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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영국 개념미술의 실험 무대 ― 런던 언더그라운드전

by 야옹서가 2001. 9. 27.

Sep. 27. 2001
|1988년 런던 동부 도클랜드의 한 창고에서 데미안 허스트, 게리 흄, 사라 루카스, 사이먼 패터슨, 질리안 웨어링 등 골드스미스 미술대학생들을 주축으로 열린 ‘Freeze’전이 YBA(Young British Artist)세대를 출범시켰다면, 화력발전소 건물을 개조해 2000년 5월 개관한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런던을 현대미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각시켰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왔지만, 이제 21세기 미술계가 주목할 곳은 영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곡미술관에서 9월 19일부터 11월 18일까지 열리는 런던 언더그라운드전은 이처럼 주목받고 있는 영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폭넓게 관찰할 수 있는 기회다. YBA의 산실인 골드스미스 대학을 비롯해 로얄 아카데미, 로얄 컬리지 오브 아트, 런던 시티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중진작가들부터 현재 활동중인 YBA 세대에 이르기까지 참여작가 13명의 연령대가 다양하고, 작품 형식도 설치미술, 평면회화, 영상작업 등 다채롭지만 그들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개념미술적 성향이 드러난다. 런던의 지하철을 의미하는 이번 전시의 제목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이들의 작품세계를 함축한다. 런던 지하철은 누구나 제한 없이 사용하는 열린 공간이며, 역 안에서는 대중문화의 꽃인 영화포스터와 고급문화를 상징하는 로얄 오페라 광고가 공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고급문화와 대중문화가 혼재하는 하이브리드적 특성을 반영하는 단어가 ‘런던 언더그라운드’인 셈이다.

하이브리드 문화를 반영하는 개념미술의 현장 
예컨대 YBA 작가 중 한 명인 사이먼 패터슨의 작품 ‘Great Bear’는 이번 전시의 개념적 측면을 가장 적절하게 보여준다. Great Britain을 연상시키는 Great Bear(큰곰자리)로 작품명을 정한 패터슨은 런던 지하철 노선도에 명기된 역 이름을 철학자, 성인, 코미디언, 축구선수, 영화배우, 언론인, 음악가, 화가 등의 이름으로 바꾸면서 지하철의 노선도를 인간이 밟아온 다종다양한 문화의 전개도로 변모시켰다.

하이브리드 문화를 반영하는 작품 경향은 로얄 아카데미 교수 데이비드 맥의 콜라주 작업, ‘탑건’, ‘사운드 오브 뮤직’ 등 영화 이미지를 조합해 호모섹슈얼한 이슈로 재편한 돈 배리의 포토몽타주에서 두드러진다. 현대적 주거 인테리어를 모노크롬 회화로 옮기고 중국의 수묵화재료를 이용해 마감한 새디 머독의 작품 역시 서양의 모더니즘과 동양의 선(禪, zen)사상이 결합된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의 부대행사로 9월 20, 21일 양일에 걸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대학교, 성곡미술관, 주한영국문화원에서 열린 강의는 영국 현대미술교육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이지윤씨는 “한 도시에서 진행중인 미술 경향의 다양함은 한 가지 형태로 일반화될 수 없다. 이번 전시는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만의 전시가 아니며, 2001년 런던 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일종의 스냅 샷인 셈이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현 영국 미술세계의 모습을 미술시장·미술행정·미술교육의 차원 등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시기간 동안 화∼금요일 오후 2시, 토·일요일 오후 2시·4시에는 작품설명 시간이 마련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 성인 2천원, 학생 1천원. 문의전화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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