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눈에 '안 예쁜 고양이'가 있을까 싶지만, 저는 유독 털 짧은 고양이들에게 마음이 끌립니다. 짧은 털 아래로 느껴지는 탄탄한 근육이 좋고, 발바닥의 곰형 젤리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사랑스럽고... 찹쌀떡 같은 앞발 모양도 귀엽지요. 고양이다운 새침함과 날렵함을 겸비한 단모종 고양이들의 매력이란^^

물론 스밀라도 더할 나위 없이 예쁘지만, 언젠가는 분홍코에 분홍 젤리가 선명히 드러나는 발바닥을 가진 고양이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자주 들르는 고양이 은신처의 밀크티도 그 중 하나인데요. 한때는 밀크티를 덥석 데려와서 편안한 집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어른고양이가 되어 야생의 삶에 익숙해진 밀크티에게는 오히려 그게 속박일 듯해서, 그냥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비록 인공적으로 조성된 쉼터이기는 하지만, 다른 길고양이들과 달리 안정적인 집이 있고, 저 말고도 꾸준히 밥을 챙겨주시는 이웃들이 있고, 친구 길고양이도 많으니까요.


밀크티가 몸을 길게 뻗고 두 발로 서서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앞발을 손처럼 짚어 기대고 목을 쭉 빼니, 평소에는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던 '우월한 기럭지'가 새삼 돋보입니다. 저 찹쌀떡 같은 손을 한번 잡아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밀크티는 가까이 다가오기는 해도, 절대 손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거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길고양이의 경계심을 유지하는 모습도 필요하겠죠.

집에 스밀라조차도 없었을 때, 그러니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 자체를 허락받지 못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 무렵에는 사진 속에 담아온 길고양이를 추억하며, 모니터 속 고양이를 눈으로만 어루만지곤 했었지요. 길고양이를 데려와 함께 살 수는 없어도,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지곤 했습니다.

그때 고양이를 키울 수 없었던 저에게 길고양이를 따라다니는 건, 일종의 대리만족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길고양이 중에는 까칠하거나 겁많은 녀석이 많아서 저를 피하거나, 거들떠보지 않는 때가 더 많았지만ㅜ_ㅜ 가끔 마주치는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아프거나 고통스럽게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경험이 있고, 동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같은 마음이겠죠. 

길고양이를 생각하는 시간이 늘면서, 그들의 짧은 삶을 애틋해하는 것에 그치기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도움'이란 당장 배를 채울 수 있는 한 끼 사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길고양이 사진과 글을 꾸준히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포함됩니다. 매스컴에서 요괴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길고양이가 아닌, '다른 시각'으로 길고양이의 모습을 전하는 곳도 있어야, 그들에 대한 오해도 조금은 줄어들 테니까요. 

올해에는 블로그에 공개되는 사진과 글 외에  '거문도 고양이 프로젝트'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근차근 준비해야하는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거문도 고양이의 중성화수술 의료봉사를 계획 중인 수의사 선생님들이 계셔서, 거문도 길고양이들의  인도적인 개체 수 조절에도 희망이 보입니다.

큰 변수만 없다면, 3월 말경 의료팀과 포획팀, 학술팀이 거문도를 방문해 일주일간 현지 의료봉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평일에는 직장 때문에 어렵지만, 주말에는 저도 후발대로 합류해서 현지 취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벌써 2월 중순이 되어버린 달력을 보면서, 남은 한 해 지치지 않고 길고양이 블로거로 열심히 뛸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

*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RSS추가로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세요→
  1. 아란
    2009.02.15 16:56

    맞아요.. 저 밀크티 아이^^ 항상 사진 보면서 색깔이 정말 너무 곱고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좋은 글,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사진 부탁드릴게요~

  2. BlogIcon 또자쿨쿨
    2009.02.15 18:33

    안녕하세요.
    블로그검색 온타운 쥔장입니다~
    온타운 초창기에 제가 임의로 등록한 블로그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 한 분이시네요~ ^^^;;;;;
    오픈아이디를 인증 받으시면 직접 블로그정보 관리가 가능하세요~~

    여기가 고경원님의 온타운 개인페이지입니다~
    http://www.ontown.net/personal_post.php?cate=8&uid=334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5 22:30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검색하다보니 등록한 기억이 없는데 등록되어 있더라고요;;
      근데 들어가보니 마이페이지 기능이 없는 건지, 제가 못찾는 건지 좀 아리송하네요.

