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2006. 3. 10] 눈꽃축제로 유명한 태백산 초입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곳이 태백석탄박물관(www.coalmuseum.or.kr) 이다. 한때 검은 황금으로 불릴 만큼 부가가치가 높았지만, 이제는 추억 속 산업자원이 된 석탄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기에 진부한 곳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체험자의 참여를 중시한 흥미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조선 시대 탄광 현장부터 수백 여 미터를 내려가는 지하 갱도 승강기까지 실감나게 재현한 태백석탄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총 8개 전시관으로 나뉘는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제1전시관인 지질관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탄광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통로로 들어서면,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바닥이 요동치는데, 이는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 순간을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정신 없이 통로를 빠져나오면, 꽃보다 더 아름다운 능망간석, 어둠 속에서 빛나는 야광석 등 600여 점에 달하는 희귀 암석과 광물, 화석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삼엽충, 암모나이트, 공룡 알 등 화석도 전시되어 작은 지질학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이는 석탄의 생성을 본격적으로 다룬 제2전시관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국 탄광 산업의 변천사를 관람할 수 있는 제3전시관은 조선 시대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채탄 방식의 변천사를 디오라마로 재연해 눈길을 끈다. 전시된 유물 중에서도 연탄의 파란만장한 변천사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시물이다. 원형 틀에 석탄 가루를 넣고 꾹 눌러 만든 초창기 주먹탄부터, 아홉 개의 구멍 때문에 9공탄이 된 초기 연탄, 9공탄에서 좀 더 개선된 19공탄, 군에서 주로 썼다는 31공탄 등 다채로운 연탄이 연탄 틀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광부들의 애환 어린 막장 인생
제4전시관인 광산안전관에서는 지하 깊은 곳에 매장된 석탄의 특성상 늘 잠재된 위험과 싸워야 했던 광부들의 대비책을 보여주며, 제5전시관 광산정책관에서는 각종 문서와 자료로 기록된 광부들의 검은 막장 인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미세한 석탄 가루 때문에 진폐증에 걸린 광부의 검게 물든 폐 표본은 당시의 열악한 작업 환경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충격을 준다. 광산산업이 부흥한 1970년대 당시 광부들이 어떻게 삶을 영위했는지는 광산 사택을 재현한 제6전시관에서 상세히 볼 수 있다.

특히 늘 탄광 사고의 위험을 염두에 뒀던 탄광 지역 주민들은 몇 가지 금기 사항을 꼭 지켰는데, 오늘날 찾아볼 수 없는 풍습이어서 이채롭다. 즉 도시락은 꼭 청색, 홍색의 보자기로 쌌으며, 도시락에 밥을 담을 때에는 죽을 사(死)자를 연상시키는 까닭에 네 주걱을 담지 않았다 한다. 또한 부녀자가 길을 갈 때 광부를 앞질러 가면 안 되었다고 한다.

제7전시관인 태백지역관은 탄광도시에서 관광휴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태백 지역의 간략한 역사를 담은 곳으로 그 규모가 작고 자료도 빈약해 사족 같은 느낌이어서, 본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으로는 다소 약한 감이 있다. 그러나 아직 전시가 끝난 것은 아니다. 태백석탄박물관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체험갱도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7전시관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면, 지하갱도를 내려가는 듯한 실감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순간 불이 꺼지고, 100m씩 지하로 내려감을 알리는 표시등의 숫자가 지하 1km에 달하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지하 갱도가 시작된다. 실제로는 지상 3층에서 체험갱도관이 있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간 것일 따름이지만, 관람객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흥미를 유발한다는 면에서 인상 깊은 장치다.

실제 광산처럼 생생한 체험갱도관
체험갱도관은 일반인들이 보기 힘든 광산 속 풍경을 실감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꼭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다. 곡괭이로 땅을 팠던 조선 시대 이전의 광산 풍경부터, 수레로 석탄을 실어 날랐던 근현대 광산, 기계화된 채탄 산업에 이르기까지 변천사가 동굴 형식의 갱도 속에 연대순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어둠 속에서 도시락을 먹는 광부들의 모습이나, 안전제일을 강조하는 사무실의 대화 풍경 등 인간미 넘치는 풍경도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탄광의 붕락 사고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통로 중 어느 한 지점에 다다르면, 실제 탄광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처럼 바닥과 천장 부분이 심하게 요동치며 광부들의 절규가 들려온다. 음향 효과에 더해 안개까지 뿜어져 나오는데, 이로써 당시 광부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체험할 수 있다.

