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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어도, B컷으로 분류되어 쓰지 않게 되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도 그런 경우였는데, 같은 고양이가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란 책의

표지 사진으로까지 쓰인 반면, 이 사진은 개밥의 도토리처럼 하드 속을

굴러다니다가 어찌어찌하여 다시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나중에 책에 실린 사진과,

미처 싣지 못한 미공개 사진을 추가해서 '일본 고양이 여행' 폴라로이드 엽서를

만들었는데, 따로 떼어놓고 보니 또 그런대로 귀엽게 보인다.


고양이 발밑에 무심하게 채이는 저 도토리들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도

제 몸에 맞는 자리를 찾으면 예뻐 보일 수 있구나, 버려야겠다 여겼던 것도

실은  어디 한 군데 쓸모없는 것이 없구나. 고양이는 먹을 수 없는 그 열매들이 

귀찮겠지만, 도토리를 보며 뚱한 고양이 표정이 새삼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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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따라다니다 보면, 가끔 경이로운 풍경을 만난다. 좁은 골목 끝에서 숲처럼 나무가 우거진 곳이 나타나거나, 옛  모습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오래된 건물이 눈에 들어올 때가 그렇다. 흰토끼를 따라 동굴로 뛰어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종종걸음으로 앞서가는 길고양이를 열심히 쫓아가본다.

길고양이가 숨어들어간 곳이 낯선 골목이라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므로앨리스처럼 키가 작아지거나, 목이 늘어나거나, 무서운 여왕과  크로켓 시합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런 점에 있어서는 안심하고, 그저 눈앞에 펼쳐질 다른 세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은신처는 인적 드문 골목 어귀인 경우가 많다. 사람 많고 떠들썩한 곳보다 조용한 다락방 같은 곳을 좋아하는 취향과도 일치한다. 좋아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종착점은 비슷하다. 
 

야나카의 골목길에서 길고양이를 따라가다 닿은 곳은, 주택에 딸린 대나무 정원이었다. 한국의 일반 주택에서는 대나무를 정원에 잘 심지 않는다. 하늘을 향해 뻗은 대나무 줄기가 접신의 기능을 한다고 하여, 점집 앞마당에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과 점술가를 잇는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본에서 대나무 정원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정원수의 의미로 심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이 탁 트이는 풍경이다. 세로사진은 보통 가로 픽셀을 500px에 맞춰 리사이즈하는데, 오늘은 그냥 가로사진 폭에 맞춰 올려본다. 화면 가득 초록색의 평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대나무 정원의 한 구석에는 길고양이가 자리잡고 있다. 마치 제 집인양 편안한 자세로... 이 고양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블로그 스킨으로 한동안 쓰고 있다. 길고양이가 몸을 누이고 한가로이 하품하는 아늑한 공간에서 마음도 평안을 찾는다마음에도 천천히, 초록색 물이 드는 듯하.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은 언제나 전쟁 같지만, 고양이와 함께 했던 기억을 야금야금 꺼내어 피로회복제 대신 먹어본다. 여행의 순간은 짧지만, 추억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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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를 알릴 오프라인 전시와 행사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자료를 찾기 위해서
지난 주말과 이번 주 월요일까지

일본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지금 막 돌아와서 글 올려요.

진득하니 붙잡고 앉아서 글을 쓸 시간이 주말밖에 없는지라,

이번 주엔 부득이하게 거문도 길고양이 관련 글을 건너뜁니다. 

이번에 가져온 자료들로 글을 쓰고 다음 주 초에 올릴게요. 

글이 못 올라가는 동안에도 전시와 행사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할 예정입니다.


* 마침 부재중일 때 거문도 탐방기가 다음 메인에 떴군요;;




365일 윙크하는 고양이 신이치 군을 만난 곳은, 도쿄의 고양이 카페 '넨네코야'에서였습니다. 넨네코야는 주중에는 고양이 공방으로 운영되고, 주말이면 고양이 카페로 변신하지요. 칼같이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서, 오후 늦게 찾아갔다 헛걸음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두번 걸음을 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앙증맞은 고양이 공예품과 고양이 모양의 먹을거리들이 있고, 사랑스런 '고양이 점원'들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아니, 카페에 웬 고양이 점원이냐고요? 넨네코야에서는 가게 인근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고양이 점원으로 채용해,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하게 한답니다. 카페를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놀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편의상 점원이라고 부르지만, 프리랜서 고양이들이기 때문에 가둬 기르지는 않아요. 길고양이답게 자유롭게 가게와 바깥을 드나들지요.  
 
신이치 역시 이들 고양이 점원 중 한 마리입니다. 올해로 11살이 된 신이치에겐 한쪽 눈이 없습니다. 그래서 꼭 날마다 윙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요. 나이가 많으니 신이치 군이란 호칭보다 할아버지란 호칭이 더 어울리겠네요.
넨네코야의 주인장 분은 신이치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신이치를 모델로 삼은 그림과 조각을 만들어 가게 안팎에 전시해 두었습니다. 한쪽 눈이 없는 고양이이지만 이름을 받고, 또 예술픔으로 거듭나 사랑받고 있는 모습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사랑스런 신이치의 모습을 한번 만나보세요.

가게 앞을 지키는 신이치. 가게 안에서도 신이치를 만날 수 있지만, 마음 내킬 때만 들어오기 때문에 언제 만날 지 몰라요.

넨네코야 앞에 조그맣게 마련된 난전 앞을 서성이는 신이치. 한쪽 눈을 잃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신이치는 행복합니다. 

자신의 장애를 결함으로 보지 않고,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개성으로 보아주는 넨네코야 식구들이 있으니까요.

