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가축의 개념으로 인간 곁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고대 이집트부터라고 합니다. 이집트 여신인 바스테트가
 
고양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었기에, 고양이는

이집트인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동물이었을 것입니다.
 

프랑스 고양이 여행 중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로
 
루브르 박물관을 꼽았던 것은, 이집트관에 잠들어 있는

고양이들의 미라를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무덤 주인의 사망 시기에 맞춰서 이 많은 고양이들이

자연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먼 옛날 한국에서도 그랬듯

순장 형식으로 죽음을 맞았겠지요. 인간의 무덤에 묻히기 위해

생목숨을 끊어야 했던 고양이의 비애는 오랜 세월에 탈색되어

그저 담담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집트 고양이 미라의 형태는 이렇게 대부분 끝이 동그란 원기둥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미라에 따라 고양이 얼굴 모양을 간략히

그려넣은 것도 있고, 얼굴 윤곽을 살려 놓은 것도 있지만

성냥개비처럼 그저 둥글게 감싸놓은 미라도 적지 않습니다.

미라로 만들었을 때는 귀의 윤곽도 다 사라지고 붕대로 꽁꽁

감쌌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 보이는 것처럼 귀가 밖으로 드러나진

않겠지만, 심미적인 부분을 고려해 귀를 만들어넣은 것 같네요.

루브르 박물관의 고양이 미라 중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던

미라입니다. 만화의 주인공처럼 생생한 얼굴 표정은, 이 고양이가

고대 이집트 시대에 살았던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금세라도 야옹~ 하고 말을 걸어올 것 같은데...그저 저의

상상에만 그칠 뿐입니다. 

어린 고양이였을까요, 다른 고양이 미라보다 몸집이 작습니다.

그냥 동그랗게 그려넣은 눈동자인데 어쩐지 울상을 한 듯이

슬퍼 보입니다. 고양이의 눈을 가린 천이 아래로 축 처져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대부분의 고양이 미라가 길쭉한 기둥 모양을 한 데 비해, 몇 구의

미라는 생전의 모습처럼 네 발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 보입니다.

고양이 미라의 이마에는 영생을 상징하는 문양인 딱정벌레가 


그려져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 죽은 고양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서일까요. 아니면 무덤 주인을 평생 보필할

고양이 신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까요.
고양이 미라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슬픈 분장을 한

어릿광대가 떠올랐습니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흔히 보는 고양이 모습과 달리, 눈매를 사람처럼 그렸고

눈썹도 그려넣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얗게 분칠한

어릿광대 얼굴처럼 보이는 건 그런 까닭이겠지요.
  
 

어른 고양이 미라 옆에는 조그만 아기 고양이 미라가 있습니다.

어른 고양이와 달리 색칠도, 그림도 되어있지 않은 단순한

모습인데, 쫑긋 솟은 귀와 축 처진 꼬리까지 어린 시절의

아기 고양이를 상상하게 되어 안쓰러웠던 미라였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가 되어 육신이 썩지 않는 것을

영원히 산다고 보았는지 몰라도, 죽은 뒤에도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무덤 밖으로 끌려나와 영원히 관람 대상이 된다는 건

묻힌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면 괴로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라를 통해 과거의 고양이 모습을 상상할 수 있고 수천 년 전의

고양이와 만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드네요.

먼 옛날 이집트에 살았던 고양이들의 평안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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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느린
    2010.10.24 15:44

    아 정말 슬픈 표정들이라 저도 따라 슬퍼 지려 합니다
    어느시대나 가장 위험한 동물은 사람인가 봅니다
    지금의 이 미안함도 다할길이 없느데 고대까지 거슬러 이런 감정을 느껴야하다니
    안타깝네요
    정말 표정들이 슬픕니다

  2. 고돌칠미키
    2010.10.24 16:41

    저도 몇년전 처음 고냥이 미라가 있다는 얘기 듣고 충격받은 기억이 나네요...
    그렇지요...죽은 냥이의 미라가 아니라 산 고냥이...
    이래저래
    고냥이의 역사는 처절한 내용만 있는거 같습니다.
    중세의 마녀사냥역시 고독한 독신녀의 친구였을
    냥이를 매도한 ... 그리고 처참한 죽음을 함께 한
    그 많은 생명들 생각을 하면...현대에서도 달라진것이 없다는 사실이
    역사라는 것을 통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변해가야 할 그런 잘못된 것들을
    지금도 그대로 답습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성은 변하지 않는...변할수 없는 것인지...
    답답하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0.10.25 13:0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산 고양이를 잡아서 미라로 만들었겠지요. 마녀사냥 때 악마의 화신으로 불리던 고양이도
      실은 말씀대로 고독한 독신녀의 친구였을 수도 있겠군요. 당시에는
      의지할 곳 없는 독신녀도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을 테니..

