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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햇볕이 만든 '길고양이 무지개방석'

by 야옹서가 2011. 5. 19.

 오래된 골목을 채우는 것은 크고 작은 화분입니다. 숲이 사라진 그 자리에

화분으로 정성껏 꾸민 화단이 눈을 편안하게 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골목을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분 숲 앞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멍하니 있습니다.

노란 바탕에 흰색 앞가슴과 자잘한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카오스무늬 고양이의 일종이네요.  

길고양이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저를 말똥말똥 바라봅니다.

태양이 카메라를 마주보고 있는데 렌즈후드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그대로 찍다보니

빛이 반사되어 옅은 무지개가 아른아른 사진에 같이 찍힙니다.

여느 사진에서라면 ‘버린 사진’으로 간주해야 하겠지만,

길고양이 앞발 쪽에 고이 깔린 무지개를 보니 이대로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햇볕이 만들어준 길고양이의 무지개 방석입니다.

한 걸음 다가서니, 길고양이는 “무지개방석? 뭔 소리야?” 하는 눈빛으로 달아납니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무지개방석에 발을 걸치는 것보다, 가스통 위의 불편한 자리가

더 안심이 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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