가게 앞에 오두마니 앉아있는, 오래되어 귀퉁이가 벗겨진 목각 고양이상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야나카의 길고양이들 사진을 배경으로, 신이치가 꽃밭에 동그랗게 앉아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신이치의 사진과, 조각으로 만든 모습을 나란히 배치한 엽서입니다. 수줍은 미소를 짓는 듯한 사실적인 모습이 압권이네요.

아마도 펠트인 듯한 재료로 만든 신이치의 인형. 말랑말랑 고양이다운 모습이 사랑스럽네요. 
다른 고양이 장식물과 공예품도 많았지만 신이치를 모델로 한 공예품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신이치의 그림. 원본은 액자에 걸려 있고 아래 엽서도 함께 붙어있네요.


코와 입술을 부비며 친구와 인사를 나누는 신이치. 길고양이들의 마을 야나카에서, 신이치가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가을 들판에 참새 쫓는 허수아비가 있다면, 일본에는 눈빛으로 새를 쫓는 '고양이 허수아비' 도리요케 〔鳥よけ〕가 있다. 어떻게 눈빛만으로 새를 퇴치할 수 있다는 걸까? 그것도 진짜 고양이가 아닌, 가짜 고양이의 실루엣으로 말이다.  

한국의 허수아비는 농부 옷을 입고 들판에 서서 빈 깡통을 달그락거리며 새를 쫓는다. 요즘 새들은 영악해서 어설픈 허수아비 따위엔 잘 속지 않는다지만, 어쨌든 참새들도 순진했던 그 옛날엔 허수아비가 들판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톡톡히 한몫 했던 것은 사실이다. 언뜻 보기엔 사람처럼 차려입은 모양새에, 살아있는 것처럼 가끔 깡통 흔드는 소리도 한번씩 내주니, 조심성 많은 새들이 허수아비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허수아비가 '사람 같은 겉모습+깡통 흔드는 소리'로 새를 쫓았다면, 일본의 도리요케는 '고양이 모습의 실루엣+번쩍이는 유리구슬 눈동자'의 조합으로 새를 쫓는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싫어하는 새의 습성을 노린 것이다. 게다가 그 반짝이는 무언가가 새의 천적인 고양이 얼굴이라면? 새들도 지레 겁먹고 슬금슬금 피할 수밖에. 고양이 얼굴 모양을 한 도리요케는 그런 취지에서 고안된 일종의 '고양이 허수아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허수아비와는 다른 용도로 만들어졌지만, 새를 쫓아낸다는 목적에는 충실하다. 새〔鳥〕를 일본어로 읽으면 '도리'가 된다. 한글과 일본어가 엉터리로 뒤섞인 '잘못된 조어'의 사례로 빈번히 언급되는 닭도리탕(가운데 낀 한자를 풀면 '닭새탕'이 되어서 좀 웃긴다)의 그 '도리'다. 그러니까 도리요케는 '새 쫓는 도구'인 셈이다.

원래 도리요케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앞서 소개한 것처럼 고양이 눈을 흉내 낸 것이 있고, 다른 하나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창살을 아파트 베란다 등지에 설치하여 새의 접근을 원천봉쇄한 것이 있다.  농촌처럼 과수해의 피해가 우려되는 곳에서는 그물 모양의 도리요케를 치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형 도리요케는 새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도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새를 쫓는 데 반해, 창살형 도리요케는 생각없이 날아든 새가 다칠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엔 아무리 새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이 있어도, 설치한 사람은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비록 효과는 100% 바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보다 온건하게 새를 쫓는 방식이 있다면...하는 생각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고양이형 도리요케이다.
실제로 고양이형 도리요케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2007년 여름 요코하마 야마테 지역에서 본 고양이형 도리요케이다. 사실 저 대문의 모습이 하도 특이하고 기괴해서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도리요케가 문 구석에 매달려 있었다.

 

검은 고양이를 정면에서 본 듯한 모습의 실루엣에, 눈 자리에는 투명하게 빛나는 유리구슬이 박혀 있다. 새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싫어하는 것은, 아마 천적인 고양이의 눈매를 연상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2007년 여름 도쿄 세타가야 구의 주택가 대문 앞에서 본 도리요케. 이때까지만 해도 저 고양이 얼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처음에는 "이 집에 고양이가 살고 있어요" 하는 표지판 같은 것인 줄로 알았었다. 게다가 눈동자도 없이 얼굴만 달랑달랑 매달려 있지, 얼굴을 매달아 둔 철사는 녹이 슬었지, 어쩐지 으시시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올해 여름 야나카 주택가의 정원 나무에서 본 도리요케. 작년에 세타가야 구에서 본 것과 동일한 제품인데, 매단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상태도 좋고 눈동자도 제대로 달려 있다.  살짝 미소 짓는 듯한 도리요케를 보면서 내 마음도 가벼워졌다. 새에게 고통을 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멀리 쫓는 것만을 원한다면, 창살보다는 귀여운 고양이 모양 도리요케를 매달아두는 게 보다 인도적이지 않을까? 쉴 곳을 찾아 날아든 새를 무자비하게 찌르는 창살형 도리요케와 달리, 고양이형 도리요케에는 인간과 새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상생의 지혜'가 담겼다. 


마지막으로, 고양이 모양 도리요케와 고양이 눈동자 비교사진을 올려본다. 살아있는 고양이의 눈동자가 저렇게 구슬처럼 빛나는 걸 보면, 새들이 유리구슬 눈동자를 보고 실제 고양이와 맞닥뜨린 것처럼 착각할 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