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마을에 사는 고양이라 해서 모두 사람을 친근하게 대하는 건 아니다.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답게, 번잡한 방문객의 행렬을 피해 저 높은 곳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녀석들도 있다. 고양이의 은신 본능은 나라를 초월해 동일하다. '여기 있으면 귀찮은 일이 생길 수는 없겠지' 하는 마음을 먹었는지, 소리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이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슬금슬금 달아난다.

 

담벼락 틈에 장식 삼아 만들어진 문양의 구멍 속으로 머리를 쑥 들이밀더니, 뒷발에 힘을 주고 순식간에 달아난다.


고양이 마을로 모여드는 인파를 피해 고요한 곳에서 단잠에 빠지는 녀석도 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점으로만 보여 지나치게 되지만, 실은 기둥 뒤에 몸을 숨긴 노랑둥이 고양이가 숨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보니 식물들도 무성하게 자라, 몸을 숨긴 고양이를 위한 꽃밭이 되어준다.

 

"헛!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지?" 지나치는 행인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철조망 뒤편에 새끼를 감춰놓고 키우던 엄마 고양이의 눈빛이 놀람으로 가득하다. 뭣모르는 새끼 고양이는 낯선 사람이 온 줄도 모르고 파이프 속으로 한번 들어가볼까 싶어 얼굴을 디미느라 바쁘다. 어쩌면 크고 작은 파이프가 가득한 이곳은, 엄마 고양이들이 어린 고양이에게 은신의 기술을 가르치는 훈련소일지도.

 

숨길 수 없는 은신 본능을 창의적으로 발휘해 에어컨 실외기 위를 차지하고 쉬고 있는 녀석도 있다. 길고양이 안테나를 늘 길게 세우고 다니는 나도,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었다. 아마 저 현수막이 아니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나무그늘 역시 고양이에겐 좋은 은신처가 되어준다. 타이완의 고양이 마을 허우퉁은 그리 넓지 않아서 후루룩 돌아보면 1시간 내에도 돌아볼 수 있지만, 이렇게 숨은 고양이들과 하나하나 인사하며 골목을 걷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린다. 작년 여름 첫 방문을 했을 때는 날씨가 너무 더웠던지라 더 머물고 싶어도 체력이 달려 힘들었지만, 올해에는 시원한 계절에 또 한번 들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은신의 귀재 고양이의 흔적을 찾아 숨바꼭질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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