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스밀라가 박스 속으로 쏙 뛰어들어 숨었습니다.

얼굴과 몸은 숨겼지만 허리는 다 보이는데, 바깥이 안 보이니

제 딴에는 완벽하게 숨은 거라 생각한 모양입니다.


제가 "스밀라 뭐해?" 하고 머리 위에서 말을 건네니

"헉, 어떻게 알았지?" 하는 눈빛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녀석, 다 보인단 말이다^^


스밀라는 박스 안에서 저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다음 동작을 생각합니다.

기왕에 들켰으니 그냥 나갈까, 아니면 모른 척하고 박스 안에 있을까...

조금 더 상자속 숨바꼭질 놀이를 즐기기로 한 모양입니다.

다시 머리를 쏙 숨겨보지만, 귀는 바깥으로 열어놓았습니다.

고양이의 귀는 가끔 눈 역할을 대신하기도 해요. 민감한

청각으로 바깥의 동태를 잘 살필 수 있거든요.

그런 스밀라를 놀려주는 방법은 손가락 긁기 놀이입니다.

숨어있을 때 상자 앞을 손가락으로 살살 긁어주면, 그 소리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거든요. 상자에서 튀어나오기

직전의 고양이 동공은 호기심으로 한껏 커져 있습니다.

어두운 곳에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관심 가는 것을 보면

저렇게 동공을 한껏 열어 눈앞의 대상을 시선으로 빨아들입니다.

급기야 깜짝상자에 숨은 피에로 인형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앞발을 내밀어 봅니다. 제 손가락인 걸 알고 있지만 장난치는 거죠.

고양이가 진짜 사냥을 하려 했다면 발톱을 내밀지만, 저렇게

장난을 칠 때는 발톱을 집어넣고 솜방망이 주먹을 해가지고

저를 때린답니다.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 내게 바라는 건, 의외로

단순합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함께 뒹굴며 노는 것, 다정한

눈빛으로 말을 걸어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 아무리 비싼

장난감과 캣타워가 있어도 사람의 애정이 없으면, 고양이는

어느새 시무룩해지고 맙니다. 고양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그런 반려인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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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2010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수의사의 동물 진료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과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물진료에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것은 단순히 신규 세원 확보의 논리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현재까지 의료용역은 모두 면세였지만, 단순히 인간 진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느닷없이 동물 진료행위에만 면세를 철회하고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은 

아픈 반려동물이 제때 병원치료를 받고 생명을 구할 기회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장애동물, 갑작스런 병에 걸린 동물, 큰 사고를 당한 동물, 노환을 앓는 나이든 동물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으려면, 또한 유기되는 동물들이 더욱 증가하는 일을 막으려면

동물진료 부가가치세 도입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작년 '2009년 세제개편안'에도 동물진료 부가가치세 부과안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동물병원과 반려동물단체 등이 주축이 되어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노력한 끝에 철회되었습니다. 

동물진료 부가가치세 도입은 동물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사람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며,

일부 무책임한 사람들에 의해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데 일조할 뿐입니다.


동물진료 부가세 문제는 개인적으로 불만을 표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므로

보다 많은 분들의 뜻을 모아 기획재정부에 전달할 수 있도록 아고라에 반대서명 청원을 만들었습니다.

취지에 동의하는 분들은 동물진료 부가세 반대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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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함께 살며 감정을 나누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다면, 어떤 동물이든 그 사람에겐

반려동물로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동물의 몸집이 얼마나 크고 작은지, 가축으로 분류되는지

혹은 반려동물로 분류되는지, 입양할 때의 가격이 얼마였는지에 관계없이, 그 동물과

반려인이 나눈 추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럽 고양이 여행 중에 유독 반려동물묘지를 꼼꼼히 돌아보게 된 것은 그런 까닭입니다.


스톡홀름 동물묘지에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고양이의 무덤이었지만

개, 말, 토끼, 새 등 다양한 동물의 무덤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비석에 명시되지 않았을 뿐

다른 동물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오늘은 고양이 외의 다른 동물 무덤 중심으로 돌아봅니다.

독특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던 말의 커다란 무덤입니다. 스톡홀름의 동물묘지는 무덤과 무덤 사이에 

구획을 짓지 않고 수목림 사이에 자유롭게 조성되어 있는데, 무덤의 형태도 반려인의 취향에 따라

변형된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말의 커다란 덩치를 감안해서 크게 만들고 싶었을까요? 하트 모양으로

경계석을 세웠습니다.

동물무덤에는 해당 동물과 관계 있는 조각을 함께 전시하는데, 이 무덤을 만든 사람은 하얀 망아지와 함께

날개 달린 말을 함께 놓았습니다. 세상을 떠나서도 천사가 되길 바라며 갖다놓은 것이겠죠.