석탄은 과거 서민들에게는 저렴한 생활 연료였고, 산업 현장에서는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쓰여 온 한국의 유일한 부존 에너지 자원이었다. 1989년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광산업도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최근 경제 불황을 계기로 연탄 소비가 늘면서 석탄 산업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비단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과거 우리네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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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2006. 1. 18]
유명한 테디베어 애호가인 영국 배우 피터 불은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조그만 테디베어와 함께 35년이 넘도록 세계를 다녔다고 한다. 그 주인공이 키 9㎝의 미니어처 테디베어 ‘씨어도어’다. 빨간 방석이 달린 전용 의자, 여행 가방을 지닌 씨어도어는 피터 불에게 유일한 외로움을 덜어주는 친구였다.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세태가 각박해지고 경쟁 사회가 치열해질수록 ‘위로 산업’이 발달한다고 한다. 이 위로 산업에서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폭신폭신한 털이 달린 테디베어를 빼놓을 수 없다. 포근한 털을 지닌 곰돌이 인형 테디베어는 어린이나 여성뿐 아니라 성인 남성에게도 위로의 대상이 될 만큼 친근감을 지닌 존재다.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되돌려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테디베어를 마음껏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테디베어 박물관(www.teddybearmuseum.com)을 찾아가본다.

테디베어 단일주제로는 국내 최대 규모
제주도 중문관광단지 입구에 내려 도로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투명한 유리고깔 지붕이 달린 건물이 눈에 띈다. 이곳이 바로 2001년 4월 개관한 테디베어박물관이다. 총 1,800여 점에 달하는 다채로운 테디베어를 소장해 테디베어라는 단일 주제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박물관이다.

역사관, 예술관, 기획전시실로 나뉘는 박물관 전시실 중에서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역사관이다.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20세기로 놀러온 테디베어 ‘마티’의 안내를 따라 역사관을 돌아보자. 테디베어가 처음 탄생한 100년 전 과거로 되돌아가 역사 속 중대한 사건들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연극 무대처럼 정교하게 연출된 역사관에서는 T형 포드 자동차의 탄생, 빙산과 충돌한 타이타닉 호의 침몰,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중국 진시황릉 발굴, 홍콩의 중국 반환 등을 볼 수 있다. 단순 반복동작이긴 하지만, 효과음향과 함께 곰인형이 움직이기 때문에 흥미롭다.

이밖에도 움직이지는 않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 장면,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마이클 조던의 덩크슛,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 위에서 치맛자락을 날리는 유명한 장면, 나팔바지 입은 엘비스 프레슬리 등 테디베어로 대체된 유명인사도 만날 수 있다.

테디베어로 패러디한 명화의 향연

80년 전 슈타이너 사에서 제작한 움직이는 디오라마 '곰의 결혼식'을 복원한 세트장. 버튼을 누르면 모형 집 안에 불이 들어오고 음악이 흐르며 곰인형이 움직인다.작은 사진은 테디베어박물관 전경

2층에 마련된 역사관이 연극 무대 같은 장대한 스케일의 재현에 충실했다면, 1층의 예술관은 주로 다채로운 곰인형의 종류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시장 중앙의 미니어처 테디베어 250여 점은 그 다채로움에 한동안 눈길을 뗄 수 없을 정도다.

이밖에도 로댕의 키스하는 연인, 부르델의 활 쏘는 남자 조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등을 패러디한 테디베어 명화가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제주도 해녀의 삶을 묘사한 테디베어 부스나, 전통 결혼식을 묘사한 부스는 그 앙증맞은 곰인형이 마치 사람처럼 느껴지는 사실적 무대도 인상적이다.

특히 크리스티 경매에서 2억3,000만 원에 낙찰된 ‘루이비통 테디베어’, 2005년 여름 들여온 125캐럿의 귀금속으로 장식된 ‘125캐럿 테디베어’ 등 희귀 테디베어는 테디베어 박물관의 소중한 자랑거리다.

