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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인터뷰

고양이 초상화를 보는 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11. 19.
고양이와 관련된 작가분의 인터뷰를 갔다가, 고양이 초상화가


있다고 해서 보여주십사 부탁을 드렸습니다. 마침 책상 위로

폴짝 뛰어올라온 녀석이 있어서, 초상화를 슬쩍 디밀어 봅니다.

바닥에 놓으면 보기 불편할 것 같아서 세워줬더니 물끄러미 봅니다.

고양이가 거울이나 유리창에 비친 주변 모습을 인식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는지라, 초상화를 보는 고양이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림 속 자기 얼굴은 움직이지 않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는데 거울 보듯 가만히 보고만 있네요.
 
 
'다른 고양이들의 초상화는 모델과 많이 닮았지만 그 그림은

모델과 조금 안 닮았다'고 하는 작가분의 그림 설명을 듣는데,

갑자기 고양이가 샐쭉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립니다.

'아니, 그럼 나만 안 닮게 그려줬다는 거야?' 하고

삐친 것 같아 귀여웠어요. 제 눈에는 많이 닮은 것 같은데,

지금보다 약간 더 어릴 때 그린 그림이라, 그때의 모습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어요.


인터뷰한 고양이의 인상착의와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 마지막에

모아놓고 찍은 사진인데, 각각의 고양이 특성이
잘 드러나 재미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스밀라의 초상사진은 수없이 찍어줬어도, 정작

초상화는 그려주지 않았네요. 미대생이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초상화 그려달라는 말이라는데^^; 학생 시절엔 그런 부탁을 받으면

부담스럽기도 하고 멋쩍기만 했는데, 그림을 놓은 지 오래됐지만

이렇게 고양이 초상화를 보니 갑자기 스밀라 그림이 그리고 싶어집니다. 

'그리다'의 어원이 '그리워하다'에서 온 거라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데, 그렇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그리는 그림이라면 흡족하게

완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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