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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새끼를 지키는 엄마 길고양이의 눈빛 공격

by 야옹서가 2011. 6. 24.

냉장창고로 쓰는 듯한 시설 아래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스며들듯 숨어들어갑니다.

가면서도 어쩐지 불안한 듯 여러 번 돌아봅니다.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늘 그렇듯

갈 수 있는 데까지는 따라가 봅니다.  

 

 

아, 창고 밑에는 아기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세상 모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바깥 세상을

말똥말똥 지켜보고 있습니다. 완전히 펴지지 않은 약간 찌그러진 삼각형 귀로 보아 아직은

엄마젖을 더 먹고 자라야 하는 어린 고양이입니다.

그런 아기 고양이의 세상 구경을, 엄마 고양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혹시 인간에게 해코지는 당하지 않을까, 엉뚱한 길로 나서지 않을까. 어린 자녀를 바라보는

사람 엄마의 마음과, 새끼를 바라보는 길고양이 엄마의 마음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제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고양이 엄마의 경계하는 눈빛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만난 날 오후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해서, 먹을것을 은신처 지붕 아래로

보이지 않게 슬쩍 밀어넣어 주려고 하니 급기야 큰 목소리로 '하악!' 하고 위협을 합니다.

새끼를 지키려는 엄마의 마지막 경고입니다. 새끼를 데려갈 생각도, 만질 생각도 없다고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이때는 빨리 자리를 비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는 젖을 먹이면서도 경계의 눈빛을 늦추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눈빛 공격입니다. 은신처 입구에 먹을 것을 놓기에는 불편해하는 듯 보여서,

다른 안전한 곳에 일용할 양식을 숨겨두고 작별인사를 합니다.

경계하는 눈빛도 새끼를 보듬을 때만은 부드러워집니다. 어서 먹어라, 쭉쭉 크거라.

젖을 제대로 물지 못해 바둥거리는 늦된 새끼의 몸을 말없이 밀어주며 그루밍을 해주는

엄마 길고양이입니다.

올해 늦봄 고양이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났던 고양이 가족이라, 지금쯤 모두 청소년 고양이가 되었겠지요.

장마철 비를 피할 지붕이야 있겠지만 바닥이 쉽게 젖어 걱정인데, 다른 때보다 일찍 시작된 여름 장마에

길고양이들이 별 탈 없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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