한편 테디베어의 명칭이 유래된 미국의 26대 대통령 루스벨트와 관련된 자료들도 다수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1902년 당시 곰 사냥을 나선 루스벨트 대통령이 곰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자, 대통령의 체면이 구겨질 것을 염려한 보좌관들이 새끼 곰을 잡아 바치며 사냥한 것처럼 둘러대라고 권했단다.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런 제안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자 신문에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곰 사냥 사건에 대한 만평으로 떠들썩했고, 이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강직한 마음을 기려 그의 애칭인 ‘테디’가 테디베어라는 명칭으로 도입된 것이다. 이런 숨은 이야기로 인해, 테디베어 마니아들은 어느 단계에 이르면 테디베어뿐 아니라 루스벨트 대통령과 관련한 기념품들도 모으게 된다고.

흔히 박물관은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테디베어박물관에서는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인형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어린이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고 싶은 어른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전시된 인형뿐 아니라 계단과 복도 사이에 전시된, 해외의 오래된 테디베어 기념엽서도 아련한 추억을 남겨주는 것이어서 인상 깊다. 좀 더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박물관 바깥의 정원을 한 바퀴 돌아보거나 인근 소리섬박물관도 들러보면 좋겠다.

체험여행 수첩

관람요금 성인 6,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36개월 미만 무료)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7시(연중무휴, 여름 성수기 오후 10시까지)

문의전화 064-738-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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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 2005.12. 13]
“열독가가 실용주의자라면 수집가는 낭만주의자다. 수집가는 책의 다양한 효용가치를 좋아하고 책 그 자체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책에서 얻은 지식이나 문자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삶 그 자체로서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은 그들에게 읽어야 할 대상일 뿐만 아니라 늘 곁에 두고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친구인 셈이다.” 인용구라기엔 다소 길지만 《전작주의자의 꿈-어느 헌책 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의 저자 조희봉의 이 말은, 책을 좋아하고 모으는 수집가들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만큼 설득력이 있다. 책을 좋아하다 보면, 하나 둘 모은 책이 어느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늘어난다. 종국에는 책꽂이가 넘치고, 미처 꽂지 못한 책이 방바닥에 쌓이다가, 나중에는 간신히 드나들 공간만 남겨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지극한 책 수집가의 사랑을 씨앗 삼아 책 전문 박물관의 결실을 맺은 곳이 바로 화봉책박물관(www.hbookmuseum.co.kr)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 (올드 킹 콜, OLD KING COLE)은 가로 세로 각 1m로,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책 속 글씨가 보일 정도로 조그맣다

2004년 10월 개관한 화봉책박물관은 고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해온 화봉문고 여승구 대표가 설립했다. 화봉책박물관의 소장 책 수는 모두 10만여 권. 그러나 전시 공간의 제약과 보존상의 문제 때문에 이를 모두 상설전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특정 주제를 정해 몇 달에 한 번씩 교체 전시한다.

화봉책박물관의 싹은 여승구 관장이 1982년에 개최된 ‘서울 북페어’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다. 여 관장을 찾아온 개인 소장가가 200여 권에 달하는 한국문학작품 초판본의 대리판매를 의뢰했던 것. 여 관장은 고민 끝에 그 책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는 대신 자신이 일괄 구입하고 말았다. 그간 여러 경로로 고서적을 구하러 다니면서 좋은 책을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잘 알았던 그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책들을 차마 넘겨줄 수가 없었다.

한번 책을 대량으로 손에 넣고 보니 가속도가 붙었다. 한국의 고서적 뿐 아니라 서양 고서적이나 현대 화보집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매우 작은 크기로 인해 ‘좁쌀책’이라 불리는 일련의 미니어처 북, 한국의 고지도, 서양과 중국의 장서표 등에 이르기까지 수집의 폭도 넓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책, 가장 작은 책

화봉책박물관 전시실로 들어서면, 푸른 하늘이 그려진 돔형 천장이 있어 마치 드넓은 하늘을 실내로 들여온 듯하다. 전시공간 자체는 협소하지만, 소장품인 책의 특성상 좁은 공간에도 여러 권을 전시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렸다.

