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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일본

일본 토종고양이와 고양이요괴'네코마타'

by 야옹서가 2008. 9. 25.
'어머, 저 고양이는 꼬리가 없네. 잘렸나 봐...아팠겠다.'
요코하마 골목길에서 처음 이 길고양이를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보통 이런 무늬의 삼색고양이라면, 엉덩이 근처에 길고 빳빳한 꼬리를 달고 있을 텐데
꼬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거의 아무 것도 없다시피 했으니까요.

"쳇, 이거 왜 이러냐옹! 내 엉덩이를 잘 봐라옹. 이게 꼬리 아니면 뭐냐옹!"
삼색털 길고양이가 저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겸연쩍어하며 삼색냥의 엉덩이를  보았습니다.

"자, 잘 안 보이면 확실히 보여주겠다옹."
삼색털 길고양이가 제 눈길을 못 견디겠는지 벌떡 일어납니다. 자세히 보니 토끼꼬리만큼이나 짧은 꼬리가
엉덩이 아래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긴 하네요.
꼬리가 유독 짧은 일본 토종 고양이인 '재패니즈 밥테일'(Japanese Bobtail)입니다.
털이 짧고 날렵한 몸매에 오똑한 코가 한국 토종고양이와 닮았지만, 짧은 꼬리 때문에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 표정이 꼭 "훗, 이제 알았냐옹." 하는 것 같네요.

미국엔 '아메리칸 숏헤어'가 있고, 일본엔 '재패니즈 밥테일'이 있는데, 한국의 토종고양이들은
그냥 도둑고양이, 들고양이, 심지어 똥고양이(!) 등으로만 불리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혹자는 '코리언 도메스틱 숏헤어'라고도 하고, '코리언 숏헤어'를 줄여서 '코숏'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요.


그나저나 고양이의 꼬리는 기분을 표현하는 도구 중 하나인데, 저렇게 꼬리가 짧다면
다른 고양이들과 자유롭게 몸짓 대화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긴 합니다.
꼬리는 동물 자신에겐 실용적 목적에서 존재하지만, 그들의 꼬리를 바라보는 인간들은
예로부터 전설이나 괴담, 민담 등을 통해 나름의 상징성을 부여했답니다.
한국에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의 전설이 있는 것처럼, 옛날 일본에서는 고양이가 나이를 아주 많이 먹어
영물이 되면, 꼬리가 둘 달린 요괴인 네코마타〔猫又〕가 된다고 믿었습니다.
초월적인 힘이 고양이의 꼬리 변신으로 나타난다고 믿은 것이지요.


위 그림의 하단부에 춤추는 고양이들을 보면, 꼬리가 두 개인 걸 알 수 있어요. 네코마타지요.
네코마타를 몰랐을 땐 그냥 '춤추는 고양이 그림이네'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특히 검은 고양이가 네코마타로 변신하면, 그 파괴력을 최고로 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꼭 네코마타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지,
일본에서는 네코마타를 캐릭터로 한 매실주까지 나와있더군요.


요괴담 전문 출판사(?) '손안의책'에서 출간된 《샤바케3-고양이할멈》에도 이 네코마타 이야기가 나옵니다.
네코마타로 추정되는 고양이의 꼬리를 들춰, 혹시 꼬리가 2개로 변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장면도 있지요. 
책 표지에 보시면 요염한 네코마타 아가씨의 모습과, 무릎에서 귀엽게 조는 꼬마 네코마타가 보이네요.
역시 꼬리가 두 개지요? 네코마타 아가씨의 꼬리는 책날개를 펼치면 뒷면에서 볼 수 있어요.
이 책도 재밌습니다. 안에 몇 장밖에 안 되지만 귀여운 삽화도 실렸고요. 요괴담이지만 무섭지 않고
어쩐지 인간사를 담담하게 보여준달까요.


일본 토종고양이인 재패니즈 밥테일이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어쩌면 네코마타로 변신할 확률이
가장 적어 보여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꼬리가 너무 짧아서, 2개로 나뉘긴 어려울 정도니까요.^^

*덤: 고양이 꼬리에 얽힌 상징성을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아래 책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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