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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 레이더로 포착한 ‘길고양이 명당자리’

by 야옹서가 2011. 5. 30.

길고양이 레이더를 아시나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머리 위엔 24시간 윙윙 돌아가는

투명한 레이더가 있답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숨은 길고양이를 발견하는 데는 효과만점이지요.

사실 길고양이 레이더를 작동시키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에요.

길을 걸을 때, 바삐 재촉하던 걸음을 조금만 늦추고 고양이가 머물 만한 골목이나

담벼락 위, 조그만 구멍 등을 유심히 바라보면, 그곳에 길고양이가 한두 마리쯤

있기 마련이거든요.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이런 곳이 마음 편히 쉬거나 여차하면 재빨리 달아날 수 있는

‘명당자리’입니다. 또한 이런 곳은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길고양이와 기념사진을 찍기에 좋은 명당자리가 되지요.



이날도 바짝 붙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어쩐지 길고양이가 있을 것 같아 빼꼼 들여다보니,

역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쉬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지나가지 못할 만큼

좁은 골목이니, 사람이 따라 들어가지 못할 것은 당연하지요. 명당자리 당첨입니다.

그 사실을 아는 길고양이는 여유로운 얼굴로 쉬고 있습니다. 찹쌀떡 같은 앞발을
앞으로 고이 모으고, 묵묵히 저를 관찰하기까지 하는 모습이 의연합니다.
발 앞에 가로놓인 나무 조각이
바리케이드라도 되는 양,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한
얼굴로 그 자리를 우두커니 지키고 있네요.

벽과 벽 사이에 낀 듯한 모습이 귀여워 “낀냥아~”하고 불러봅니다. 자주 오지 못하는

동네라서, 다음번에 찾을 때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때는 또 다른

낀냥이를 만날 수 있겠지요. 고양이가 좋아하는 명당자리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니까요.


고양이를 좋아하신다면, 당신에게도 있을 길고양이 레이더를 작동시켜 보세요.

길고양이 레이더는 ‘관심’이라는 배터리로 움직인답니다. 길고양이 레이더에 잡힌

고양이를 만난다면, 반갑게 두 눈을 ‘꿈뻑’ 떴다 감으며 고양이 키스를 보내 보세요.

예의바른 고양이라면, 아마 꿈뻑~ 하고 고양이 키스로  답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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