소장품 중에서는 개관 기념전 ‘세상에서 제일 큰 책, 세상에서 제일 작은 책’에 소개된 두 책이 이채롭다. 세계 기네스협회가 인증한 세계에서 가장 큰 책 《부탄(BHUTAN)》은 펼쳤을 때의 크기가 가로 2m를 넘고, 높이가 1.5m다. 책의 무게도 50㎏에 달하니 웬만한 힘으로는 이 책 한 권을 혼자 들기도 버거울 정도다. 책이 너무 큰 탓에 읽기는 힘들지 몰라도, 시원시원한 지면 위에 부탄 왕국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올 컬러 수제본 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 《올드 킹 콜(OLD KING COLE)》은 가로 세로 각 1㎜로,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책 속 글씨가 보일 정도로 작다. 스코틀랜드 자장가가 수록된 12페이지 분량의 이 책이 1985년에 만들어졌다니, 벌써 20년 전에 이만큼 뛰어난 인쇄술이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밖에도 다양한 판본의 《천로역정》, 구텐베르크 성서의 인쇄 사본 등 각종 고서와 관련 전시품이 벽면을 따라 빼곡히 줄지은 진열장 안에서 관람자를 기다린다.

화봉책박물관 전시실 전경. 하늘을 담아온 듯 한 그림이 그려진 돔형 천장이 이채롭다.

흔히 소규모의 사설박물관은 상설전 위주의 운영을 하게 된다. 한번 전시품을 교체할 때마다 드는 비용과 인력이 사설박물관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봉책박물관에서는 특별전시회 형식을 빌려, 가능한 한 다양한 소장품을 교체 전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번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 나중에 다시 한번 방문했을 때 ‘뭐야, 저번에 본 것과 똑같네’ 하는 실망감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색 주제로 화제를 모은 개관기념전에 이어, 독도 문제로 일본과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지난 4월 말부터는 ‘민족과 영토전’을 개최해 역사 관련 서적과 고지도를 전시하기도 했다. 지난 11월25일부터 12월5일까지 잠깐 전시되었던 ‘한국 어린이잡지 100선’ 전시회도 흥미로운 책 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찾는 책이 서점에 없을 때 헌책방과 지방 서점, 심지어 출판사 재고분과 저자 소장본까지도 찾아 헤매 본 애서가라면, 화봉책박물관에서 흐뭇한 책과의 만남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책 사랑의 그윽한 향기만큼은 짙게 배어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시실 외에도 간단한 목판화 기법을 몸소 시연해 볼 수 있는 고인쇄 체험실, 화봉책박물관의 전신인 화봉문고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화봉사료관이 마련되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책 (부탄BHUTAN). 펼쳤을 때의 크기가 가로 2m를 넘고, 높이가 1.5m다.

 

체험여행 수첩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연중 무휴. 설날, 추석만 휴관)

관람요금 일반 4,000원, 청소년 3,000원, 초등학생 2,000원, 유치원생 1,500원.

문의전화 02-735-5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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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의 거리로 불리는 서울 인사동에 최근 새로운 박물관이 들어서 눈길을 끈다. 350여 점의 올망졸망한 나무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바로 목인(木人) 박물관이다. 박물관 이름처럼 ‘나무사람’ 조형물을 전문으로 전시하는 이곳에서는 은은하게 빛이 바랜 세월의 흔적을 담은 목인이 곳곳에서 관람객을 반긴다. 12월 초 개관하는 목인박물관을 미리 찾아가 본다.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다양한 목인들이 줄지어 서서 관객을 맞이한다.
쌈지길 맞은편 청삿골길 골목으로 한 200여m쯤 올라가다 보면 오른편 골목길에 2층 주택을 개조한 갤러리 겸 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물구나무선 목인 부조와 ‘木人’이란 글씨를 새긴 조그만 간판이 박물관의 성격을 미리 알려준다.

목인박물관은 김의광(56) 관장이 30년 전부터 모아온 목인 2,500여 점 중 350여 점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김 관장은 박물관 설립에 전념하기 위해 ㈜태평양 녹차 사업을 전담해온 장원산업 회장직을 2004년 12월 말에 사임했다.

그 동안 모은 목인들을 개인 소장품으로 수장고에 남겨두는 것보다 공개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목인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005년 9월28일 현대미술을 주로 다루는 1층 목인갤러리가 먼저 문을 열었고, 2층 목인박물관은 12월 초 개관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리네 일상과 가장 가까웠던 생활예술품
목인박물관에서 수집해온 목인의 범위는 흔히 이야기하는 나무꼭두보다 좀 더 넓다. 사당 절 마을의 공동체 신앙, 장난감 목용 등 나무로 만든 인간 형상의 조형물을 통칭한다. 그런 까닭에 상여를 꾸미는 데 썼던 꼭두나 아이들이 갖고 놀던 목각 장난감 외에도 불교 동자상, 불상 등 다양한 유형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나무로 만든 목인만을 전문적으로 수집한 박물관은 한국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어 새로이 들어선 목인박물관의 존재는 더욱 값지다.

