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고양이들 산책로의 제설작업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분이 계셔서

짤막하게 글 남겨요. 날도 무지 추운지라 제설작업이랑 먹거리만 후다닥 챙겨주고 왔습니다. 

눈길에 발 시려워 앞발 털며 걷는 고양이가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곳에서

길고양이들 밥 챙겨주는 어르신을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지라, 연세도 있으신데 

얼어붙은 눈길 걱정도 되고 해서 겸사겸사 다녀왔어요.
눈이 다져져서 얼어붙어버리면

그때 가서 치우기도 어려울 거 같으니...그나마 아직 푸석해서 치워지더라구요.


제설용 넉가래와 P삽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긴 했는데 연말이라 언제 배달될지 몰라서,

간이 눈삽으로 대강 정리했습니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눈을 치우니 고동이가 어리둥절해서 보네요. 

오래간만에 짝짝이 양말을 신은 소심둥이 짝짝이도 슬그머니 얼굴을 내밉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래?"  "먹을 거나 빨리 주지...냄새 솔솔 나는데."

둘이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 같네요^^;


이 근처 청소하는 분들이 쌓인 눈을 화단 쪽으로 다 퍼다 올려놓아서, 고양이 은신처 근처로도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만, 그래도 눈 쌓인 나무 밑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고양이들도 당분간

맨땅 밟으며 지낼 수 있겠네요. 길은 터 놨으니...내년엔 눈도 적당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도 고양이도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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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전문 출판사 야옹서가입니다.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

둥글게 움츠린 고양이의 등짝이 어쩐지 추워보이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단풍이라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의 희미한 붉은색으로만 느낄 수 있을 따름입니다. 한때 붉게 물들었다

잿빛을 띤 분홍색으로 변하는 단풍잎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있는 힘껏 불태우고

아무 미련 없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머물렀던 시간을 '소풍'이라고 표현했던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소풍 가던 날의 들뜬 마음을 접고 가만히 이 땅으로 내려앉은 낙엽들이

마른 땅에 따스한 융단을 만들어줍니다. 그 융단을 즐거이 이용해 주는 것은 

동네 고양이입니다. 노란 치즈 얼룩무늬가 예쁜, 통통한 겨울 고양이입니다.
 


등산객의 인기척이 들려도 한번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담담한 표정으로 단풍잎 융단을

만끽합니다. 융단 위에서의 시간은 고양이에겐 빼앗기고 싶지 않은 평화로운 순간인가

봅니다. 가만히 식빵을 굽고 있을 뿐입니다. 꼭 불판 위에 놓인 치즈 식빵 같다고나 할까요. 
 
이제 두어 살쯤 되었을까요? 달아나지도 않고 저와 가만히 눈 맞추는 모습이 당당합니다.

단풍잎 융단 아래 노란 고양이, 은행잎처럼 잘 어울립니다.


올해는 단풍 구경을 해볼 겨를도 없이, 짧은 가을이 지나가버렸네요. 고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올 겨울은 고양이들에게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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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

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그랬다지요?
 
요즘에는 그런 자세를 요구하는 집도 거의 없겠지만요.

맨 처음 저런 조각을 본 것은 한 헌책방에서였는데

그땐 원숭이 세 마리가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만들었음직한 분위기의 조각이었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의 고양이 카페 앞에서

저 3인방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희는 어디서 왔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의 고양이 3인방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의 자세는

약자로 취급받는 이들, 혹은 약자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 힘이 없는데, 눈에 보이기는 하니 마음만 아프고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데, 들으면 더 속만 쓰리고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 말하자니 내 가슴만 답답해서

그렇게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말 못하는 것처럼

묵묵히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픈 것이 눈에 밟힐 때,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괴로운 소리가 들려도, 귀 막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말해야 할 상황에서, 누구든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외면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지켜봐 줄 사람은

정말로 아무도 남지 않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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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호기심을 느끼는 물건을 발견하면 제일 먼저 하는

행동 중 하나는,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는 일입니다.

이 고양이도 집에 새로 들어온 플라스틱 보호대를 발견하곤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합니다. 보호대 끝에 코를 갖다대고

가끔 통통 튀기듯이 코를 뗐다 붙였다 하면서 말이죠.


"어허, 이 집에 새로 들어왔으면 신고식을 해야지! 보아하니

나랑 색깔도 비슷하구만." 고양이의 표정이 자못 심각합니다. 


냄새 맡기에 심취해 한쪽 눈까지 지그시 감은 모습이 귀엽습니다.

'음...이 냄새는 어쩐지 야릇한 걸?' 하고 생각하는 얼굴이네요.


뒷발로 서느라 한쪽 앞발로는 의자를 짚었는데, 두 발로 서 있기 힘드니까

앞발에 힘 들어간 것 좀 보세요^^


앞에서 보니, 대나무를 타고 휙휙 날아다니던 영화 '와호장룡'의

주인공 같아 보입니다. 아마 움직이는 물건이라면 고양이의 활극을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고양이의
 
냄새본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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