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수많은 애묘인이 있는 것만큼, 세계 각국에도 그 나라의 명물 고양이가 있습니다. 거리예술가들이 공연을 펼치는 장소로 유명한 영국 코벤트 가든에서는 노란 고양이 밥(Bob)과 함께 록 공연을 여는 제임스 보웬이 유명합니다. 한때 그는 마약중독에 빠진 노숙인이었지만, 2012년 3월 고양이 밥과의 인연을 담은 책을 펴내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었지요. 이 책의 인세로 밥과 함께 지낼 작은 집을 구한 보웬은, 자신이 도움을 받았던 블루크로스 이동 동물병원을 후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기적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도 얼마 전 동물전문출판사 '페티앙북스'에서《내 어깨 위 고양이, Bob》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아쉽게도 제임스 보웬과 밥이 함께한 사진이 없습니다. 그래서 앞표지의 사진을 보면서 둘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왜 길고양이 '밥'의이름만 영어로 썼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내 어깨 위 고양이, 밥'이라고 쓰면 먹는 '밥'과 동음이의어가 되어서 좀 곤란해졌을 것 같네요. 책 제목의 쉼표를 고양이의 실루엣으로 대체한 것도 재미있습니다. 실제로도 사람에게 고양이는 쉼표 같은 존재이지요.

 

이 책의 주인공 제임스 보웬은 가정 불화와 잦은 이사로 어린 시절 친구들을 사귀기 힘들었고, 호주에 있는 어머니와 헤어져 이복동생이 있는 영국으로 건너오지만, 영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이복형제들과도 사이가 나빠져 거리에 나앉고 맙니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 마약중독에 빠지고, 노숙인 보호센터를 전전하며 하루하루 살던 그에게 상처입은 노랑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지요. 책에서는 이렇게 노랑무늬 털옷을 입은 고양이들을 진저캣이라고 부르더군요. 코벤트 가든에서 노래를 불러 하루 벌이를 마련해온 그의 수중에 있던 돈은 단돈 30파운드, 하지만 길고양이를 치료해주고 나니 22파운드가 없어져 버립니다. 

 

일단 치료를 해주고 내보낼 생각이었지만, 보웬은 어쩌다보니 밥과 함께 코벤트가든으로 공연을 나가게 되고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지요. 보웬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거리를 이동하는 밥은 곧 코벤트가든의 명물이 됩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밥이 없을 때와 비교하면 3배 정도의 수입을 얻었지만,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하는 공연이라 늘 쫓겨다니게 됩니다.

 

그러다 보웬은 노숙인의 자활을 돕는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기로 결심하지요. 도망다니는 삶 대신, 수입은 좀 줄더라도 정식 판매허가증을 얻고 빅이슈 판매원으로 새 삶을 시작합니다.빅이슈를 판매할 때도 밥은 늘 함께였지요. 그전에는 세상에서 자기 혼자 뿐이라는 고독감을 느꼈던 보웬이지만, 책임질 대상이 생기면서 그의 삶도 서서히 변해갑니다. 끊기 어렵던 마약도 완전히 끊기로 결심하고, 무시무시한 금단증상도 이겨내며 새로운 삶을 결심하지요. 즉 그는 누군가를 보살피면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한때 마약중독자였던 외로운 남자의 삶을 바꿔놓은 고양이, 밥. 보웬도 이 녀석에게 강한 운명의 힘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자기 몸도 추스르기 힘든 상황에서도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었으니까요. 

 

 

 

 

책의 뒤표지(위 사진)에는 밥이 귀여운 목도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실려 있습니다. 공연장에 따라나선 밥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 선물해준 목도리만 20개가 넘는다고 하네요. 지금은 아마 더 많은 목도리와 깔개를 선물로 받았겠지요. 뒤표지에는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해 재생지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습니다.

 

두 단짝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이 책을 보면서 눈길이 갔던 것은 보웬의 이웃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대모'와 이동식 동물병원 블루크로스 등의 존재였습니다. 길고양이 대모는 한국으로 치면 캣맘쯤 되겠죠. 보웬이 길고양이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난감해할 때 그에게 조언과 도움을 줬던 것이 이웃의 캣맘이었으니까요.

 

수의사에게 증명서를 받으면 길고양이에게 무료 중성화수술을 시켜준다는 점도 인상깊었고요. 보웬은 밥을 데리고 나갔을 때 돌발상황에서 놀라 달아나는 일이 없도록, 하네스(몸줄)을 해주고 자신의 몸과 고리로 연결시켜 떨어지지 않도록 했는데요. 처음에는 어깨 위에 올라탄 밥의 모습을 보고 '저러다 미아고양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만, 보웬도 나름대로 대비를 해두었네요. 단, 여유롭게 사람 어깨에 올라탄 밥을 보고 '고양이를 이동장에 넣지도 않고 어깨에 태워다닌다거나, 혹은 아무 대비책 없이 안고 다닌다거나 해도 괜찮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은 없기를 바랍니다. 고양이와 외출할 때 돌발상황이 일어나면 순간적으로 달아나버릴 수 있기 때문에, 꼭 이동장에 태워 안전하게 이동해야 합니다. 실제로 보웬도 밥과 함께 공연을 다니던 초창기에, 어떤 남자가 밥을 놀래키는 바람에 깜짝 놀라 달아나버려 영영 보지 못하게 될 뻔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되찾기는 했지만, 밥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그 이후에 보완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죠.

 

또 한 가지,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깊었던 블루크로스 이동 동물병원 같은 곳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난 4월 11일 마포동물병원생협이 발기인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5월 25일 총회가 열린다는데, 아무쪼록 길고양이를 위한 의료지원도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보웬은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더이상 빅이슈를 팔거나 거리 공연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을 벌었지만, 한때 어려웠던 자신이 받은 도움에 보은하기 위해 지금도 주2회 거리에 나가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특히 블루크로스 이동 동물병원의 운영기금 모금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니 더욱 뜻깊네요. 길고양이로 인해 바뀐 한 남자의 삶, 특별한 인연입니다. 

 

http://www.youtube.com에서 a street cat named bob으로 검색하시면 관련 동영상이 여러 편 나옵니다. 

 

 

내 어깨 위 고양이, Bob - 10점
제임스 보웬 지음, 안진희 옮김/페티앙북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