갤러리로 사용되는 박물관 1층에 들어서면 50년 전 건축 당시 사용되었던 제비표 시멘트 포대가 고스란히 천장에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한때 유행한 노출콘크리트 건축이 멋 부리지 않은 듯 투박하나 세련된 것처럼, 시멘트 포대로 도배된 천장은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돼 지극히 현대적인 설치미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2층으로 향하는 작은 계단을 올라가면 비로소 다채로운 목인들이 전시된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호랑이를 탄 목인, 사당에서 쓰던 목인, 재주부리는 광대 목인 등 다채로운 목인들이 빼곡히 서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조그만 크기의 목인과 아기자기한 공간의 맥락을 잘 활용한 디스플레이가 돋보인다.

천상과 지상을 잇는 가교
볼만한 광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각종 목인들이 줄지어 늘어선 진열장을 지나 옆방으로 향하면 갑자기 천장이 두 배로 높아지면서 천상과 지상을 잇는 멋진 무대가 펼쳐진다.

지상부터 높다란 천장까지 이어진 독특한 전시 디스플레이는 천상과 지상을 잇는 가교역할을 한다.

흔히 박물관에서는 전시실 벽과 중앙에 진열대를 마련해 전시하지만, 목인박물관에서는 천장까지도 목인을 매달거나 세워두어 전시 공간을 두 배로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진열장의 높낮이도 달리해 획일적인 느낌을 피했다.

봉황 조각이 하늘을 날고, 목인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여느 박물관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칫하다간 매단 목조각이 떨어질까 위험하게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목인박물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소장된 유물의 상태를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각종 장비를 엄격하게 갖추고 진열장 안에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래 목인이 사용되어온 맥락을 고려한 전시 방법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 목불상을 보세요.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하잖아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동안 어루만졌다는 뜻입니다. 보존도 중요하지만, 목인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었던 것이니 만큼 사람들이 가까이 느끼고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죠.”

박준헌 학예실장은 “문턱 높은 박물관 대신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도심 속 쉼터가 되길 바란다”며 “목인박물관이 전통 미감을 담은 휴게공간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젊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목인박물관이 굳이 땅값 비싼 인사동에 자리를 잡은 것은 전통의 거리라는 인사동에서 정작 전통문화는 찾아볼 수 없고 상업시설만 판치는 현실이 부끄러워서다.

잠정적으로 개관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잡은 것은 인사동 갤러리와 화랑들이 보통 오전 11시나 되어서야 문을 열기 때문에 오전에는 갈 곳이 없는 관광객을 배려해서란다.

통 유리창 아래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했다. 박물관을 들른 사람들이 잠시 다리를 쉬며 생각에 잠길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테이블 아래에는 우리 전통문화를 다룬 ‘빛깔있는 책들’ 전집을 비치해 박물관을 찾은 사람은 누구라도 손쉽게 읽을 수 있게 했다. 문의전화 02-722-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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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한국/ 2005. 11. 21] 인간에게 사유재산의 개념이 생기면서 필연적으로 생겨난 자물쇠와 열쇠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사물이다. 자물쇠는 귀중한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기밀문서의 보안을 유지하는 실용적 목적뿐 아니라, 탐심과 물욕을 경계하고 복을 비는 문양을 새기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이와 같은 생활 유물은 실생활에 요긴하게 쓰일수록 하찮게 취급되어온 것이 현실이지만, 자물쇠와 열쇠에 담긴 내적 가치에 주목하고 이를 보듬어온 곳이 있다. 바로 쇳대박물관(www.lockmuseum.org)이다.

열쇠박물관, 자물쇠박물관도 아닌 쇳대박물관이란 이름은 열쇠를 일컫는 경상도 지방 사투리 ‘쇳대’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떤 한 분야를 특화해 모으는 수집가들이 흔히 그렇듯이, 설립자인 최홍규(48) 관장 역시 청년 시절부터 철물에 관심이 많았다.

1970년대 중반 우연히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철물점 ‘순평금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철물 특유의 매력에 빠진 최 관장은 1989년 아예 자신의 성을 따 논현동에 ‘최가철물점’이라는 가게를 세웠다. 쇳대박물관의 꿈이 싹튼 것도 이 무렵부터라 할 수 있다.

