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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더위를 이기는 고양이의 요령 후덥지근하고 습한 장마철이 돌아오면, 사람도 고양이도 모두 진이 빠지고 방바닥에 늘어집니다. 스밀라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시원한 곳으로 찾아들어갑니다. 책꽂이가 있는 베란다 방은, 차가운 시멘트 벽에 등을 대고 있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베란다 타일바닥을 찾아 엎드리고 있을 때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스밀라가 책꽂이 있는 방으로 가겠다고 조르면 올려보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 마음이 바뀌어 붙잡을까 싶어 그러는지, 허둥지둥 책꽂이 위로 뛰어올라 자리를 잡고 눕는 스밀라입니다. 벽에 등을 대니 냉장고처럼 시원합니다. 곧 체온에 데워지겠지만 일단은 더위도 사라지고 견딜 만합니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으면, 눈이 스르르 감기고 잠이 옵니다. 한쪽 앞발 위로 걸쳐두었던 앞발을 .. 2011. 7. 3.
병원 다녀온 날, 심기가 불편한 고양이 스밀라가 신부전 진단을 받고 투병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치료를 시작하면서 여러 수치가 안정적인 범위로 접어들었고, 병원 검진도 3개월 간격으로 하게 되면서 한동안 투병일지 적는 걸 걸렀는데, 최소한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만이라도 기록해놓아야겠다 싶었다. 미미한 변화라고 해서 기록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기억을 못해서 후회할 수도 있으므로... 어제가 스밀라의 정기검진 예약일이라 병원에 다녀왔기에 기록해둔다. 병원 예약 날짜를 잡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 몰랐는데, 예고도 없이 이른 장마가 시작되어 이동장을 가지고 병원에 가는 길이 힘들다. 이동장과 스밀라 무게를 합하면 6kg 정도인데 혼자 들고 가는 게 힘드니 동생이 스밀라가 탄 이동장을 들어주곤 한다. 병원에 즐겁게 가는 .. 2011. 6. 26.
고양이와 함께하는 '충전 놀이' 스밀라가 캣타워 대신 즐겨쓰고 있는 수납상자 위에 심드렁히 누워있습니다. "에잉~ 뭐 재미난 일도 없고 마감 때문에 바쁘다고 자주 놀아주지도 않고..." 하며 불만에 잠긴 듯합니다. 그런 스밀라를 보고 있으면 피곤함도 잊게 됩니다. 스밀라를 향해 슬그머니 장난을 걸어봅니다. "이건 어때? 너 손가락 맞대면서 노는 거 좋아하잖아." 가만히 손가락을 내밀어 봅니다. 평소 같으면 손가락 끝에 제 입술을 비빌 텐데, 오늘은 앞발 끝으로 꾸욱~ 제 손가락을 눌러봅니다. 이어지는 야근에 방전된 마음의 배터리가, 조금씩 충전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스밀라와 함께하던 '이티 놀이'가 아니라, '충전 놀이'가 되었습니다. 앗, 오늘은 왠일인지 그루밍까지 해주는 스밀라입니다. 오래 해주는 건 아니고 한두 번, 맛보듯 .. 2011. 6. 18.
아침저녁으로 물 먹는 스밀라 스밀라가 자발적으로는 물을 잘 먹지 않다보니, 혹시 모를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25ml 정도 물을 먹입니다. 먹다 흘리는 걸 제하면 한번에 20ml정도 먹겠네요. 움직이지 않게 무릎담요로 한번 감싸주고, 목 뒤로 담요에 빨래집게를 살짝 꽂아주면 가만히 있습니다. 물 먹는 시간이라는 걸 스밀라도 아나 봐요. 도리질을 하면 물이 흐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바닥에 휴지를 깔고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담요로 감싸놓고 보면, 스밀라 몸집이 얼마나 작은지 실감하게 돼요. 스밀라 간병에는 동생이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피하주사도 척척 놓을 줄 아는 고양이 간병인이 다 되었습니다. 스밀라도 물 먹을 때는 귀찮아하지만, 자기를 아껴주는 동생을 많이 따릅니다. 말없이 다가와 꼬리를 탁 치고 가는 스밀.. 2011. 6. 11.
비싼 장난감보다 고양이에게 소중한 것 3월부터 회사로 출퇴근하는 생활이 계속되면서, 스밀라도 심심해 합니다. 어머니나 동생이 스밀라와 틈틈이 놀아주기는 하지만, '제일 친한 친구'가 자주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조금은 쓸쓸해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이번 주 초에는 1박 2일 경주 취재가 있었고, 주말에도 1박 2일간 회사 워크숍이 있어서 두 밤이나 집을 비웠습니다.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제가 없는 동안 스밀라는 하루종일 제 의자에 누워서 언제 오나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꼼짝 않고 있었다고 하네요. 회사를 다시 다니기 시작하면서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닐 시간이 주말밖에 없다 보니, 평일에는 회사 가느라 하루종일 집을 비우고, 주말에는 골목을 다니느라 시간을 보내게 되어서, 하루종일 집에 있던 때와 비하면 스밀라와 놀아주는 시간도, 사진 찍어.. 2011. 5. 29.
현관 지킴이 고양이, 스밀라 사람 냄새가 묻은 물건을 좋아하는 스밀라를 위해, 겨울옷 하나를 현관 쪽에 놓아주었습니다. 현관문 옆 거실에 어머니 컴퓨터책상이 있어서, 스밀라가 그 옆을 배회하곤 하기에 쉬고 노는 자리를 임시로 만들어준 것입니다. 자리가 자리인만큼 현관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어머니를 빤히 올려다보는 스밀라. 이제 7살, 먹을 만큼 먹은 나이. 어지간한 장난감에는 열렬히 반응하지 않지만, 시선만은 떼지 않습니다. 멀뚱멀뚱~ 비록 박스와 헌책을 쌓아 만든 지킴이 자리이지만, 스밀라에게는 좋은 전망대가 됩니다. 귀가할 때면 저 자리에 앉아 저를 반겨주는 스밀라 덕분에, 일찍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2011.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