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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베네치아의 빛, 보헤미아의 보석-‘유럽 유리 5백년’전

by 야옹서가 2001. 9. 7.

 Sep. 07. 2001
| 물인 듯 하면서 얼음과 같고, 깨지기 쉬운 거품인가 하면 영원한 보석이 되며, 돌인가 싶으면 빛이 되는 것. 유리의 아름다움은 이처럼 다채롭다. 경기도박물관 제1, 2전시실에서 8월 18일부터 10월 28일까지 열리는 ‘빛의 보석, 모래의 화신-유럽 유리 5백년’전은 유럽 유리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다. 2001세계도자기엑스포 특별기획전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체코 북보헤미아 박물관 소장품 2백 점, 일본의 가라스노모리 박물관 소장품 30점, 일본 가라스 공예연구소 소장품 65점 등 총 2백95점의 유리작품이 선보였다.

15세기 베네치아 유리부터 20세기 현대 유리까지
전시장에는 15∼16세기 베네치아 유리, 17∼19세기 보헤미아 유리, 19세기 말∼20세기 초 아르누보·아르데코 유리, 20세기 현대 유리제품이 망라돼 유럽 유리 5백년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밖에 기원전 1세기경의 고대 로마 유리를 복원한 로만글래스, 고대 무덤 속에서 발견된 화려한 부장품 유리 조각 등도 전시됐다.

생활용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유럽 유리의 역사는 기존 유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역사다. 15∼16세기경의 베네치아 유리는 가공이 용이해 매우 섬세하고 기교적인 작품이 많았지만 당시의 유리는 노란색이나 녹색을 띠게 하는 성분인 철산화물을 제거하기 어려워 유리제품의 표면을 광택 있는 에나멜로 장식하는 기법이 발달했다. 

유리의 투명함이 혁신적으로 개선된 것은 17세기에 들어 모래와 소다 회를 섞어 만든 소다유리 대신 너도밤나무의 재를 섞어 만든 ‘보헤미안 크리스탈’이 개발되면서부터다. 투명하고 굴절률이 높은 보헤미안 크리스탈 위에 그라빌 기법과 컷트 기법으로 치밀하게 세공한 보헤미아 유리는 18세기까지 유럽 궁정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편 영국에서는 1673년에 투명도가 보다 높아진 납 크리스탈 유리가 개발되면서 컷트 기법을 구사한 고급 식기류가 19세기에 성행했다.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유리를 위한 도전의 역사
기존의 유리공예가 투명도에 집착한 것에 비해 19세기 말에 성행한 아르누보 유리는 채색과 형태미에 많은 비중을 뒀다. 희미하면서 반쯤 속살이 비칠 듯한 반투명 색상, 신체의 일부분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곡선, 자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유기체적 형상은 19세기 중엽부터 고개를 든 산업주의의 획일성에 대한 반발을 담고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르누보 유리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프랑스의 에밀 갈레, 19세기 미국 미술공예운동을 이끈 루이스 컴포트 티파니 등 쟁쟁한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에밀 갈레의 사망 후 아르누보 유리가 쇠퇴하면서 등장한 아르데코 유리는 형태, 장식, 색채 등이 극도로 단순화됐다. 좌우대칭에 직선처리가 많은 경향이 두드러진 아르데코 유리는 기능미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한국고대 유리의 고고학적 연구》,《한국의 고대유리》,《아름다운 유리의 세계》 등의 저서를 펴낼 만큼 열렬한 유리 애호가인 이인숙 경기도박물관장은 “‘유럽 유리 5백년’전은 15세기 이후 유럽 유리 역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전시 기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가 산학 협동의 전기를 마련하고 한국 유리문화의 새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의 부대행사로 9월 8일 오전 9시 경기도박물관을 출발해 김포 글래스 빌리지 등을 돌아보는 ‘유리공방투어’가 열릴 예정이며, 9월 22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는 박물관 중앙홀에서 남서울대학교 유리조형연구소 주최로 유리공예 시연이 개최된다. 또, 10월 13일 오후 1시부터는 박물관 중앙홀에서 유리생활용품 전시와 함께 보헤미아, 베네치아에 관한 비디오도 상영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 성인 7백원. 문의 031-288-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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