최 관장이 박물관 개관을 위해 십여 년이 넘도록 수집한 유물은 모두 3,000여 점에 달한다. 이 중 약 300여 점을 엄선해 2003년 11월 쇳대박물관을 개관했다.

다양한 자물쇠의 총출동

주요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는 4층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제1전시실은 쇳대박물관의 주 전시실로, 주로 조선 시대에 사용된 각종 자물쇠와 열쇠패, 빗장 등이 유형별로 분류되어 있다.

전시된 자물쇠의 유형을 보면 그 다양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흔히 발견되는 ᄃ자형 자물쇠와 물고기형 자물쇠뿐만 아니라, 원통형 자물쇠, 함박형 자물쇠, 용형 자물쇠, 거북형 자물쇠 등 이색 자물쇠들의 경연장이라 할만하다.

비밀자물쇠

각 유형 별로 40여 점씩 전시된 조선시대 자물쇠 이외에도, 고려시대 자물쇠 3점,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자물쇠 1점 등이 소장되어 있다.

자물쇠가 개인 소유물을 안전하게 지키는 도구였다면, 빗장은 좀 더 규모가 큰 대문이나 창고 등을 지키는 데 사용되었던 도구로 눈길을 끈다.

주로 거북 모양의 장식을 한 빗장이 많은데 그 수는 총 10여 점뿐이지만, 자물쇠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유물이어서 흥미롭다.

이밖에도 자물쇠와 더불어 언급되는 유물인 열쇠와 열쇠패 관련 유물이 30여 점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특히 조선 시대 신부의 혼수 품목으로 빼놓을 수 없었던 열쇠패는 엽전과 노리개, 금속 장신구 등이 어우러져 화려하다.

엽전의 개수가 많을수록, 노리개와 장식이 화려할수록 더 큰 가치를 지닌 열쇠패는 여성에게 일종의 재산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제2전시실은 자물쇠뿐 아니라, 그 자물쇠가 달린 조선시대 목가구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인장함, 영정함, 빗접, 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 15점의 유물을 앙증맞은 자물쇠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전시실이라 부르기엔 다소 좁은, 양 옆이 통유리로 트인 복도 공간이지만, 선반을 마련해 유물을 층층이 전시함으로써 좁은 공간의 특성을 잘 활용했다.

재미있는 해외 이색 자물쇠도 함께 전시

쇳대 박물관의 대표적 소장품인 원통형, 함박형, ㄷ자형 자물쇠가 유형별로 전시되어 장관을 이룬다.

제3전시실에서는 세계 각국의 옛 자물쇠를 전시해 국내 사례와 비교 분석할 수 있게 했다. 이중 아시아권의 물상형 자물쇠 15점은 공작, 낙타, 소, 말, 사자 등 흥미로운 모양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며, 티베트 자물쇠의 모습은 한국과 그 유형이 비슷하나 좀 더 장식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아시아 문화권 내에서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중세 유럽 사회에서 사용된 거대한 자물쇠를 비롯해, 예술적인 조각품에 가까운 아프리카 자물쇠 등도 이채롭다.

주전시실이 위치한 4층 이외에 2층 소갤러리, 3층 대갤러리에서는 각종 기획전을 유치한다. 지금까지 ‘대장간’전, ‘세계의 자물쇠’전, ‘조선시대 문양’전, ‘열쇠패’전, ‘열.쇠.’전 등의 특별전이 개최된 바 있다.

여러 가지 여건상, 상설 전시 유물 외에 전시품목의 교체가 어려운 것이 사설박물관의 현실이다. 그러나 쇳대박물관에서는 기획전 개최를 통해 소장 유물의 순환 전시뿐 아니라, 현대 미술 분야에까지 수용 폭을 넓혀 대중과의 교감을 추구한다.

대학로에 위치한 쇳대박물관은 대로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온 곳에 위치하고 있으나, 멀리서 보아도 독특한 외관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세월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녹이 슬어 주홍빛을 발하는 코르텐 강판으로 외부를 단장하고 내벽을 도회적인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현대적인 건물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세월의 흔적을 담은 녹슨 건물 외관은 자물쇠와 열쇠를 보관하기에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 아닐까. 유흥 문화가 넘쳐 나는 대학로의 문화 지킴이로 기능할 쇳대박물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일반 5,000원, 청소년 3,000원, 6세 이상 2,000원

* 문의전화 (02) 766-6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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