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화전 밑 고양이 안국동 고양이를 만나러 갔더니, 덕성여고에서 아름다운가게 쪽으로 가는 샛길에서 졸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눈앞에서 얼쩡대는 사람을 신경쓰는 게 귀찮은지 소화전 밑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버렸다. 근처에 밥그릇이 있는걸로 봐서는, 고양이집 구멍가게에서만 밥을 얻어먹는 게 아니라 동네 이집 저집을 다니며 식사를 대접받는다는 이야기다. 등만 보이는 고양이님이다. 구불구불 접힌 소화전 튜브 아래 얼굴이 보인다. 답답해보이기도 하지만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양이 은신처로 적당한 곳일거다. 앞다리를 포개어 턱을 고이고 생각에 잠긴 옆얼굴이 새초롬하다. 2005. 5. 14.
★고양이 이마의 불꽃무늬 고양이는 길을 갈 때도 넓은 곳보다는 좁은 틈새로 다니기를 좋아한다. 담벼락 옆에 침대 스프링을 기대놓았는데 그 사이로 들어가 앉은 모습이다. 고양이 이마에 불꽃무늬가 있었네. 몰랐는데. 2005. 5. 8.
★둥둥 산책간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어슬렁거리며 활보하는 모습이 좋다. 사람을 보고 잽싸게 도망가는 고양이는, 사람에게 몹쓸짓을 당했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짐작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를 멋대로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며 미워하지만, 그런 고양이도 나름대로 신산스런 현실 속에서 살아가려고 애쓰는 거다. 누가 길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사람들이 예쁘다고 데려와서 키우다가, 덩치 커지고 에웅에웅 울어대니까 귀찮다고 내다버려서 그렇지. 먹고 살기 어렵다보니 길고양이의 팍팍한 삶에 마구마구 공감이 간다. 둥둥 산책간다, 자동차 터널을 지나 둥둥. 고양이가 지그시 기댄 벽은 예전 덕성여고 도서관 건물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쓰이질 않아서 오.. 2005. 5. 8.
동그랗게 말린 꼬리 좋아하는 고양이의 자세. 뒤통수로부터 등을 거쳐 엉덩이로 흐르는 곡선에 긴장감이 살아있다. 보통 고양이들이 저 자세로 앉으면 꼬리를 몸 쪽에 붙여서 동그랗게 마는데, 의자 밑에 들어가 있으니 자세가 안 나오는지, 꼬리가 바퀴 쪽으로 삐져나왔다. 바퀴를 동그랗게 감싼 꼬리 끝부분이 귀엽다. 2005. 5. 8.
고양이집 고양이의 시선 사람들을 구경하는 호박색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예전의 삼색고양이는 코가 납작했었는데 이녀석은 옆모습이 유난히 오똑하네. 2005. 5. 8.
5월 7일의 고양이집 고양이 동료인 삼색고양이는 안 보이고, 황토색 고양이만 오도카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몸 상태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미역국에 쌀밥을 말은 고양이밥이 햇반 용기에 담겨 있는 걸 보면, 고양이집 구멍가게 주인의 묵인 하에 이 근처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 같다. 길고양이가 우호적인 인간을 만나 반 정착 상태로 살게 되는 경우다. 2005.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