    • BlogIcon 또자쿨쿨
      2009.02.16 09:08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오픈아이디가 없으시면 http://www.myid.net/signup/ontown
      가입하시고 그 아이디를 알려주세요~
      인증처리토록 하겠습니다~ ^^^;;;;

  3. 미리내
    2009.02.15 21:12

    아이코~~반가운 밀크티 몸매 역시 멋진 아이군요..

  4. BlogIcon 머니야
    2009.02.15 22:17

    후발대에 참여하신다니..동참못하는제가 한심하단 생각이 드네요..ㅠㅠ...잘다녀오시구..후기 기대만땅하겠습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5 22:32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이제 한달 남짓 남았는데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되려면 챙겨야할 것들이 많아서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네요... 아무쪼록 이 행사가 시발점이 되어서
      거문도 길고양이와 섬에 계신 분들이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합니다.

  5. 은경
    2009.02.18 13:05

    밀크티를 데려오고 싶으셨다는 글을 보면서 저도 아깽이때부터 거의 1년간 밥을 줘온 길냥이가 있는데요.
    보다못해 데리고 왔거든요. 오늘로 5일째인데, 밤부터 새벽내내 밖에 나가고 싶어서 창문 틈에 코를 비비고 애웅애웅 울어대는걸 보면... 너무 미안해지더라구요. 그래서..오늘 내일중으로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 줄까..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집보다 위험하고 춥고 배고프지만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자유를 주는 일이 고양이를 위한 일인지..아니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적응하도록 지켜보면서 이렇게 계속 집에서 보호해주는것이 좋은 일인지....보내고 싶지 않으면서도 보내야하는 맘...어떻게 해야할지 쉽지않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9 22:1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1년 넘게 보아오신 고양이라면, 어른고양이이고, 길고양이로 오래 살아온 아이네요.
      만약 함께 살 계획이시면 인간과 친해지는 법을 천천히 가르치셔야할 것 같구요,
      일단 결심하셨으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쭉 함께 하셨음 좋겠고.. 만약 지금이라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원래의 자리로 보내주는 편이, 몇달간이나마 인간에게 익숙해진 다음 다시 거리 생활을 하는 것보다
      고양이에겐 좋지 않을까요..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

길고양이에게도 저마다 타고난 성격이 있습니다. 세분화하면 끝도 없겠지만, 일단 크게 '대범파'와 '소심파'로 나뉩니다. 고양이 은신처에서 가끔 보는 회색냥과 딱지냥, 두 녀석은 소심파 고양이 중에서도 왕소심파라 할 수 있습니다.

밥을 갖다줘도 가장 늦게 나타나고(사진의 노랑냥), 조금만 움직일 것 같으면 밥을 먹다가도 얼른 뒤로 물러나며, 심지어는 제가 갈 때까지 코빼기도 안 비치는 경우가 허다한 녀석(사진의 회색냥)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범한 냥이는 대범한 대로, 소심한 냥이는 소심한 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소심냥은 어쩐지 수줍어하는 거 같아서 귀엽잖아요^^

오늘은 어쩐 일인지 소심파 두 녀석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여차하면 도망갈 기세로 나무 뒤에 숨어 눈치를 봅니다. 노랑냥은 콧잔등에 딱지인지 때인지 모를 뭔가가 늘 붙어있어, 딱지냥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힐끔, 힐끔. 쳐다봅니다. '저 인간이 왜 안 가고 아직 저기 있지, 불편하게시리...'하고 불평하는 얼굴입니다.


소심한 사람이 두 명 모이면 그 중에 덜 소심한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처럼, 소심파 중에서도 회색냥이 좀 더 당당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만났을 때는 눈도 제대로 못 맞추고 눈동자만 살짝 들어 힐끔거리며 보기만 하더니...
하지만 이것도 둘 사이에서만 통하는 거죠. 다른 고양이들 앞에 가면 회색냥도 똑같은 소심파.


그래도, 비슷한 성격의 친구가 있어서 회색냥은 외롭지 않을 거 같네요. 고양이 세계에서도 성격 차이란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집에 혼자 있는 고양이가 외로워 보여서 둘째 고양이를 데려왔는데, 둘이 성격이 맞지 않아 첫째에게도 미안해지고, 둘째로 들인 고양이를 다시 돌려보낼 수도 없어 고민하는 고양이 집사님들의 사연을 가끔 듣습니다. 그나마 적응하면 다행이지만, 둘이 평생 사이가 좋지 않으면 그것 참 난감하죠. 사람으로 치면, 정말 싫은 반려자와 평생 억지결혼을 유지해야하는 상황이랄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를 의지하는 소심파 2인방. 어느 정도 안심이 됐는지, 나란히 식빵을 구우며 자는군요.

