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찍은 고양이 사진을 갈무리하다가, 나도 모르게 배실배실 웃는다. 변화무쌍한 고양이의 표정이 사랑스럽기 짝이 없어서다. 어찌 보면 단호해 보이고, 어떨 때는 심통 난 것 같고, 때로는 새침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표정들. 고양이가 뭔가 집중해서 바라볼 때, 망설이듯 살짝 벌린 입술은 금세라도 내게 말을 건넬 것만 같다. 입을 있는대로 힘껏 벌려 고양이 하품을 할 때면, 실은 웃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꼭 파안대소를 하는 것처럼 보여서 그만 따라 웃게 된다. ‘어쩜 저렇게 시원시원하게 입을 벌리고 웃는 표정을 지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스밀라의 호탕한 표정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웃어본 적이 있었나 생각하니, 마지막으로 소리 내어 웃었던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이쯤 되면 “웃는 표정은 인간만 지을 수 있다던데?” 하고 지적할 사람도 있음직하다. 한데 고양이와 함께 살아보면 그 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감정을 감추지 않고 솔직히 드러내는 고양이 입술에는 인간 못지않은 다채로운 표정이 담겨 있다. 물론 과학의 힘으로는 그들의 표정을 식별하기 어렵겠지만, 함께 뒹굴며 살아온 세월의 힘을 빌리면 고양이 표정을 읽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스밀라의 웃는 얼굴에는 작은 결함이 있다. 고양이에게 발톱만큼 중요한 무기인 송곳니가 한 개 없기 때문이다. 입양되기 전 험한 거리 생활을 하다가 부러졌는지, 혹은 어딘가에서 빠졌는지 모르지만, 다시 자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를 상품 취급하는 동물가게에서라면 ‘하자 있는 고양이’로 분류되어 천덕꾸러기가 됐겠지만, 내겐 스밀라의 그런 모습도 소중하다. 그 결함이, 스밀라의 웃음을 특별하게 기억하도록 도와줄 테니까.
고양이가 곁에 없을 때, 내게 힘을 주는 고양이 웃음이 그리울 때면 (^ㅅ^) 이렇게 생긴 고양이 이모티콘을 그려 본다. 그럼 이모티콘 속에서 고양이 웃음의 활기찬 기운이 전해진다. 오늘 하루도 기운내서 씨익 웃어보자고, 이모티콘이 말을 건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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