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타는 길고양이 보셨나요? 깎아지른 암벽을 조심스레 타는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젖소무늬 코트를 입은 이 길고양이는, 온갖 위험으로 가득한 인간의 길보다, 조금은 더 위험해 보이더라도 암벽을 따라 걷는 쪽을 택한 것인가 봅니다. 발밑을 내려다보면 어지럽고 무서울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 길고양이는 자신이 가야할 길만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젖소무늬 길고양이의 조심스런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자못 엄숙하기까지 한 길고양이의 표정. 종종걸음으로 걸어도 암벽 길은 쉬 끝나지 않습니다. 어디 발 딛을 자리나 있을까 싶은데도, 앞발에 힘을 꾹 주고 발 옮길 곳을 찾아냅니다.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바로 깎아지른 바윗길 아래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길입니다. 사진에 다 담지 못했지만,.. 2008. 11. 29. 개미마을 감나무집 길고양이 감이 탐스럽게 열려 담장 너머로 쏟아질 듯하다. 가끔 골목에서 보이던 감나무, 모과나무...가을 단풍 색을 닮아 노랗고 붉은 열매 달린 나무들은, 어지간해서는 도심 주택가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다. 효율성을 앞세워 오래된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때, 나무들도 함께 밀려나갔기 때문이다. 이제 도심 에서 볼 수 있는 열매 달린 나무라면, 겨우 은행나무 정도일까. 개미마을 감나무집 안에서 슬그머니 나오던 젖소무늬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여느 젖소무늬 고양이와는 다르게 코가 까맸다. 멀리서 얼핏 볼 때는 잘 몰랐지만, 다가가보니 한쪽 눈이 결막염에 걸렸는지 축축한 눈곱이 흘러나왔고, 그쪽 눈은 불편한지 제대로 눈을 뜨지 못했다. 힘겹게 눈을 떠도 양쪽 눈이 짝짝이였다. 그러나 계단을 .. 2008. 11. 16. 쌍둥이처럼 다정한 길고양이 커플 밀크티 길고양이에게는 다정한 친구가 있습니다. 흔히 '노랑둥이'라고 불리는 황토색 줄무늬 고양이입니다. "노랑둥이는 언제나 옳다"는 고양이 계의 격언(?)처럼, 이 녀석도 성격 좋고 다정다감합니다. 밀크티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곁에서 맴돌곤 하지요. 친구 이름이 밀크티니까, 편의상 오렌지티라고 제맘대로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오렌지티의 털코트에 흰색 물감을 좀 타서 살살 저으면 밀크티 색깔이 날 것 같지요. 휙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겐 그놈이 그놈 같은 고양이지만, 가만히 앉아서 눈빛이나 행동,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양이들의 성격이 어떤지 느낄 수 있어요. 밀크티는 처음에는 조심스럽지만 얼굴이 익게 되면 대범한 자세를 보이고, 오렌지티는 약간 어리숙한 구석이 있고 겁도 많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다가 .. 2008. 10. 25. 고양이와 자전거, 도쿄 골목길 풍경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지에선 쉽게 고양이를 만날 수 없지만, 골목으로 접어들면 정겨운 풍경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다니기 좋은 아담한 골목이 있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고양이가 노는 풍경을 스쳐 지나갑니다. 조금은 무심한 듯, 그러나 아주 무관심하지는 않게. 가끔 주차된(?) 자전거 앞에서 노는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기도 하면서요. 일본에는 왜 유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하고 궁금했는데, 대중교통비가 비싸다보니, 짧은 거리는 자전거로 오가는 편이 좋긴 하겠더군요. 딱, 페달을 밟는 자신의 힘만큼만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는 연료도 필요 없고 공해도 유발하지 않는, 가장 환경친화적인 이동수단이기도 하지요. 자동차로는 통과하기 힘든 좁은 골목길도 씽씽 지나갈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주택가에서는 자동차.. 2008. 10. 16. 밀크티 길고양이, 도심 숲에서 보낸 1년 2007년 10월, 밀크티 빛깔의 길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이제 갓 청소년기에 접어든 그 고양이는, 홍차에 우유를 탄 것 같은 독특한 털코트를 입고 있었다. 먹는 것이 부실해서 그런지 비쩍 말랐지만, 흔치 않은 미묘였다. 그 고양이를 잊지 않도록, 밀크티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도심에서 자연 그대로의 숲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들은 숲을 없앤 대신 길가에 가로수를 세웠다.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건물 뒤로 생색내듯 화단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의 숲에, 길고양이들이 세들어 산다. 밀크티도 그런 숲의 세입자들 중 하나였다.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제 집이 아니기에 늘 눈치를 보면서, 나무덤불 아래로 숨어다녔다. 가끔, 밀크티는 비쩍 마른 몸을 웅크려붙이고 난간에 올라와 햇빛을 쬐곤 했.. 2008. 10. 15. 공포감 조성하는 거문도 길고양이 뉴스 '씁쓸' “떼로 몰려다니며” , “사람을 노려보는 눈매가 매섭습니다.” 거문도 길고양이 문제를 보도하는 기자의 말이다. 3분 남짓한 뉴스의 마무리는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밤중에 거리를 횡단하는 고양이를 배경으로 음산한 음악이 들려오다가,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면서 고양이가 입을 쫙 벌리는 모습과 기괴한 울음소리가 교차된다. 거부감이 드는 모습만 골라서 편집하니, 길고양이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던 사람도 뉴스만 본다면 고양이가 싫고 무섭게 느껴질 법하다. 아직은 살육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거문도 길고양이에게 피바람이 불겠구나 싶다. (뉴스 링크-아직 못 보신 분은 동영상을 보고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뉴스에 나왔으니 ‘진실’? 그러나 진실도 편집된다 ‘뉴스는 진실을 보도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 2008. 10. 11. 이전 1 2 3 4 5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