸 페이링이었다. 연합뉴스인가에서 해외포토 뉴스로 접했던 허우퉁이, 그녀가 널리 알린 고양이 마을과 같은 장소였다. 생각해보면 고양이로 맺어지는 인연은 그렇게 나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물처럼 엮이는 것 같다.

 

마침 지난 4월 문학동네에서 다시로지마 섬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고양이 섬의 기적>이란 번역서로 출간됐다. 처음 다시로지마를 한국에 소개했던 5년 전만 해도 한국 출판시장에서 고양이 섬에 대한 책이 출간될 수 있을지 상상도 못했는데, 그만큼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늘어가고 있다는 증거일까. 아무쪼록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다룬 사례들이 더욱 다양하게 소개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틈날 때마다 세계 고양이 여행을 떠나는 마음도  그런 바람의 연장선에 있다.

 

견학 나온 어린이들도 고양이를 반기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어려서부터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몸을 익히고 자라난 어린이들이라면, 어른이 되어서도 고양이를 괴롭히는 일은 없으리라 싶다. 

허우퉁을 산책하는 동안 일본 관광객도 여러 명 볼 수 있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문화는 타이완이나 일본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실제로 타이완을 여행하다보면 일본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아 그런 듯도 하다.

 

털 색깔은 다르지만 얼굴 생김새는 스밀라를 꼭 닮았던 고양이도 만나 잠시 아련한 기분에 빠지기도 하고...

계단을 올라 카페217이 있는 곳으로 가면, 철로가 있는 쪽 풍경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고, 고양이 그림이 홍등이 줄지어 걸려 있는 풍경도 펼쳐져서 좋다. 밤에 한번 찾아와 보면 저 홍등에도 불이 켜져 있을까.

 

 

고양이 마을 허우퉁은 규모는 작고 아담한 동네지만, 애묘인이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길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므로. '고양이 부인' 첸 페이링이 찍은 사랑스런 길고양이 사진이 널리 전파되면서 허우퉁의 기적은 작은 싹을 틔웠고,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합쳐져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꽃을 피웠다. 누군가에겐 그냥 자그마한 외곽 마을로 보이겠지만, 내겐 희망의 증거로 보이기도 했던 고양이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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