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책장 정리를 하면서 40cm 작은장을 방에 들여놓기로 하고, 문 뒤에 놓으면 되겠다 싶어 대충 자리만 잡아놓았더니 그 사이에 스밀라가 1층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하여간 방안에 뭔가 네모나고 좁은 것만 들어오면 다 자기 거라며 온몸으로 주장하는 고양이다. 나오라고 밖으로 끌어내고 1층부터 책을 꽂기 시작하면 서운해할 것 같아서 일단 그대로 두었는데, 어머니는 작은장 1층을 스밀라의 방으로 남겨놓으면 안되냐고 하실 정도.

 

스밀라가 어떻게 하나 보자 싶어 가까이 가봤더니 어느새 반대쪽으로 머리 방향을 바꾸었다. 보다시피 폭 40cm 공간박스 크기라, 몸에 딱 맞아서 더 기분 좋은 모양이다. 어제와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밀려있어서 거의 못 놀아줬더니 살짝 삐친 듯. 스밀라는 뭔가 심기가 불편할 때면 눈을 잘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앞발 한쪽은 턱밑에 괴고, 다른쪽 발을 그 위로 올려 십자를 만든 다음 한쪽 눈을 가리고 있다.  나와 꽤 가까운 곳에서 눈이 마주쳐도 흘깃 눈동자만 이쪽을 향할 뿐, 금세 다른 곳을 보는 척한다. 

"나 이렇게 실망한 상태라구" 하는 표정으로 한쪽 눈만 뜨고 내 동태를 살피는 스밀라. 회사에 다닐 때보다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큼은 아닌 모양이다. 쓰다듬쓰다듬 해줬더니 금세 마음을 풀고 그릉그릉한다.

40cm 책장 한 칸에 들어가는 책은 평균 15권 안팎. 그15권의 수납을 포기하고 스밀라의 놀이장을 마련해줄 것인지, 눈 딱 감고 나오게 해야 하는지. 책장을 정리하거나 재배치할 때마다 늘 생겨나는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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