둘이 함께 걸어온 숲길의 끝에서, 잠시 휴식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찍혔네요. 회색냥과 딱지냥, 이 소심커플이 언제나 함께 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를,  거친 세상에서도 당당하게 자기 몫을 챙기며 건강히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길고양이 통신] 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1. BlogIcon 더공
    2009.02.14 11:55

    고경원님의 글과 사진을 보면 마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

    오늘도 역시나.. 잘~ 보고 갑니당~ ^^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4 21:00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길고양이에게도 숨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이 세상에 잠시 왔다 가는 길고양이의 삶이지만, 사진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이야기가 또 그 속에 담겨 있으니...그런 이야기를 꾸준히 전하고 싶어요.

  2. 헐...
    2009.02.14 12:28

    울집 앞에도 저렇게 노랑이랑 깜둥이가 짝지어서 살고 있어요
    아직 새끼인데 밥을 몇번 줬더니 안가고 눌러 살더군요 ㅋㅋ

  3. BlogIcon 머니야
    2009.02.14 22:12

    ㅋㅋ..젖소 저녀석은 사진만봐도.. 소심덩어리 같네요^^ 귀여운사진 잘보고 갑니다!

  4. 아란
    2009.02.14 23:17

    어머... 너무 귀엽네요. 이쁜 회색냥이가 또 출연했군요! ㅎㅎ 두 녀석이 무척이나 사이좋아보여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5 14:20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확실히 회색냥은 독특한 매력이 있네요. 보통 턱시도 고양이들은 가슴 부분이 흰데,
      회색냥은 턱 밑이 수염처럼 거기만 회색이라 특이해요.

  5. BlogIcon 이지은
    2009.05.24 16:04

    너무 귀여운 아이들이네요^^; 두 냥이들의 우정(?)이 장애물없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고양이가 자발적으로 산책을 즐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스밀라는 우리 집으로 입양되기 전에 한번 버려졌던 기억 때문인지, 밖에 나가는 극도로 무서워한다. 얌전히 품에 안겨 있다가도, 신발 신고 나가려는 시늉을 하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발톱을 내밀어 어깨에 박고는, 뒷발로 밀치며 아래로 뛰어내린다.

 

한번은 바깥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이동장에 넣어 공원으로 데리고 나왔더니, 스밀라는 땅바닥에 붙은 껌처럼 벤치를 껴안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괜히 불안한 마음만 자극할 같아 다음부터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산책을 포기했다. 고양이가 겁먹지 않게  바깥구경을 시켜줄 수는 없을까?

 

오사카의 복고양이 신사에서 만난자전거 강아지를 보고 스밀라를 생각했다. 자전거 뒷좌석에는 강아지가 타고 있었다. 연세가 예순쯤 되어보이는 할머니는 부드러운 솜씨로 자전거를 멈춘 다음, 강아지를 잠시 혼자 놓아두고 신사로 들어갔다. 보슬비가 내리는 날이어서 어지간하면 산책을 포기할만도 하건만, 할머니는 솜씨좋게 비닐우산을 자전거에 장착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자전거와 우산과 강아지, 기묘한 조합을 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때마침 나타난 젖소무늬 길고양이를 쫓아 한참 사진을 찍고 있었던지라, 자전거 탄 강아지의 모습도 함께 몇 장을 찍었다. 강아지는 외출 나와서 할머니를 기다리는 상황이 익숙한 듯, 앞발을 모으고 부동자세로 앉아있었다. 얼굴을 보니 아주 어린 녀석은 아니다. 사람으로 치면 적어도 장년기에는 접어들었음직한 얼굴이다.

