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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떠나는 해외이주 여행 가이드북 작가 김동운씨는 요즘 아내의 모국인 일본으로 이주할 준비에 바쁘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면,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살아봐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다. 그가 일본 이주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인 일의 하나는 반려견 쿠로를 데리고 비행기에 오르는 일이다. 한국에서 일본까지는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에 불과하지만, 쿠로가 비행기를 탈 자격을 얻기까지는 장장 8개월이 걸렸다. 반려견과 함께 외국 이주를 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건 비용과 시간이다. 일단 반려견의 정보를 담은 마이크로칩 이식은 필수다. 또한 광견병 발생 국가인 한국에서 광견병 없는 일본에 반려견을 데려가려면, 한 달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광견병 백신을 접종하고 검역기관에 혈액을 보내 항체 형성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2008. 6. 11.
고양이의 파안대소 고양이의 몸에서 가장 예쁜 곳을 꼽으라면 눈동자라고 말하겠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곳은 역시 입술이다. 만화 캐릭터처럼 선명한 ㅅ자 입술을 보노라면, 귀여워서 꺅꺅 소리를 지르고 만다. 살짝 입 꼬리를 올린 채 잠든 고양이 입술은 웃는 표정과 어쩜 그리 닮았는지! 틈틈이 찍은 고양이 사진을 갈무리하다가, 나도 모르게 배실배실 웃는다. 변화무쌍한 고양이의 표정이 사랑스럽기 짝이 없어서다. 어찌 보면 단호해 보이고, 어떨 때는 심통 난 것 같고, 때로는 새침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표정들. 고양이가 뭔가 집중해서 바라볼 때, 망설이듯 살짝 벌린 입술은 금세라도 내게 말을 건넬 것만 같다. 입을 있는대로 힘껏 벌려 고양이 하품을 할 때면, 실은 웃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꼭 파안대소를 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만 .. 2008. 5. 22.
도시 동물 여행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비수기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는 걸 깨닫고 새삼 놀랐다. 나는 언제나 떠나는 사람보다 머무르는 사람 쪽에 가까웠으니까. 사람들이 여행에서 기대하는 맛집 탐방이나 쇼핑도 관심이 없었고, 관광명소 앞에서 V자를 그리며 ‘나 여기 다녀왔소’ 하고 증명사진 찍는 건 더더욱 질색이었다. 게다가 모처럼 마음먹고 여행을 준비하려 해도, 낯선 곳에서 헤매지 않으려면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가이드북을 사고, 약도를 인쇄하고, 인터넷 자료를 갈무리하고, 경험담을 읽다 지쳐서 여행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쉬고 싶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휴가가 주어져도 ‘세상에는 여행보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도 있는 법이지’ 하고 되뇌면서 집에서 고양이와 함께 뒹굴뒹굴 놀곤 했다. 한데.. 2008. 4. 24.
스밀라의 기록법 15년 묵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구석구석 뜯어보면 성한 구석이 없다. 처음엔 황금빛이었다가 이젠 구릿빛으로 변한 손잡이는 헛돌기만 할 뿐 제대로 열리지 않고, 부엌 싱크대 서랍 레일이 망가져 툭 기울거나, 거실 천장의 형광등 커버가 느닷없이 추락하는 바람에 가슴이 철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에겐 이렇게 낡은 집도 그저 새로워 견딜 수 없는 모양이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잠으로 보내는 녀석이지만, 깨어 있을 때면 집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소일하느라 여념이 없다. 책꽂이 위로 폴짝 뛰어올라 꼭대기에 쌓인 먼지를 털고, 방문을 열겠다고 앞발로 문짝을 긁어 생채기를 남기면서. 가끔 스밀라가 문 앞에서 벅벅 긁는 소리를 내면서 밖으로 나갈 때면, 열어주지도 않았는데 혼자 문을 열고 .. 2008. 3. 30.
동물학대의 소극적 공범자 지난해 가을, 고양이 학대 동영상 한 편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샴고양이를 싱크대에 목매달거나 때리며 괴롭히는 내용이었다. 숨이 막혀 침을 질질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고양이를 본 사람들은 분노했고, “저 인간을 응징해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한국 네티즌의 수사력은 놀라웠다. 이들의 집요한 추적과 제보에 힘입어 올해 3월 초 범인을 검거했으니 말이다. 한데 막상 잡고 보니 18살 청소년이어서, 결국 기소유예 처리되었다 한다. 사건의 전말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범인 검거는 통쾌했지만, 미성년자라서 죗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동물 학대는 ‘재미’가 아니라 ‘죄’라는 것을 일깨우려면, 하다못해 동물단체 봉사 판결이라도 내렸어야 하지 않을까? 범인은 “죄가 되는 줄 모르고.. 2008. 3. 12.
타인의 취향 몇 년 전 어느 면접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면접이 마무리 단계에 이를 무렵, 면접관이 물었다. “취미는 뭐죠?” 틈나는 대로 헌책방을 다녔고 헌책방 동호회 운영진도 맡았던지라, 별 고민 없이 “헌책방 다니기입니다”하고 답했더니, 면접관이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었다. “다른 취미는요?” “가끔 구체관절 인형도 만들고, 길고양이 사진도 찍는 것도 좋아하고요.” 면접관의 표정은 헌책방 이야기를 꺼냈을 때보다 한층 더 굳어졌다. “주로 ‘혼자’ 하는 일이네요.” 그의 말은 짧고 단호했다. 면접관은 더이상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 회사에서도 다시 연락은 없었다. 면접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좀더 정치적인 대답을 해야 했을까?’ 싶어 잠시 후회했다. 하지만 ‘관심도 없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2008.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