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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 집고양이의 아침 산책법 제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스밀라가 얼른 뛰어 베란다 앞으로 저를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시선은 문쪽을 한참 바라보다가, 저를 한 번 힐끗 봅니다. 베란다 문을 열어줄 때까지 '문쪽 한 번, 제 쪽 한 번' 이렇게 눈치 주는 일을 계속합니다. 아침 산책을 가고 싶다는 거죠. 바깥 산책은 겁내지만, 안전한 베란다 산책은 좋아합니다. 며칠간 날이 추워 베란다 열어주는 걸 금했더니,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스밀라, 발 시려우니까 안돼" 하고 스밀라를 안아서 바깥 구경을 시켜줍니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내 발로 산책하고 싶다고요.' 스밀라, 귀 한 쪽은 어디로 보냈니^^; 한쪽 귀가 사라졌네요. 납작하게 만들어서 그런 듯. 늘 바닥에서만 보던 바깥 풍경이 갑자기 높아지니 이상.. 2010. 12. 18.
발라당 애교에 실패한 고양이 "앗, 할아버지다!" 거실을 지나가던 아버지를 발견한 스밀라가 애교 담은 발라당을 날립니다. 배를 드러내고 앞발을 90도로 접어 최대한 귀여움을 뿜어내는, 고양이 특유의 애교입니다. 무뚝뚝한 아버지도 스밀라의 발라당을 자주 보아서, 그런 행동이 애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고양이 애교를 어떻게 받아주어야 하는지까지는 아직 모릅니다. 고작해야 "저, 꼬랑뎅이(?) 흔드는 것 좀 봐라~" 하고 웃으며 내려다볼 뿐입니다. 스밀라가 꼬리를 탁탁 치는 게 아버지 눈에는 유독 귀여웠던 모양이지만, 스밀라의 복실하고 탐스러운 꼬리를 '꼬랑뎅이'라니 어쩐지 옹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아버지가 그 정도 표현이라도 하는 건, 스밀라가 아버지 마음에 그만큼 성큼 들어와 있기 때문이겠죠. 털 날리는 .. 2010. 12. 15.
팔베개를 하고 자는 고양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무렵, 쉬는 시간은 거의 잠자는 시간이 되곤 했습니다. 10분도 못 되는 시간, 두 팔을 베개 삼아 잠시 눈을 붙이는 것 정도로 오래 묵은 피곤이 사라질 리 없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요즘도 베개를 벨 수 없어서 자기 팔을 베고 잠든 사람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듭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가 잠자는 일인데, 그것조차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니까요. 도저히 가지 않을 것 같던 그 시간도 결국은 지나가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더 이상 쪽잠을 자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던 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학생에게는 학생의 사정이 있듯, 어른에게는 밤새워 일할 어른의 사정이 있더군요. 그런데 스밀라는 뭐가 피곤해서 저렇게 앞.. 2010. 12. 12.
가방을 지키려는 고양이의 자세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일을 드디어 마감하고, 오래간만에 외출할 준비를 합니다. 예전에는 배낭에 이것저것 넣고 다니는 게 습관이었는데, 작년에 한번 크게 앓았던 뒤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작은 배낭을 마련해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작고 가벼워서 즐겨 쓰는 배낭인데, 이날은 스밀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밀라가 버티고 나오지 않는 걸 보고, 어머니가 재미있어하면서 가방을 빼앗는 시늉을 해 봅니다. 배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나오게 하려고 하니, 등과 배를 바닥에 딱 붙이고 힘을 주면서 나오려고 하지 않네요. 스밀라의 표정에도 고집스런 마음이 묻어납니다. 조그만 배낭이라 몸이 다 올라가지도 않는데, 마냥 좋다고 저렇게 누워있습니다. 똬리 틀듯 몸을 동그랗게 말면 올라가기는 하는데, 지금은.. 2010. 12. 9.
스밀라를 위한 겨울용 실내 잔디밭 얼마 전 서울에 눈다운 눈도 내리고, 이제 완연한 겨울로 접어든 듯합니다. 거실에도 보온을 위해 원형 러그를 깔아두었는데, 스밀라가 그 위로 냉큼 올라갑니다. 자기를 위해 깔아놓은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베란다에서 햇빛을 쬐기엔 좀 싸늘해진 날씨여서, 거실에서 뒹굴뒹굴하면서 햇빛 쬐라고 가만히 둡니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온 햇빛에 나른해지는 고양이의 하루입니다. 이제 이곳이 스밀라의 겨울 잔디밭이 되었습니다. 스밀라의 초록색 눈동자와 어울리는 연두색 러그여서, 잔디밭 분위기가 물씬 나네요. 스밀라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마음이 한가로울 때 하는 '수퍼맨 자세'를 취합니다. 몇 달 전 '고양이 정원' 취재를 갔다가 분양받은 캣글래스 화분을 스밀라가 무척 좋아해서 조만간 베란다에 진짜 고양이 정원을.. 2010. 12. 2.
안기는 게 귀찮은 고양이를 위한 쿠션 쓰다듬는 건 좋아해도, 사람 품에 안기는 건 귀찮아하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스밀라도 그렇답니다. 자발적으로 안겨오는 무릎 고양이는 포기한다해도, 안아줄 때 그대로나 있어주면 좋으련만, 스밀라는 오래 안겨있지 않습니다. 나도 스밀라를 안고 묵직한 충만감을 느끼고 싶고, 두근두근 뛰는 심장 소리도 듣고 싶고, 따뜻한 체온도 느끼고 싶은데…. 몇 번 시도해 봤지만, 한 2분 정도 안겨 있으면 ‘이것도 많이 참은 거다’ 하는 표정으로 몸을 뒤채면서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그리고 뒷발에 힘을 꾹 주면서 기어이 뛰어내리고 말죠. 제가 고양이를 안는 방식은 아기 안듯이 등을 받치고 눈을 마주보는 것인데, 그럼 고양이 입장에서는 몸이 뒤집힌 채로 눕는 것이 되니까 불안한 기분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쨌든 스밀라가.. 2010.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