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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뒤돌아봐야 안심하는 길고양이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인적이 드문 해안도로 쪽에서는 고양이를 만나기 힘들지만, 민가와 가까운 가파도의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고양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녀석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은 항구와 가까운 민박 근처와 하동마을 쪽. 도시의 길고양이나 섬고양이나 사는 곳은 달라도 행동양식은 비슷해서, 사람을 보면 경계하고 일단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달아난다. 성급히 달려가면서도 꼭 한번쯤은 뒤를 돌아보곤 해서 달아나는 속도가 조금씩 늦춰지지만, 그래야만 안심되는 것이 또 고양이 마음인지라 그 절차를 건너뛸 수는 없다. 가파도 어디를 가더라도 돌담을 볼 수 있어서, 고양이들도 자연스레 돌담 사이로 혹은 돌담 곁으로 몸을 붙여 달아난다. 돌담 뒤에 숨어서 동네 주민들의 모습을 훔쳐보던 또.. 2013. 6. 12.
'고양이 섬' 가파도의 살가운 길고양이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모슬포항에 도착하면 가파도와 마라도 중에 어느 섬을 가볼지 갈등하게 된다. 하지만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광고로 유명해져 거대 관광지처럼 되어버린 마라도보다는 소담한 가파도가 마음에 끌렸다. 제주올레 코스를 완주하기는 힘들 것 같고, 길을 잃거나 지칠 부담없이 가볍게 돌아볼 수 있는 올레길을 짚어보다 선택한 곳이 가파도였다. 청보리밭축제로 유명해진 섬이지만, 어머니와 내게는 '고양이 섬'의 추억을 안겨준 곳이 되었다. 제주를 여행하며 만난 녀석들 중에 가장 살가운 길고양이를 이곳에서 만났으니까.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녀석 외에도 서너 마리 고양이를 더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을 정리하면서 돌아보니 그날 아침 가파도행 배를 선택한 것이 더 나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2013. 6. 11.
마른풀 깔개를 즐기는 일출봉 길고양이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일출봉으로 향하는 어머니를 찍어드리느라 부지런히 계단을 뒤따르는데, 불쑥 나타난 노랑얼룩이. 어머니의 추억앨범을 만들어드리는 게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이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길고양이를 찍는 일도 포기할 수는 없다. 고양이도 산 위쪽으로 도망가는 것은 힘든지, 계단을 거쳐 아래로 내려가면서 달아난다. 사람들이 우측통행을 하는 동안, 고양이는 사람이 뜸한 왼쪽 길로 내려간다. 도망가는 와중에도 잠시 꼬리를 치켜들고 치익 오줌을 내뿜어 영역표시를 하는 여유를 보여준다. 어머니는 산으로 계속 올라가시고, 나는 반대쪽으로 내려가는 상황이 되고 말았지만 일단 낯선 여행지에서 길고양이를 만난 반가움에 고양이 쪽을 따라가기로 했다. 일출봉을 등지고 수풀 속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2013. 6. 10.
성산일출봉에서 사냥하는 길고양이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이번 제주여행은 그간 심신이 지친 어머니께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어 떠난 것이었다. 보통 '고양이 여행'을 떠날 때면 고양이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골목 많은 동네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지만, 이번에는 어머니를 위해 초여름의 제주를 만끽할 수 있는 자연여행을 염두에 뒀다. 혹시 여행 중에 고양이와 만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못 만나더라도 그것대로 좋은, 그렇게 느슨한 여행을 하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는지 여행 첫날 성산일출봉에서 행운의 삼색 고양이를 만날 수 있었다. 일출봉을 오르는 동안 어머니도 찍어드리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야생화도 틈틈이 찍고 하면서 쉬엄쉬엄 올라간다. 일출봉은 왕복 50분이 걸린다고 입구 안내문에 적혀 있지만, 초입은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도.. 2013. 6. 7.
길고양이와 친해지고 싶었던 강아지 동도의 항구마을 유촌리에는 길고양이가 여러 마리 살고 있다. 아침나절 해변으로 먹이를 구하러 나오는 녀석들이 종종 눈에 띈다. 작년 여름 인근 마을로 취재를 갔다가 시간이 남아, 오래간만에 동도 길고양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2009년 봄 이곳 길고양이의 생태 답사 차 방문했을 때 본 녀석들의 얼굴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새로운 고양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길고양이들의 생애주기가 있으니 세대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구나 싶다. 그날따라 아무도 놀아주지 않아서 심심했던지 흰둥이 한 녀석이 마음을 굳게 먹고 삼색이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잠시 뒤돌아서서 '오늘은 저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아 봐야지' 하고 진지하게 다짐하면서. 보통 개가 가까이 오면 길고양이는 도망가기 일쑤이지만 삼색이는 원.. 2013. 5. 31.
별궁길을 지키는 고양이, 나비와 깜순이 북촌 별궁길에는 길고양이가 지키는 매점이 있다. 이 일대가 별궁길로 불리기 훨씬 전부터 길고양이는 이 언저리에서 대대로 살아왔다. 골목의 역사만큼 매점 고양이의 역사도 깊다. 우리 가족이 안국동에 처음 정착해 살던 무렵 내가 ‘고양이집’이라고 부르던 매점이 있었다. 집 근처에 작은 매점이 세 군데나 있었지만 그곳을 자주 찾았던 건 역시 고양이를 키우는 할머니가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집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 없었기 때문에,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그 가게였다. 한갓지던 이 동네도 1990년대로 접어들며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작고 오래된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들은 치솟는 월세에 문을 닫았고, 그런 가게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관광객 대상 음식점과 찻집이 들어섰다. 좁.. 2013.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