아마도 할머니는 매일 강아지와 산책을 했으리라. 집에서도 늘 함께 가족처럼 지냈을 테고. 보고 있어도 그리운 강아지를 떼놓고 외출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아서 장보러 갈 때나, 산책하러 갈 때도 언제나 뒷좌석에 태우고 세상 구경을 시켜주었을 것이다. 씽씽, 눈 뒤로 빠르게 지나치는 세상을 보며 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처음 보았을 땐 할머니에겐 이 개가 아이 같은 존재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개는 '할머니와 함께 노년을 준비하는 사이'가 아닐까. 사람보다 4배 정도 빠른 속도로 여생을 살아가는 개에겐, 그럴 것이다.이 개는 할머니와 세월을 공유하며 천천히 늙어왔을 것이고, 그에게 허락된 남은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 20분쯤 흘렀을까, 볼일을 마치고 할머니가 신사를 떠난다. 할머니가 오자 그제서야 일어선 개는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린다. 이제 좀 세상 구경을 할 마음이 생긴 모양이다. 멀어지는 할머니와 개를 눈으로 배웅해본다. 나도 언젠가 스밀라를 데리고 산책할 날이 올까. 그땐, 아주 느릿느릿한 속도로 스밀라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고 싶다. 만약 스밀라가 자전거를 무서워하면, 유모차처럼 생긴 이동장을 구해서 태워주어야지.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아닌, 좀 더 넓은 세상을 스밀라에게 보여주고 싶다.



  1. BlogIcon 애용이
    2009.02.13 09:50

    봄이 와서 꽃이 피면 스밀라가 꽃향기를 맡으면서 신나게 바깥을 뛰어나니면 좋겠네요!

    • BlogIcon 고경원
      2009.02.13 12:14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스밀라의 외출공포증이 사라지면 저도 함께 나들이를 가보고 싶네요ㅡ 애용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 ㅋㅋ
    2009.03.21 11:21

    울멍이두 자전거 바구니에 태워주면 좋아라해요.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

고양이의 눈을 보면, 고양이의 심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마음이 눈빛에 그대로 드러나는 동물은 흔치 않거든요. 특히 동공의 크기 변화를 보면 길고양이가 느끼는 놀람이나 분노, 두려움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종종 만나러 가곤 하는 길고양이 무리 중에서도 회색냥은 그런 감정을 눈매로 잘 드러내곤 합니다.

몇 년 동안 같은 동네를 다니다 보면, 고양이나 저나 서로에게 익숙해집니다. 길고양이들이 제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식빵을 굽거나 잠을 자는 것도 그런 까닭인 듯합니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길고양이들 중에서도 회색냥은 조금 다릅니다. 회색냥을 처음 본 것도 1년이 넘었으니 이제 서로 얼굴을 익힐 만큼 익혔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는 눈빛입니다.

가끔 고양이 은신처에 들르면 다른 고양이들은 하나 둘씩 반기며 나오는데 반해, 회색냥은 한참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제가 거의 갈 때가 다 되어서야 슬며시 나타납니다. 머리 뒤꼭지가 따가운 느낌이 들어 뒤를 홱 돌아보면, 회색냥은 제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한 3미터쯤 떨어진 곳에 앉아, 예의 그 눈으로 바라봅니다. 여차하면 후닥닥 뛰어 달아날 수 있도록, 앞다리에 잔뜩 힘을 주고요.  



회색냥은 어지간해서는 저를 똑바로 바라보는 법이 없습니다. 가까이 있을 때면, 얼굴은 살짝 숙이고 눈동자만 슬그머니 치켜올려 저를 힐끔 봅니다. 그런 회색냥을 볼 때마다 눈칫밥으로 연명해온 세월이 느껴져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가끔 저를 똑바로 바라보는 모습도 보았지만, 그건 예의 ‘안전거리 3미터’ 이상을 확보했을 때 망원렌즈로 당겨 찍어서 가능한 거였죠. 

이렇게 곁을 주지 않는 회색냥이 야속하게 느껴지다가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란 느낌이 듭니다. ‘저 녀석은 스스로 자기 몸을 지킬 수 있겠구나, 인간에게 헤픈 정을 주다 다치진 않겠구나’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고양이의 눈이 노려보듯 위를 올려다보는 건, 제 눈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에 인간이 우뚝 서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발치에나 간신히 오는 조그만 고양이에게,  아무도 자신을 보살펴줄 사람 없이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길고양이에게, 세상은 온통 위협적으로 보일 테니까요. 어쩌면 회색냥이 눈을 치켜 뜨는 건, 다가오는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호신술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고양이의 눈빛이 무서운 사람도, 고양이의 예민해보이는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길고양이의 '눈빛 호신술'은 길고양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랍니다. 길고양이의 눈빛이 무섭게 느껴지더라도, 고양이가 먼저 '가만히 있는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으니,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관심없는 척 지나가 주면, 고양이는 안심한답니다. 

