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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베란다와 고양이 베란다문 열어달라는 스밀라를 데리고 햇살바라기 하러 간다. 어린이집에서 쓰다 버린 조그만 나무의자가 귀여워서 분리수거일 때 주워다가 베란다에 보관해 둔 것이 꽤 오래 전 일인데, 그 의자가 어느새 스밀라의 전용석이 되었다. 타일 맨바닥에 그냥 앉으면 아직까지는 엉덩이가 시리기도 하고, 베란다 턱 때문에 창밖 풍경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전망대 높이를 약간 높여주고 싶었는데 어린이집 의자 높이면 딱 알맞다. 한 달 전쯤 비오던 날 비슷한 각도에서 사진 찍었을 때는 아직까지 나뭇가지가 앙상했는데, 어느새 꽃이 지고 새 잎이 풍성하게 돋아 여름 분위기가 난다. 스밀라도 그윽한 얼굴이 되어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복슬복슬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고양이 스밀라. 그렇게 창밖을 보다가도 등 뒤에서.. 2013. 5. 5.
양말을 뺏기지 않으려는 고양이 스밀라가 안 보여서 또 어디로 갔나 하고 집을 헤매다 보니, 방바닥에 널어놓은 양말 사이로 슬그머니 찾아와 몸을 누이고 있습니다. 짧은 양말을 빨래건조대에 하나하나 널려니 영 번거롭고, 방바닥에 말리면 빨리 마르기도 해서 안방 바닥에 양말을 줄줄이 깔아놓았더니 어떻게 알고 그 사이로 드러누운 것이죠. 다른 좋은 방석류도 많은데 굳이 빨랫감 위로 몸을 누이는 고양이의 심리는 왜 그럴까 고민해보았는데요. 1. 갓 빨아놓아 세제 냄새가 아직 남아있는 빨랫감의 냄새가 좋다. 킁킁~ 2. 꼬들꼬들 말라가는 빨랫감의 까슬까슬한 감촉이 기분좋다. 부비부비~ 3. 빨랫감에 털을 묻혀놓으면 사람이 하나하나 떼어내는 걸 구경하는 게 재미있다. 뒹굴뒹굴~ 뭐 이 중에 하나 아닐까 합니다. 저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밀.. 2013. 4. 27.
베란다문 열어달라 시위하는 스밀라 아침이 되면 스밀라가 "앵" 하고 울면서 저를 불러서 베란다 유리문으로 데리고 갑니다. 베란다 산책을 나가겠다는 뜻이죠. 데리고 갔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저렇게 한번 힐끗 올려다보며 얼른 문을 열라고 신호를 줍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애앵~"하고 꾸지람하는 어조로 길게 울며 창문 한번 보고, 다시 저를 올려다보지요. 하지만 약을 아직 먹이지 못해서 베란다문은 나중에 열어주기로 합니다. 스밀라는 베란다에 쌓아놓은 종이상자 위로 단번에 달음박질해서 그 위에서 식빵 굽고 있거나 낮잠자기를 좋아하는데, 일단 그 위로 도망가버리면 데려오기가 여간 함들지 않거든요. 약 먹는 건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그 전에 달아나려고 합니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자, 스밀라의 얼굴에도 불만이 서립니.. 2013. 4. 21.
삐친 고양이, 물개놀이로 달래주기 아침에 일어나보면 문간을 지키고 있는 스밀라와 얼굴이 마주칩니다. 잠든 제 얼굴을 쳐다보면서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겠지요. 보통 자정쯤 되면 머리맡이나 의자 위에서 잠자다가 새벽 4시쯤 거실로 나가 놀고 다시 들어오는데, 그 사이 나갔다 온 것을 제가 모르는 걸로 생각하는지, 어젯밤부터 내내 거기 있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네요. "네가 일어날 때까지 나는 여기서 지루하게 기다렸다고" 하는 표정으로 샐쭉하게 앉아있습니다. 잠에 취해 일찍 일어나지 않았다고 삐친 스밀라의 마음을 달래주려면 저도 물개가 되어야지요. 스밀라가 문앞에 저렇게 배를 납작하게 깔고 앉아있을 때면, 일명 '물개놀이'를 해 주는데 사람도 고양이처럼 땅바닥에 배를 깔고 눕는 것입니다. 눈높이를 맞추면서 이야기도 하고 놀 수 있어.. 2013. 4. 18.
비오는 날, 고양이의 책상 전망대 스밀라가 즐겨 가는 책상 전망대 위로 폴짝 뛰어올랐습니다. 모기장이 없는 반대편은 이중창으로 되어 있어서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스밀라가 칭얼대면 열어주는데, 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스밀라도 바깥구경에 열중하네요. 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우산을 들고 지나가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뭔가 움직이는 덩어리도 더 커 보입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스밀라의 눈도 분주해집니다. 창문 쪽으로 붙여놓은 책상과 창문 사이의 거리가 30cm 정도 뜨는지라, 공간박스를 사다가 3개 이어서 붙여놓았더니 스밀라가 창문 턱을 오르내리기도 쉬워지고 책꽂이 대용으로도 쓸 수 있어 좋아요. 종종 저 위에 누워 식빵 자세로 저를 구경하며 지냅니다. 스밀라가 저렇게 창가에 앉아 있으면, 회색 줄무늬 등산양말을 신은 것처럼 토실토실.. 2013. 4. 6.
봄비 맞이하는 스밀라와 어머니 오래간만에 내리는 봄비를 맞이하러 베란다에 나온 어머니께 스밀라가 도도도 달려갑니다. 자기도 바깥 구경 하겠다며, 베란다에 놓아둔 종이 상자 위로 폴짝 뛰어오르네요. 스밀라를 본 어머니가 반갑게 웃어줍니다. 고양이는 창밖 구경을 좋아합니다. 특히 창문이 열려 있을 때 창문 너머로 흘러들어오는 낯선 냄새 맡기를 즐겨하지요. 하지만 바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건 옆에 사람이 있을 때뿐입니다. 모기장이 있기는 하지만 혹시 창밖에 날아든 날벌레를 보고 스밀라가 달려들다가 모기장이 흔들리거나 하면 위험할지도 몰라서, 항상 옆에 지키는 사람이 있을 때만 창문을 열어놓거든요. 그래서 스밀라도 지금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면 바람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걸 알고 다가간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어머니 곁에서라면, 하루쯤은 고.. 2013.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