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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숨은 길고양이, ‘묘기척’을 느낄 때

by 야옹서가 2011. 7. 4.

 

골목길에서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담벼락 너머로 빼꼼 쳐다보고는

잽싸게 몸을 감춰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고양이도 증발된 것은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돌아보면, 길고양이는

그 근처에 머물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사라진 방향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봅니다. 멀어서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낡은 건물과 건물 사이, 30cm쯤 “떨어져 있을 법한 건물 사이의 틈 뒤로

아까 그 고양이가 보입니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좁은 틈 사이로 몸을 숨겼지만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아도 인기척이 느껴지듯이, 길고양이가 가까이 있을 때도

‘묘기척’이 느껴집니다. 그 기척을 따라 눈을 돌리면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나는 길고양이와 눈을 맞출 때면, 두근두근 긴장이 됩니다.

나를 반겨줄까, 달아날까. 하지만 설레는 마음도 잠시,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달아납니다.

이 고양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있는 자리와 제가 바라보는 자리는 한참이나 떨어져 있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제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급기야 잽쌔게 달아나 버립니다. 건물 벽 틈새로 허둥지둥 달아나는 고양이의

멋쩍은 꼬랑지 모습만 사진에 남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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