사진 속 말의 모습을 꼭 빼닮은 흰 말이 요정과 함께 뛰어오르려 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는

육신의 무게도 없이 자유롭게 뛰어오를 수 있겠죠.

말의 덩치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무덤도 커다란 것은 아닙니다. 이 무덤은 두 마리 말이 함께 묻힌 합장묘인데,

방석 크기의 작은 자연석을 비석으로 만들어 눕혀두었습니다. 아마 화장을 했겠지요. 
 

토끼의 무덤도 있습니다. 여름의 스웨덴은 금잔화가 한창입니다. 생화를 심는다면 손이 많이 가지만,

사랑했던 반려동물의 무덤도 그만큼 자주 돌아볼 수 있게 되겠지요.

아까 말의 무덤보다 더 커다란 토끼의 무덤입니다. 살아생전 동물의 몸집과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대로

무덤의 크기와 모양을 조성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금빛 엉덩이를 자랑하는 토끼의 몸을 보니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밖에 살지 못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반려인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었기에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싶었을 겁니다. 

고양이의 무덤과 더불어 가장 많은 것은 개의 무덤입니다.

스톡홀름 동물묘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수목장 형식으로 나무 밑에 반려동물의 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무덤은 합장묘인데, 강아지들이 평소 즐겨 놀던 장난감 뼈다귀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 무덤도 마찬가지로 나무 아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연에서 태어난 동물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식,

마음에 듭니다. 어쩐지 세상을 떠난 내 개가 그곳에서 나무로 다시 살아나 나를 내려다볼 것만 같습니다.

비석에는 망자에게 평안을 주는 비둘기 모양의 그림이나 조각이 종종 들어갑니다.

모짜르트라는 이름을 지닌 이 개의 비석에도, 작은 새 한 마리가 찾아와 위로해주고 있습니다.

화려한 무덤장식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꽃과 돌멩이로 구획을 표현한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펜던트 속의 검은 개는 혓바닥을 내밀고 찾아온 사람들을 향해 언제까지나 웃음을 짓는 듯합니다.

소박하게 사진과 작은 기념물을 늘어놓는 것으로 비석을 대신한 무덤도 있고,

반려동물이 갖고 놀던 장난감과, 천국에서 평안하기를 바라는 천사들의 조각, 스테인드글라스 조명등까지

화려하게 꾸민 무덤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무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은, 반려동물을 향한 인간의 애틋한 마음. 세상을 떠난 동물과

함께할 수 없지만, 그리운 마음을 달랠 길 없을 때 찾아가서는 가만히 앉아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쉼터와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무덤을 찾지 못할 때라도 함께 묻힌 동물들이 있으니 외롭지 않을 거라는 마음.

그리고 무덤을 찾은 다른 사람들이, 내 반려동물의 사진을 보며 공감할 수 있으니 또한

덜 외로울 거라는 마음이, 반려동물 묘지에 담겨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시간은 짧다는 것,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그 시간이 언제

갑자기 찾아올 지 모른다는 것...그러나 혹시 이별의 순간이 찾아와도, 가끔 생각날 때마다 찾아가

추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나마 한자락 마음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스톡홀름 동물묘지의 고양이 무덤만 따로 보시려면...(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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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집을 은신처로 삼아 살아가는 길고양이가 그늘 아래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한낮에는
 
숨쉬기도 짜증이 날 만큼 푹푹 찌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햇볕 아래 그대로 몸을 노출한 것과

그늘 아래 있는 것은 천양지차니까요. 아쉬우나마 더위를 피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오면 천막집으로 잽싸게 피할 수도 있으니, 길고양이에게는 고마운 보금자리입니다. 


길고양이를 만나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가만히 앉아 바라봅니다. 사람이 나타나면 바로 달아나는

조심성 많은 녀석들도 있지만, 고양이는 소심함 못지 않게 호기심도 강하기 때문에 자리를 뜨지 않는

녀석들도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궁금함을 못 이긴 고양이가 눈빛으로 넌지시 물어옵니다.


"당신은 누구예요? 뭐하러 온 거죠? 맛있는 거 있어요? 혹시 때릴 건가요?"

호기심, 의혹, 두려움, 배고픔...복잡한 감정이 담긴 저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매번 겪는 일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출렁입니다.


인간의 언어로는 고양이와 소통할 수 없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땅바닥에 가만히 앉아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해치지 않아'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게 고양이와 눈으로 대화를 나누고 나면, 한동안 자리를 떠나기가 힘이 듭니다.
 
짧은 눈인사에 마음이 싱거워진 고양이가 볼일을 보러 떠나더라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삼십 분이고 한 시간이고 그 자리에 앉았다 옵니다. 

이곳은 길고양이의 은신처이기도 하지만, 어느새 저의 은신처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세상 밖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어린 길고양이의 삶은 큰 고통 없이 행복했으면.

크게 웃을 일은 없더라도, 크게 울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마음 속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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