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툰 '도자기'를 기억하세요? 전통유물 속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를 정감어린 웹툰으로 그려낸 호연님이 갑작스런 심장병 진단에 고통받고 계십니다. 수술비 1천만원을 구해야하는 웹툰작가 '호연'님을 돕고자, 많은 네티즌이 글을 올려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글루스'에서 시작된 모금운동은 여러 블로그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상황입니다.
수술비 마련조차 힘든 웹툰작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모금 동참글이 올라오는 건, 블로그 문화의 순기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웹툰을 감상하는 데 그쳤던 독자들이, 작가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위해 발벗고 나선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호연님은 작품에만 몰두하기 위해서 상업적 일러스트 의뢰 등 기타 작업은 거절해왔다고 합니다. 그런 작가가 지병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수술비 마련을 위해 작품을 팔겠다고 나서는 건, 너무 힘겨운 선택이었을 겁니다.
흔히 웹툰은 공짜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아파서 업데이트가 늦는다거나, 연재를 중단하면 무책임한 작가라며 비난합니다. 심지어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 아니냐"고 비난하는 댓글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주 1~2회씩 일정 수준의 웹툰을 그려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마감 있는 직업은 작가들의 피를 말립니다. 작품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나 사정이 있어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을 때도, 마감은 어김없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연이은 밤샘작업과 마감 스트레스가 반복되다보면, 건강한 사람도 점차 몸이 아파오고 우울증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지병까지 있다면, 몸은 당연히 급속도로 나빠지겠지요.
노동 강도에 비해,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는 웹툰은 수익이 미미합니다. 연재 계약을 한 작가들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무보수로 자기 작품을 올리는 웹툰 작가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포털 연재만큼 많은 분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기회도 드물기 때문에, 많은 웹툰작가들이 오늘도 작품을 그려서 포털사이트에 올립니다.
저도 그런 작품들을 재미있게 보아왔습니다. 특히 웹툰 '도자기' 같은 경우는,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그림에다 한국 전통 유물에 대한 애정이 잘 녹아있는 작품이라 눈에 들어왔구요. 그런데 갑작스런 심장병이라니...독자 입장에서도 충격인데 작가에게는 얼마나 큰 시련일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받으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지만 수술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3월 28일 밤에 작성된 웹툰작가 호연님의 힘겨운 고백에, 많은 블로거들의 응원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네티즌들이 올린 호연님의 심장병수술 모금 글들. 블로그 문화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호연님은 그림 팔아 수술비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그냥 도와달라고 손 내미는 것도 아니고, 분신 같은 그림을 팔아서 자기 자신을 살리는 일인데요. 호연님의 웹툰을 감명깊게 보았던 사람들이, 호연님 작품도 소장하고 수술비도 모금될 수 있도록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호연님과 일면식이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호연님의 그림과 블로그를 보고 진실된 작가라는 것이 느껴져서 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호연님의 그림을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급하게 써내려간 이 글이, 지금까지 공짜로 보아왔던 호연님의 웹툰에 대한 최소한의 구독료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3월 29일 22:00 현재 모금계좌가 닫혔습니다. 수술비가 어느 정도 모였다고 합니다.
블로그에 감사의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글에 걸린 트랙백(91) | 핑백(24) | 덧글(831)
하루만에 이 정도라니, 모두 이분들의 힘인 것 같네요. 호연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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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이 정도라니, 모두 이분들의 힘인 것 같네요. 호연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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