  3. BlogIcon 소춘풍
    2010.10.24 20:35

    수천년의...

  4. 비비안과함께
    2010.10.24 22:11

    어디선가 읽은 듯한데 19세기에 이집트의 고양이 미라를 영국인들이 대량으로 가져다가 비료로 쓰고 태우고 그랬다는 글이 생각나네요. 이래저래 후덜덜입니다. 중세시대처럼 막연한 증오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서 냥이의 삶이 평원했던 것은 아니군요. 순장이라...쩝. 애정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함께 무덤에 가려했던 것이겠지만 역사이래 인간은 냥이들에게 꾸준히 상당한 민폐를 끼쳐왔네요. 막연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든 답이 없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든 인간이라는 종이 쌓아놓은 업보의 높이에 날마다 저또한 일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아찔해지는군요. 고양이 미라 전시를 왠지 사진도 감상도 기분이 묘하네요...호...

    • BlogIcon 야옹서가
      2010.10.25 13: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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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한 민폐... 되도록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을 텐데요.
      종이 다른 생명이, 특히 인간이 동물에게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괴로움을 주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5. BlogIcon Shain
    2010.10.25 08:58

    동물도 같이 미라로 만든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보니.. 섬찟하기도 하네요..
    인간의 욕심은 역사가 유구(?)한 모양입니다..
    같이 살겠다고 옆에다 가둬두는 것도 어떤 차원에서 보면 욕심이라는데...
    죽음까지 인위적으로 조정한 역사네요..
    안쓰럽기도 하고.. 살아있는 모습이 보고 싶기도 합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10.10.25 13:11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부자연스러운 일이라 하는 분들도 있구요.
      더 크게 보면 동물원 동물이나 가축도 마찬가지일 텐데..일단 그런 것들을
      백지화할 수 없다면 최대한 악영향이 없게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6. 새벽이언니
    2010.10.25 11:28

    막상 보니, 참.....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참....

  7. 지나가다
    2010.10.26 15:26

    대부분 자연사였을 껍니다. 고대 이집트 법으로는 실수로 고양이를 죽여도 그사람은 사형이였고, 사고사 하더라도 주인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주인이 중형을 받았습니다. 고양이를 때린 노예에게 주인이 죽을 때까지 매질을 했다는 기록도 있죠...-_-... 고양이는 묘지가 따로 있었고 주인과 같이 묻이는 경우도 당시 이집트는 매장이 아닌 묘실형태라 문만 열면 되니 사형을 무릅쓰고 순장할 이유도 없었죠. 순장은... 고양이를 위한 부장품으로 쓰인 쥐들이 당했죠...

    • BlogIcon 야옹서가
      2010.10.28 1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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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참고하겠습니다. 고양이가 바스테트 덕분에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부장된 고양이의 경우 목을 부러뜨려 미라로 만든 적도 있다는 얘길 들은 기억이 나서요,
      만약 주인과 함께 묻힌 고양이가 아니라 자연사한 고양이라면
      예의를 갖춰 매장하기 위해서 미라로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8. BlogIcon yuna
    2010.10.26 15:49

    순장이라 생각하면 좀 안됐지만...(윗분 말씀에 의하면 아니라고 하니 다행)
    어쨌든 저 미이라들 자체는 굉장히 매혹적이네요.
    (오래된 것, 미이라, 이런 걸 좀 좋아해서 -_-)
    저도 루브르에 가면 꼭 찾아봐야겠어요.

  9. BlogIcon 고양사랑
    2010.10.28 14:31

    고대 이집트에선 고양이를 신성시했다죠..영물이고 우주에서 온존재?로 생각할정도로 신격화했다고도 하구요^^그래도..주인과 함께 원했던 원치않았던 미라가되어 묻힌모습을 보니..좀 슬퍼지기도 합니다..

  10. 한나
    2011.06.22 00:47

    주인이 죽을때 키우던 냥이들과 동물들을 다 같이 순장했다고 알고 있는데요..가엾네요..제 생명을 다 하지 못하고 주인 따라간거 보면요...쯔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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