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팡테옹을 지키는 이집트 고양이 묘지 기행을 좋아하지만, 프랑스의 명사들이 지하에 안장된 파리의 팡테옹은 원래 방문 예정에는 없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이집트 고양이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죠. 푸코의 진자 옆에 우뚝 서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고양이의 모습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 봅니다. 팡테옹은 원래 성녀 주느비에브의 이름을 딴 성당이었다가, 프랑스 대혁명에 기여한 이들을 이곳에 안장하면서 현재는 프랑스 명사들의 무덤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꽤 덩치가 커서 거의 표범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고양이들이 흔히 하는, 앞발 얌전히 모으고 꼬리를 엉덩이 옆으로 착 붙인 모범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목에는 영생을 상징하는 딱정벌레 문양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지하무덤에 안장된 이들의 영생을 기원하는 의미인 .. 2010. 11. 18. 파리의 '노란 고양이 그림'엔 어떤 사연이? 오래 전에 알던 친구를 낯선 여행지에서 만났을 때 신기함과 기쁨은 배가 됩니다. 2008년 대학로에서 본 노란 고양이 그래피티 또마를, 올해 여름 프랑스 여행 중에 다시 만났을 때도 그렇게 반갑고 재미있었답니다. 또마를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겨울 대학로에서였는데요, 아마 이때 작가가 한국에 와서 작업을 한 모양입니다. 작가는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고양이 가면을 쓰는데 그 고양이 가면이 풀빵장수 아주머니의 포장마차에도 붙어있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노란 고양이 옆에 홈페이지 주소가 적혀 있어서 들어가 보고 나서, 한국 작가의 그래피티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작업 중인 작가의 작품임을 알 수 있었어요. 씨익 웃는 이빨과 부릅뜬 눈이 인상적인 노란 고양이 '또마(TTOMA)'는 프랑스 작가 Thoma.. 2010. 10. 31. 루브르의 '고양이 미라', 애틋한 표정 고양이가 가축의 개념으로 인간 곁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고대 이집트부터라고 합니다. 이집트 여신인 바스테트가 고양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기에, 고양이는 이집트인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동물이었을 것입니다. 프랑스 고양이 여행 중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로 루브르 박물관을 꼽았던 것은, 이집트관에 잠들어 있는 고양이들의 미라를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무덤 주인의 사망 시기에 맞춰서 이 많은 고양이들이 자연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먼 옛날 한국에서도 그랬듯 순장 형식으로 죽음을 맞았겠지요. 인간의 무덤에 묻히기 위해 생목숨을 끊어야 했던 고양이의 비애는 오랜 세월에 탈색되어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집트 고양이 미라의 형태는 이렇게 대부분 끝이 동그란 원기둥 .. 2010. 10. 24. 끙아 자세마저 우아한 길고양이 1300K , 텐바이텐, 바보사랑 판매중(사이트명 클릭하면 이동합니다^ㅅ^) 금세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갈 것 같은 자세로, 검은 길고양이가 저를 빤히 바라봅니다. 한데 어쩐지 그 자세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게 이상합니다. 저도 고양이의 다음 행동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흐읍!" 고양이가 눈을 부릅뜨고 꼬리 끝에 힘을 줍니다. 아...저 자세가 왠지 낯익습니다. 꼬리 아래로 살짝 밀려나오는 동그란 뭔가를 보니, 심증이 굳어집니다. "툭" 돌멩이 위로 뭔가 둥글고 작은 덩어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작은 덩어리는 돌멩이 뒤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고양이란 동물은 어쩌면 끙아하는 모습마저 이렇게 우아하기 짝이 없는지... "에잇 에잇"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열심히 낙엽을 그러모아.. 2010. 9. 16. "메롱 아니에요" 혀를 빼문 길고양이의 아픔 1300K , 텐바이텐, 바보사랑 판매중(사이트명 클릭하면 이동합니다^ㅅ^) 몽마르트르 묘지에서 만난 길고양이는 대부분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는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이 고양이는 입을 완전히 다물 수 없어서, 삐죽 밀려나온 혀끝을 집어넣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는 더위를 견디기 위해 혀를 내밀어 열을 발산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은데요, 때문에 고양이가 혀를 집어넣지 못하고 있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슷하게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한국 고양이의 사례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고양이는 턱이 빠져서 입을 다물지 못했었습니다. 이 모습을 사람들이 '메롱~'하는 모습과 같다고 귀여워할 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고양이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입을 다물지.. 2010. 9. 11.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길고양이 뒷모습 1300K , 텐바이텐, 바보사랑 판매중(사이트명 클릭하면 이동합니다^ㅅ^) 비쩍 말라 어깨가 푹 들어간, 구부정한 길고양이의 뒷모습. 얼마나 못 먹으면 저런가 싶고, 한편으로는 기운이 빠져 망연자실 앉아있는 사람 같기도 해서 처연해집니다. 고양이의 눈빛조차 볼 수 없는데, 그저 담담한 등만 내밀 뿐인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제 마음을 흔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기다릴지도 모르는 채, 눈앞의 길을 하염없이 걸어갈 수밖에 없는 길고양이의 삶. 누군가는 길고양이를 가리켜 낭만고양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자유고양이라 부르지만 그것은 그저 인간의 잣대로 고양이의 삶을 짐작하여 이야기하는 것일 뿐... 낭만도 자유도 고단한 삶 앞에서는 그저 허상일 뿐입니다. 먼 길을 떠나는 고양이를 보면, 그들의 축 처진 꼬리를.. 2010. 9. 10.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