  *blogkorea [블코채널 : 길고양이 통신]을 개설했습니다(^ㅅ^)  
  1. BlogIcon 더공
    2009.02.10 10:28

    고양이를 잠시라도 길러본 사람이라면 저 눈빛이 전혀~
    무섭거나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말이죠.

    하악 대도 전혀 안 무서운 1人. ^^;;


    외모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장 심할듯 싶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0 18:53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고양이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무섭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그래도 고양이입장에서도 할말은 있지않을까 싶어서요.

  2. BlogIcon 나먹통아님
    2009.02.10 13:36

    무섭따...저 괭이...

  3. 동물사랑
    2009.02.10 14:21

    너무 귀엽네요..특히 첫번째 사진..저 동그란 눈 어쩔꺼냐는..>.<
    고양이들 키우고는 싶지만..쉽지가 않네요..
    항상 사진으로 만족하고 있어요ㅠ.ㅠ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0 18:5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좋아하지만 키울수없다면 사진을 보면서 빙긋 웃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요^^ 사람도 고양이도 준비가 되어야할 테니까요.

  4. BlogIcon 머니야
    2009.02.10 18:39

    매체들이 한몫했죠..무섭다는 쪽으로..공포스럽게 몰고가서...오늘날 인식이 더 그렇게 된것같아 안타깝습니다~

  5. 아란
    2009.02.11 23:26

    우와! 야옹이가 너무 예뻐서 이번만은 댓글을 달지 않을수가 없네요! 언제나 길고양이통신 잘 보고 있습니다만 정말 이렇게 매력적이고 예쁜 고양이는 처음인 것 같아요^^ 빛깔도, 눈빛도, 표정도.. 너무 예쁩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1 23:4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회색냥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섭다는 분들도 있는데...
      새해부터는 길고양이 통신에도 좀 더 활발히 글을 올리고 있답니다~

  6. 은경
    2009.02.13 10:25

    아~전 저렇게 턱시도를 입고 흰양말을 신은 아가들이 넘 이쁘더라구요. 회색빛이라 더욱 매력적이네요~
    고양이를 키우고싶어서 가족들을 설득하고 있는데, 이럴땐 혼자살았으면 좋겠다 싶다니깐요;;
    언제쯤 고양이를 키울 수 있을지..

  7. iPod Art
    2009.02.15 23:55

    동공이 세로가 길어질때 아마 이질감을 느낄것 같아요. 익숙하지 않은 형태에 괜히 무서워지는, 모르면 꺼리는 모 그런것도 있구요. 그렇게 생긴걸 어쩌라고..ㅡㅡ

  8. 김현
    2009.04.02 18:05

    전 고양이의 그런점이 좋아요.. 건들지않는한 공격안한다는거.. ㄱ ㅏ끔 이뻐서 쳐다볼때 고양이가 노려보는데 그땐 쫄아서 그냥 눈을 돌리지만 ㅋㅋㅋ 멍멍이는 가만히 있는데도 짖어서 개는 싫어요.. 윽!! 고양이 최고! -0-

  9. 안개비
    2009.11.16 22:05

    딱 톰과 제리의 고양이네요!

  10. 헤보
    2010.02.14 19:40

    딱 겁먹은 표정인데요.; 지금도 잘 지내고 있으려나? 저의 딱 이상형 고양이. 아고 예뻐라.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

서울의 한 사찰 안에서 만난 이 고양이는 절밥을 얻어먹고 살아갑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길고양이라기보다는, 절고양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반 정착 상태로 살아가니까요. 

보통 대학 캠퍼스나, 혹은 절 안에 거처를 마련한 고양이들은 그나마 여느 길고양이보다 생활하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학교 길고양이의 경우에는, 학생들 중에 고양이를 좋아하고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어 사료나 간식을 갖다주기도 하고, 학생식당에서 꾸준히 나오는 잔반이 있어 이것을 주식으로 삼기도 합니다. 절고양이의 경우, 생명을 중시하는 곳이기에 길고양이를 쉽게 내치지 않는 경우가 많답니다.

