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로 고양이 여행을 떠날 때면 그 나라의 공공미술을 꼼꼼히 살핀다. 고양이를 터부시하는 나라에서라면 벽화에 일부러 고양이를 등장시키는 일은 거의 없고, 반대로 애묘문화가 활성화되거나 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호의적인 나라에서는 고양이도 주역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타이완의 중샤오푸싱 역에서 발견한 고양이 벽화는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2012년 6월의 기록이지만, 미술관 전시도 아니고 지하철 벽화이니 특별한 교체 사유가 없는 한 올해 다시 찾아가더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 않을까 싶다.

 

중샤오푸싱 역은 환승역이라 사람이 늘 붐비는 편. 워낙 번잡스럽다보니 빨리 이동해야겠다 싶어 무심히 지나칠 뻔했는데, 건너편에 재미난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동물들이 탄 전철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몸집만큼이나 동물들의 키도 커서 마치 함께 전철을 이용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동물원역으로 이어지는 환승통로라 그런지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전철을 타고 있다. 한데 가만 보니 고양이가 그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게 아닌가. 다른 친구들은 다 전철에 타고 있는데, 고양이만 별도의 패널작업을 해서 전철 앞에 세워두었다. 

 

분홍코끼리는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고, 개는 시끄러운 코끼리가 못마땅한 듯 째려보는 눈길이 익살스럽다. 고양이는 자기도 동물이면서 그런 전철이 신기했는지 왼손으로 카메라를 쥐고 오른손으로  V자를 날리며 기념셀카를 찍는다^^ 진주목걸이를 한 걸로 보아 암고양이인 듯. 뒤에 선 파란원숭이가 자기도 몰래 사진에 찍히고 싶었는지 발돋움을 하고 수줍은 V자를 날린다. 그냥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캐릭터인가 했는데, 타이페이시립미술관에 들렀을 때 이 작가의 또 다른 고양이 엽서가 있던 것으로 보아, 꾸준히 동물그림 작업을 하는 작가인 듯. 

 

 중샤오푸싱 역에서는 이렇게 일상 속에 스며든 고양이의 모습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다른 작가가 그린 아기자기한 벽화가  건너편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기구를 타고 여행하는 고양이도 만날 수 있는데, 하트 모양 기구에는 빨갛게 불이 들어온다. 이런 벽화 속에서만 가능한 풍경일지 모르지만, 그림 속에서처럼 동물과 사람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이 땅에서 사이좋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어지는 벽화 속에서는 쑹산공항의 모습도 잠시 보인다. 타이완 명소 곳곳을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벽화 속에 담아 놓은 것이다. 헬리콥터를 탄 것은 역시 고양이. 재미있는 건 설치된 벽화에 불이 들어온다는 것. 빗줄기와 고인 빗물 쪽에 푸르스름한 빛은 모두 빛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고인 빗물에도 고양이의 얼굴이 빼꼼 비친다. 

중샤오푸싱 역에서 노선을 갈아타고 다시 동물원 역에 내리면, 타이페이시립동물원을 돌아보거나 마오콩 곤돌라를 탈 수 있다. 마오콩 곤돌라의 상징도 역시 고양이다. 

 

지하철 공공미술도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게 작업한 덕분에 중샤오푸싱 역 벽화는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작품은 전철 유리창 속에 타이완의 명소 곳곳을 미니어처로 정교하게 재현한 작품이었는데, 조명을 적절히 활용해 진짜 거리 풍경 같은 느낌을 생생하게 살렸다.

전철 유리창 모양의 액자 속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타이완의 야시장을 재현한 미니어처를 찍어보았다. 등받이 없는 의자들, 노점상 앞에서 사람들이 먹고 버린 쓰레기까지 꼼꼼하게 재현한 모습에 웃음이 난다. 저 거리 어딘가에 길고양이 한 마리쯤 있었으면 더 반가웠겠다. 재미난 벽화 구경을 하느라 시간이 또 지체된 걸 깨닫고, 고양이의 사연이 담긴 마오콩 곤돌라를 타러 걸음을 재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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