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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잡는 길고양이, 번개같은 사냥솜씨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고양이의 눈은 예리해서, 멀리서 움직이는 아주 작은 곤충도 금방 포착하고 달려가 잡아내곤 한다. 살구밭을 거닐다 문득 발을 멈춘 고양이도, 저만치서 팔락이는 뭔가에 눈이 꽂혔는지 금세 사냥모드로 자세를 바꾼다. 고양이 시선을 따라 나도 걸음을 멈추고 몸을 낮춰 앞으로 일어날 일을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고양이가 포착한 것은 작은 나비 한 마리였다. 앞발 후려치기로 나비를 실신시켜 땅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앞발로 조심스럽게 꾸욱 눌러본다. 보통 고양이가 사뿐사뿐 날아다닐 듯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나비'라는 별명으로 종종 부르는데, 이러면 나비가 나비를 잡은 셈이 되려나.  고양이는 나비를 덥석 입에 문 채로 머리를 휙휙 흔든다. 그러고보니 집고양이가 파리를 잡는 모습.. 2013. 6. 25.
거대고양이의 발톱자국을 찾아, 마오콩으로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타이페이 중샤오푸싱 역에는 타이완의 명물들을 귀여운 벽화로 그려놓은 장소가 있다. 중샤오푸싱 역에서 환승해 동물원 역으로 가는 길에 찍어본 벽화인데, 이날은 타원형 표시선 안쪽에 그려진 장소, 마오콩(貓空)을 찾아간다. 곤돌라 아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그림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곤돌라를 타고 발아래 펼쳐진 절경을 돌아볼 수도 있고, 역을 따라 늘어선 찻집을 골라 다양한 전통차를 음미할 수도 있는 곳이다. 곤돌라 탑승역이 타이페이동물원 바로 옆에 있어서 동물을 찾아가는 여행을 주로 하는 내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마오콩 곤돌라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역시 고양이다. 타이완 사람들이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명에 '고양이 묘' 자가 들어가.. 2013. 6. 24.
길고양이도 느긋한 타이완의 작은 마을, 주펀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작년 여름 고양이 여행을 다녀온지 무려 1년만에 정리해보는 타이완 여행기가 슬슬 끝이 보인다. 원래 일정상 제일 먼저 다녀왔던 곳이 주펀이었고, 이날은 다른 곳을 가지 않고 해가 질 때까지 머물며 고양이들과 여유롭게 놀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펀행 버스에서 물건을 하나 분실하는 바람에 계획대로 여행하기가 힘들었다. 낯선 나라에서 여행을 하는 동안 사건사고 없이 여행을 잘 마치기를 바라지만, 가끔 생각지 못한 일이 생기곤 한다. 골목 안쪽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주펀은 고양이 마을 허우퉁과 함께 타이완에서 가장 인상깊은 여행지 중 하나였지만, 씁쓸한 분실의 추억 때문에 나도 모르게 여행기의 뒷전으로 밀려난 것 같다.   주펀은 중국 국민당 정부.. 2013. 6. 21.
여행 다녀온 다음날 아침, 고양이의 표정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2박 3일간 여행을 다녀오느라 집을 비웠더니, 스밀라가 서운했던 모양이다. 어제 저녁 10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해서 짐 먼저 책상 위에 풀어놓고, 너무 피곤해서 정리도 안 한 채로 잠이 들었더니 아침에 스밀라가 저러고 있다. 3일 동안 몸에 지니고 다녔던 귀중품 보관지갑인데, 아예 베개 삼아 깔고 앉았다. 샐쭉한 표정이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하는 듯하다.  모른 척, 못본 척 나와 눈을 맞추지 않고 있지만, 사실은 알고 있다. 책상 위에서 저 자세로 누워 나를 내려다보면서 '언제쯤 일어나려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무심한 듯 누워있지만 귀만은 이쪽으로 돌리고, 키보드를 치는 내 소리를 귀기울여 듣고 있다. 올 한 해는 그간 계획만 해두었던 .. 2013. 6. 19.
해안선이 아름다운 비양도의 동물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제주도 안에서도 아담한 섬의 느낌이 나는 곳을 돌아보고 싶어서 선택했던 비양도. 비양봉에 올라 보는 풍경도 시원했지만, 만약 비양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해안을 여유있게 돌아보는 쪽을 권해드리고 싶다. 비양봉도 오르고 해안도 돌아보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 비양도에는 배가 하루에 세 차례만 들어오기 때문에, 오전 9시 배로 들어온 사람은 12시 16분 배로 나가거나 오후 3시 16분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오후 3시까지 머물기엔 시간이 좀 남고 12시 배로 나가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바닷가에 발도 담가보고 쉬기도 할 생각이면 해안선을 따라 돌아보는 쪽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제주도의 현무암을 닮은 길고양이도 뚜벅뚜벅 걸어간.. 2013. 6. 14.
가파도 길고양이가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황금빛 들판은 어쩐지 가을에 어울리는 풍경이지만, 6월 초의 가파도에서는 아직 남아있는 보리밭 덕에 한 발 앞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이 풍경도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지고 빈 들판만 남겠지만, 그나마 이 풍경을 마음에 담아올 수 있어 기뻤다. 하지만 실제로 바람에 흔들리는 보리밭에서 느껴지는 가을 냄새와 달리, 이른 더위 때문에 내내 모자와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옷차림을 하고 걸어야 했다. 멀리서 걷고 있는 어머니 모습도 차양모자와 스카프, 마스크로 완전무장한 모습이다. 그래도 바닷바람이 불어줘서 더위 속에서 조금은 걷기가 수월했다. 사람이 더울 때면 고양이도 더위를 탄다. 보리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것만으로는 더위를 이길 수 없었던지 고양이는 시원한.. 2013.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