하지만 별로 근심이 없을 것 같은 절고양이 팔자인데도, 어쩐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아마 눈동자를 덮은 처진 눈두덩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양이에게도 '인상'이 있습니다.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것 같지만, 무늬나 눈동자의 색깔 말고도 얼굴 비율이나 눈매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들죠. 고양이가 있는 곳까지 안내해주신 분은 이 녀석을 '진순이'라고 불렀지만, 어쩐지 진도개가 생각나는 이름이라서;; 저는 마음 속으로 '소심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커플이 고양이에게 장난감을 주며 놀아주고 있었는데요, 소심이는 그분들이 잠깐 놓고 간 장난감을 획득했지만 여전히 소심한 모습입니다. 의기양양하기는커녕, 어깨를 수그리고 소심하게 눈을 올려뜬 모습이 어쩐지 안쓰러워 보입니다. "어이, 이 시점에서는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하고 격려를 던져주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장난감을 잡기 위해 앞발을 휘두를 때조차 소심한 눈매는 그대로입니다.. 처진 눈두덩에 눈썹까지 아래로 무겁게 처져서 더욱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약간 아방해 보이는 것이 소심이의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하지만 소심이에게도 얼짱 각도는 있었군요. 눈을 올려뜨면 그나마 덜 소심해 보입니다. 길고양이를 찍으면서 고양이 장난감을 갖고 다닌 적이 한번도 없었던 지라, 길고양이 노는 사진은 처음 찍어봅니다. 안내해주신 분이 장난감으로 놀아주셔서 촬영이 가능했답니다.  

절 뒷산 쪽으로 멀찍이 도망갔던 소심이가, 갑자기 산비탈을 미친듯이 뛰어내려옵니다. 아까의 소심한 모습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날렵한 모습입니다. 소심이가 뛰어내려간 곳을 가만히 바라보니, 고양이 장난감을 갖고 절에 놀러왔던 다른 커플이 간식캔을 따서 밥그릇에 놓아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 커플은 제가 밀레니엄고양이에게 느끼는 친밀도만큼, 이곳 절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보살펴온 듯합니다. 약간의 질투심을 느끼면서^^; 달아나는 소심이를 마지막으로 찍어봅니다. 집과 멀어서 자주 오지는 못하겠지만, 절에 들르면 한번쯤 소심이의 흔적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1. BlogIcon ipodart
    2009.02.01 13:34

    첫번째 사진은 진짜 소심해 보여요. 입가는 웃는것 같기도 하지만..^^ 진순이라는 이름의 진돗개 많던데~저도 한마리 알거든요.

  2. ^^
    2009.02.01 15:09

    고양이표정 정말..ㅋㅋ

  3. syunmi
    2009.02.01 17:00

    캔소리에 미친듯이 달려가는거 너무 웃겨요. 저 소심한 얼굴로 꼬리까지 말고.
    어딜가나 다 똑같네요. 냥이들이...

  4. 미리내
    2009.02.01 17:49

    캔 따는 소리에 정말 나는듯이 달려 가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나도 줘요~~~ 하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ㅎㅎ그리고 정말로 얼굴에서 진돗개의 느낌이 나네요.

  5. BlogIcon 더공
    2009.02.02 01:07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두번째 사진 진짜 웃겨요..

  6. 나비
    2009.02.03 13:39

    사람들에게 인상이 있다면 고양이들은 묘상이라고 해야할까요.. 정말 소심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절에 놀러온 사람들에게 이쁨 받으며 행복한 냥이라이프를 살았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소심이 사진도 부탁드려요^^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03 22:00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돌보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으니...아마 배를 곯지는 않을 거 같아요.
      소심이를 보고 인상 때문에 먹고 들어간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7. BlogIcon 벼라
    2009.02.03 16:58

    저렇게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놀다니 ㅋㅋㅋㅋ

  8. BlogIcon 히라키안
    2009.02.03 18:27

    저도 고양이 8마리를 키우는 애묘인입니다. 탐닉 시리즈 잘 읽었습니다. 가회 고양이가 제일 눈에 밟혔었는데 어찌 지내고 있을지.. 제가 만약 저 절에 갔더라면 저는 억울이라고 이름을 지어줬을거 같네요 ㅋㅋ
    억울하고 소심한 눈매의 치즈아가.. 항상 건강하게 살려무나~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03 22:02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가회 고양이는 정말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죠. 단 한번뿐인 만남이어서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진 거 같아요.
      소심이는 행복하게 잘 살 듯해요~

  9. BlogIcon 더공
    2009.02.07 10:00

    아... 우울할때마다 여기 와서 이 사진보고 웃고 갑니다.

    진짜 볼 때마다 너무 웃겨요.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