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공원의 흔한 풍경, 길고양이 심야식당 일본 고양이 여행의 경로에 꼭 끼워넣는 곳으로 공원이 있다. 공원 자체를 돌아보러 가는 목적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고야 성 앞 작은 공원에 들렀을 때도 어김없이 길고양이와 밥주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공원에 어스름이 깔리면, 한낮에 드문드문 보이던 길고양이도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간이 된다. 일본의 길고양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람을 친근하게 여기고 따르지는 않는다. 고양이가 만약 사람을 피하지 않고 뭔가 기다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면, 그 고양이는 이미 사람에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 고양이도 풀밭 위에 식빵을 굽고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제법 거리가 좁혀졌지만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우리는 따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옹~" 익숙한 인기척을 느낀 길고.. 2013. 5. 7.
마네키네코 도리에서 '숨은 고양이 찾기' 도자기 마을 도코나메에는 작가들이 만든 복고양이 도예작품이 야외전시된 '마네키네코 도리'가 있다. 흔히 조각상이 좌대에 올려져 있는 것과 달리, 마네키네코 도리에서는 행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벽에 붙어 있어서 친근한 느낌이 든다. 비스듬하게 경사진 벽을 따라 걷다가 초록색 육교가 나올 때쯤 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초대형 마네키네코 '도코냥'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육교 아래로 마침 쿠로네코 택배 차량이 지나간다. 쿠로네코 택배의 로고마크는 새끼고양이의 목덜미를 문 올블랙 어미고양이. 엄마의 마음으로 고객의 택배를 안전하게 배달해드리겠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흰고양이와, 가장 유명한 검은 고양이가 우연히 마주친 재미있는 순간이다. 도코냥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은 육교를 통해.. 2013. 5. 6.
길고양이가 벽에 바짝 붙어 걷는 이유 일본의 소도시 이누야마의 길고양이가 종종걸음으로 영역 순찰에 나선다. 나도 이누야마 성을 돌아보고 내려오던 길에 딱히 다음 일정이 없었던지라 길고양이를 따라가본다. 인기척을 느낀 고양이가 이쪽을 힐끗 보더니 걸음이 빨라진다. 그렇다고 황급히 뛰어 달아나는 건 아니고 속도만 좀 높이는 정도로. 자기를 위협하는 것도 아닌데 미리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길고양이가 걸어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벽을 따라 길가에 바짝 붙어서 걷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가다가 간혹 이렇게 벽이 사라져버려서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자동차가 드나드는 주차공간이라 어쩔 수 없는데, 고양이도 잠시 멈춰서서 계속 직진할지, 주차장 안쪽으로 몸을 숨기며 갈지 고민하는 듯하다. 주차장을 지나 차가 다니는 길로 접어든다... 2013. 5. 4.
이누야마 길고양이가 좋아하는 침대 나츠메 소세키 가옥이 있는 메이지무라에서 다시 이누야마성으로 가는 길, 발걸음을 멈춰서게 만드는 길고양이를 틈틈이 만날 수 있었다. 긴팔옷을 입었다가 소매를 동동 걷어붙여야 할 만큼 아직 더운 한낮, 고양이들은 더위를 견디려는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고등어무늬 녀석은 자동차 위로, 은회색 고양이는 창고 시설물 위로 뛰어올랐고, 검은 고양이는 폐냉장고 위에 올라앉아 있다. 고양이들 앉은 자리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금속재질이라는 점. 식빵자세로 앞발을 감추고 앉아 눈만 동그랗게 뜨고 나를 주시하는 올블랙 고양이의 침대도 마찬가지다. 어둠 속에 켜둔 두 개의 촛불처럼, 금빛 눈동자만 반짝반짝 빛내며 나를 관찰한다. 보통은 사람이 고양이를 관찰한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도 이렇게 사.. 2013. 5. 1.
늙은 고양이를 배려해준 세토의 작은 가게 도자기로 유명한 아이치 현 세토 시에는 '가마가키 오솔길'이라는 정감 어린 골목길이 있다. 흔히 돌이나 시멘트 황토 등으로 벽을 마감하지만, 이곳은 도자기로 장식해 이채롭다. 세토 시 관광포스터에 실린 이 사진이 바로 가마가키 오솔길이다. 한데 이 사진에서 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던 건 한가롭게 앞발을 그루밍하던 삼색 고양이의 모습. 물론 저건 모델 고양이일 테고, 실제 길고양이라 해도 내가 간 그 시점에 고양이가 있으리란 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만나면 좋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골목길 산책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세토 시로 향했다. 마네키네코 축제가 끝난 다음날 오전이라 그런지 세토 시내는 한적했다. 축제를 즐기러 일본 전역에서 모여든 고양이 마니아들이 빠져나간 다음 날이라 그런지 더 한산해.. 2013. 4. 30.
나츠메 소세키의 고양이와 '메이지무라' 나츠메 소세키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본소설 중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작품이다. 메이지 시대의 건축물을 이전해 한 자리에 모아놓은 야외건축박물관 ‘메이지무라’에는 나츠메 소세키가 살던 가옥을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 있다. 물론 소설 속에 등장하는 능청스런 고양이 모형도 함께. 메이지무라는 이누야마 시 근교의 10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대지에 메이지 시대의 건물 60여 동을 통째로 옮겨다 복원해놓은 곳이다. 스웨덴의 스칸센이나 한국의 용인민속촌 같은 곳이라고 보면 될 텐데, 그 규모가 놀랍다. 보통 건축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나츠메 소세키 주택만큼은 나처럼 고양이를 좋아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첫 장을 펴는 .. 2013.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