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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제국’을 넘어 슬로푸드로 Sep. 04. 2001 | 패스트푸드는 단순히 ‘간편하고 값싸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에 지나지 않는 걸까? 《패스트푸드의 제국》(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을 쓴 에릭 슐로서는 패스트푸드 산업의 성장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에서 분석한 후 이 질문에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규격화에 따른 효율성을중시하는 패스트푸드의 가치 체계는 음식문화의 차원을 넘어 노동자의 고용 환경, 식중독, 유전자 변형 식품 문제 등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즈니와 맥도날드는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에서 선전했던 기술만능주의가 레이 크록의 규격화된 맥도날드 조리실에서 재연됐고, 디즈니랜드에서 아이들에게 꿈을 판 것처럼 맥도날드랜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즐거.. 2001. 9. 4.
갤러리 속으로 파고든 예술가게―2001풀마트 쌈지店전 Aug. 31. 2001 | 젊은 작가 7명이 전시장에 독특한 예술품 가게를 차렸다. 신촌 쌈지스페이스 전관에서 8월 25일부터 9월 5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 가게는 ‘2001풀마트 쌈지店’이다. 참가작가들은 소각장으로 보내지기 전의 가죽이나 천, 유통기한이 지난 뻥튀기, 협찬받은 필름, 포스트잇 등으로 기발한 작품을 만들고 판매와 홍보에 나섰다. 작년 3월 대안공간풀에서 열린 ‘풀마트’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인 만큼, 쌈지스페이스에 자리를 편 ‘2001풀마트 쌈지店’은 ‘2호점 개점’인 셈이다. 뻥튀기로 만든 예수상, 포스트잇으로 그린 모나리자 ‘2001풀마트 쌈지店’전의 참가작가들은 생산자, 판매자, 홍보자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무슨 물건이든 몽땅 다 판다’는 풀마트(Fullmart)란.. 2001. 8. 31.
죽음은 나를 잊는 것, 혹은 잊혀지는 것- 《슬픈 시간의 기억》 Aug. 27. 2001 | 일제 치하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젊음을 보낸 뒤 과거의 기억을 윤색하고 되씹으며 사설 양로원에서 살아가는 네 명의 노인을 그린 김원일의 장편소설 《슬픈 시간의 기억》(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화장에 집착하는 한여사, 걸쭉한 육담을 내뱉으며 자신의 욕구에 충실해온 초정댁, 기독교적 사랑을 실천하며 평생 교직에만 몸담은 윤선생, 현실도피적인 성향으로 자기 세계에만 갇혀 살아가는 사무장 김씨의 이야기가 , , , 등의 제목으로 묶였다.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기억’에 대한 집착 의 한여사는 과거를 덮기 위한 상징적 행위로 화장에 몰두한다. 한여사는 ‘미국 유학간 박사 아들을 둔 귀부인’의 이미지를 원하지만, 그녀의 실체는 정신대와 양공주 생활을 거치며 혼혈아를 낳아 미국으로 입양시킨.. 2001. 8. 27.
호반의 도시에서 열린 한여름의 인형축제-춘천인형극제2001 Aug. 24. 2001 | 마임축제, 인형극제 등 독특한 문화축제를 개발해 공연문화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춘천에서 8월 9일부터 15일까지 ‘춘천인형극제2001’이 열렸다. 1989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3회 째를 맞는 춘천인형극제에는 국내 43개 전문 극단과 24개 아마추어 극단, 해외 4개국 7개 극단이 참여해 다양한 인형극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부터는 독립된 인형극장이 건립돼 안정적인 공연장소를 확보하게 됐다. 지난 5월 개관한 춘천인형극장 ‘물의 나라 꿈의 나라’는 인형극장으로는 최대규모인 4백97석의 대극장, 지하소극장인 코코극장과 바우극장, 야외 공연장을 갖춰 춘천인형극제의 구심점이 됐다. 강원도립화목원 근처에 인형극장이 세워지면서 춘천인형극제2001 기간동안 인근에 있는 화목원과 여행의 집.. 2001. 8. 24.
R&B 음악, 그림으로 민권운동?-‘황과 흑의 조우’전 Aug. 16. 2001 | 8월 2일부터 12일까지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린 ‘황과 흑의 조우: 브라운아이즈’전은 신인 남성 듀오 ‘브라운아이즈’와 미술가 박이창식씨의 합동전시다. 브라운아이즈의 리드보컬 나얼(23)이 흑인뮤지션을 그린 드로잉 1백 20점과 대규모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팀의 작곡가 윤건(24)이 전시장에 설치된 그랜드피아노로 매일 20여분간 콘서트를 여는 갤러리 쇼케이스 형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브라운아이즈는 “그룹명에 담긴 주제의식과 이번 전시의 주제는 동일선상에 있다”고 말한다. 그룹명인 ‘브라운아이즈’는 ‘brown-eyed soul’의 약자로, 이는 백인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blue-eyed soul’을 풍자한 것이다. 이로써 동양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려 했다는 것이.. 2001. 8. 16.
납판에 각인된 종군위안부의 아픔-정원철 판화전 Aug. 16. 2001 | 광복절을 맞아 최근 인사동 화랑가에서 뜻깊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8월 10일부터 31일까지 동산방화랑에서 열리는 추계예술대 판화과 정원철 교수의 열 번째 개인전 ‘접어둘 수 없는 이야기’전은 일제 치하에서 성 노예로 살았던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얼굴을 판화로 재현한 작품 31점을 선보인다. 납판에 프레스기로 할머니들의 초상화를 찍는 등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정원철씨는 1997년 들른 아우슈비츠 수용소 박물관에서 역사 기록의 중요성을 절감한 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나눔의 집’을 수 차례 방문해 ‘접어둘 수 없는 이야기’, ‘다가가기’, ‘회색의 초상’ 등.. 2001.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