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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고양이의 금빛 날개-도예가 김여옥 먼 곳을 응시하는 고양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귀 끝부터 꼬리까지 흐르는 매끄러운 곡선은 그 자체만으로 유혹적이다. 도예가 김여옥 씨는 고양이 몸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선에 반해 고양이의 모습을 흙으로 빚기 시작했다. 유혹을 상징하는 화려한 양귀비꽃을 곁들여서. 그래서 그의 작업실 이름도 파피캣(poppycat)이다. 종로구 계동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김여옥 씨의 전시를 찾아가자, 한옥을 개조해 만든 아담한 전시 공간 안팎으로 검은 고양이들이 와글와글하다. 기와를 얹은 담벼락에 몸을 누이고 낮잠 자는 녀석, 나비를 잡느라 까치발로 뛰는 녀석, 창 너머를 고요히 바라보는 녀석. 고양이 털빛은 하나같이 검은 듯 푸르고, 잿빛인가 싶다가도 은빛을 띤다. 따스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도는, 딱 잘라 무엇이라 규정하.. 2010. 12. 17.
그릇에 담긴 검은 고양이의 매력-도예가 조은정 도예가 조은정의 작업실은 2곳이다. 남들은 하나도 갖기 어려운 작업실이 2곳이라니. 한데 그가 작업을 두 군데서 하는 데는 사정이 있다. 여느 도예가들과 달리, 조은정의 작업실에는 가마가 없다. 대신 집에 가마를 뒀다. 지금 쓰는 작업실 공간이 협소한 편이라, 공방 겸 작업실로 쓰는 곳에선 수강생을 가르치거나 초벌구이한 기물에 그림을 그려 넣는 작업을 하고, 가마에 굽는 마무리 작업만 집으로 가져가서 한다. 가마에 불을 때지 않을 때면, 고양이들이 전망대 삼아 창밖을 보는 캣타워로도 쓴다. 가마를 보호하는 철제 앵글에 마끈을 감아 발톱긁개를 만든 모습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도예가의 작업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조은정은 고양이를 키울 수 없던 10대 시절 때부터 차근차근 ‘고양이 가족계획’을 세웠.. 2010. 12. 14.
고양이 쿠션 만드는 ‘고양이 삼촌’ 유재선 ‘고양이 삼촌’ 유재선의 작업실은 내가 꿈꾸던 이상향과 꼭 닮았다. 한적한 주택가라 소음에 시달릴 염려가 없고, 정오께 작업실로 출근해 셔터를 올리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곤 밥을 졸라대는 길고양이까지 있으니, 고양이 작가의 작업실로는 더 바랄 게 없다. 여섯 살배기 고양이 제이와 단둘이 사는 작가는 고즈넉한 작업실 한켠에서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고양이 쿠션도 만든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생업으로 삼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를 일러스트레이터로만 규정하기엔 좀 서운하다. 그는 유리창에 마커로 그림을 그리는 윈도우 페인팅 작가로도 유명하고, 빈티지 인형을 파는 인형가게 사장님이자, 그림동화책과 잡지를 수집하는 고서점 주인이기도 하다. 그간의 작품을 모은 포트폴리오 격인 《고양이 삼촌》(레프트로드.. 2010. 12. 7.
고양이 초상화를 보는 고양이 고양이와 관련된 작가분의 인터뷰를 갔다가, 고양이 초상화가 있다고 해서 보여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마침 책상 위로 폴짝 뛰어올라온 녀석이 있어서, 초상화를 슬쩍 디밀어 봅니다. 바닥에 놓으면 보기 불편할 것 같아서 세워줬더니 물끄러미 봅니다. 고양이가 거울이나 유리창에 비친 주변 모습을 인식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는지라, 초상화를 보는 고양이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림 속 자기 얼굴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는데 거울 보듯 가만히 보고만 있네요. '다른 고양이들의 초상화는 모델과 많이 닮았지만 그 그림은 모델과 조금 안 닮았다'고 하는 작가분의 그림 설명을 듣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샐쭉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립니다. '아니, 그럼 나만 안 닮게 그려줬다는 거야?' 하.. 2010. 11. 19.
길고양이에게 “굿모닝” 인사하는 이유-설치미술가 김경화 소심한 길고양이와 눈을 맞출 기회란 드물다. 한밤중에 짝을 찾아 헤매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거나, 옆구리가 터진 채 널브러진 쓰레기 봉투를 목격하고서야 그들이 가까이 있음을 알 뿐이다. 이 도시에는 얼마나 많은 길고양이가 살고 있을까? 인간을 피해 숨던 길고양이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선다면 어떤 모습일까? 내가 상상으로만 그려보았던 순간을, 김경화는 대규모 설치작업으로 구현해낸다. 전시장 바닥에 머무는 것만으론 성이 차지 않는지 계단, 담벼락, 심지어 뒤뜰까지 차지한 길고양이와 비둘기의 기세는 압도적이다. 혹시 발로 건드릴까 싶어 조심조심 아래를 살피며 걷다 보면, 조각 사이로 지뢰처럼 촘촘히 심어둔 작가의 의중이 밟힌다.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의 동물들과 가까이 마주할 때, 내가 발 딛고 선 땅에 인간만 .. 2010. 11. 15.
앙큼한 고양이와 개미요정의 한판 승부 가끔 물건들이 사라진다. 대개 볼펜이나 머리핀, 열쇠처럼 소소한 물건들이다. 집 한구석에 버뮤다 삼각지대처럼 물건이 사라지는 구멍이라도 있는 걸까. 한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물건들을 내가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혹시 누군가 숨긴 거라면? 화가 신선미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와 고양이의 눈에만 보이는 장난꾸러기 ‘개미요정’을 상상하고, 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을 유머러스한 이야기 그림으로 풀어낸다. 건망증과 상상력의 유쾌한 결합 어려서부터 수차례 지적받고 신경 쓴 탓에 지금은 좋아졌지만, 작가는 한때 ‘나사 하나 빼놓고 다니는 사람 같다’는 말을 들을 만큼 건망증이 심했다. 툭하면 물건을 잃어버리기 일쑤였는데, 그는 그때마다 건망증을 탓하는 대신, 물건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이유를 맘대로 상상하곤 했다... 2010.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