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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고양이] 104. 갈림길 앞에 선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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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길도, 왼쪽 길도 색깔만 다를 뿐 똑같아보여서
무심코 발길을 오른쪽 길로 돌려 봅니다.
어쩐지 가보지 못한 왼쪽 길에는 더 재미난 삶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관성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대개 가던 방향대로 가게 됩니다.
한번 내린 결정을 바꾸기도 그렇고, 되돌아가자면 다리도 아플 테고
지금까지 걸은 거리를 생각하면, 맨 처음 갈림길로 다시 가긴 귀찮거든요.
그러나 호기심도 모험심도 다 수그러들고, 돌아가기엔 너무 오랜 시간을
길에서 허비한 후에야, 가보지 못한 길을 생각하며 쓰러져 후회합니다.
'그때 그 길로 다시 가야했던 게 아니었을까? 지금은 너무 늦었겠지.'
그래도 고양이에게 '좌절금지'라고 말해주고 싶은 건,
이쪽 길이 아니다 생각될 때, 그때라도 늦지 않았으니
돌아나오면 된다는 것.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있다는 증거이니 다행이라는 것.
익숙하지 않은 길이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가보려는 사람,
원하던 길이 아니라 생각될 때 용기 내어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
그런 모든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12월입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괴로워하는 대신,
후회없는 시간으로 채워나갈 내년이 머지 않았음을 기뻐하는
그런 연말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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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고양이] 103. 현행범 아닌 현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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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는 가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슬며시 나오곤 합니다.
사진 속 고양이가 숨어있다 슬며시 걸어나온 저 곳도, 너비는
10cm가 채 못 되어 보이지만 고양이는 스르르 빠져나왔습니다.
보통 머리뼈만 통과할 수 있는 너비만 확보되면 별 어려움
없이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수염으로 통과할 곳의 폭을 재어
가능하다 싶으면 그리로 나오는 거죠.
아무도 없겠거니 하고 슬며시 빈 틈을 찾아 나오다가, 그만
저와 딱 마주치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는 고양이. 금방이라도
직립보행을 할 것 같은 자세여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인기척에 놀란 것 같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난간에 두 발을 딛고 오르려다 움찔 하는 모습이,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땡땡이치고 몰래 학교 담을 넘다가 담임선생님께 들킨 학생처럼
긴장해 있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길고양이를 움츠러들게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현행범 아닌
현행범의 마음이 되어, 그 자리에 얼어붙은 고양이를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손글씨라서 가독성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예전 것은
너무 딱딱한 감이 있어 바꿔봤는데 보기엔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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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친구 중 한명이.. 상식 백과에서 읽었다면서.. 고양이는 수염없으면 좁은 곳을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수염 뽑아서 직접 보여주겠다고 하길래 기겁하고 말린 기억이 납니다. 좁은 곳을 스르르 빠져나와서 모르는 척 놀라는 사람들 지켜보고.. 다시 좁은 곳으로 스르르 사라지는게 이 세상 동물이 아닌 거 같았죠 ^^
낙관 글씨가 참 편해 보이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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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과함께
2010.11.20 22:40예전 폴라로이드 낙관은 어렸을 때 했던 신문 스크랩의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에 바꾼 것은 오래된 앨범에서 꺼낸 사진의 느낌이 드네요^^시골이라 또래 아이들이 없어서 앨범을 뒤적이며 혼자 놀거나 강아지랑 노는게 취학 전 저의 하루 일과였는데요 60,70년대 흑백 사진 속에서 청춘시절을 구가하고 계시던 부모님이 손글씨로 사진 한쪽에 인물들의 이름이랑 장소를 적어놓은 걸(예를 들면 부산 해운대에서 영숙, 지영(아버지 옆에 있던 묘령의 여인들!!!^^)창욱과 함께,66년 7월 24일 이런 식의)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추억이 아련하게 있네요^^마치 그 사진들을 보는 느낌이라 바뀐 낙관이 전 좋습니다~
그나저나 저 현행범 냥이를 보니 마음이 짠하네요ㅠㅠ캄보디아인가 어딘가 외국에 가면 상대적으로 길냥이들 성격이 느긋하다고 하던데...언젠가 이땅의 냥이들도 느긋하게 길을 걸을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낙관글씨체 좋습니다^^훨씬부드럽고 정감이 느껴져요^^/
화들짝!놀란 길냥씨의 똥~그란 눈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넘 귀엽습니다 -
고양이가 수염으로 통과할 너비를 수염으로 간파한다니요~~!
정말 놀랍고 신기합니다^^.
세상에 고 갸냘픈 수염으로. 간지하수있다니.... 경이로워요^^. -
고양이가 움찔하는 순간이 제대로 담겨 있네요. ^^
낙관의 글씨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가독성도 그렇게 나쁘진 않고 손글씨의 감성이 살아있는 것 같아서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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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2010.11.22 13:49ㅎㅎ정말 두발로 서 있는 거 같아요
담 넘으려다 들킨 학생이라는 표현이 정말 딱인듯ㅋ
구석에서 나와서 그런지 발이 쌔까만해진게 좀 맘이 아푸네요ㅠ
[폴라로이드 고양이] 102. 눈 뜨고, 귀 열고,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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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그랬다지요?
요즘에는 그런 자세를 요구하는 집도 거의 없겠지만요.
맨 처음 저런 조각을 본 것은 한 헌책방에서였는데
그땐 원숭이 세 마리가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만들었음직한 분위기의 조각이었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의 고양이 카페 앞에서
저 3인방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희는 어디서 왔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의 고양이 3인방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의 자세는
약자로 취급받는 이들, 혹은 약자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데, 들으면 더 속만 쓰리고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 말하자니 내 가슴만 답답해서
그렇게 안 보이고, 안 들리고, 말 못하는 것처럼
묵묵히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픈 것이 눈에 밟힐 때,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괴로운 소리가 들려도, 귀 막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말해야 할 상황에서, 누구든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외면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지켜봐 줄 사람은
정말로 아무도 남지 않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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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과함께
2010.11.15 19:11저도 왠지 조금은 찔끔한 면이...아니 조금 많이...
;들어서 힘든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되고 귀를 막게 됩니다만 그런다고 그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죠. 가슴이 아프다면 조금 더 대범하게 직접 마주대하는 것이 미약하나마 아픈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길이겠지요.
고양이만 그런게 아니겠지요. 고양이도 사람들도...조금 더 용감하고 조금더 성실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
-
예전에 여행을 다니면서는 몰랐는데..
요즘에는 길거리의 동물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니,
곳곳에서 많은 동물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중국에서도..유럽에서도.. -
눈감고 귀막고 입막은 고양이 그게 그렇네요..
어린 조카한테 무서운 거 보면 얼른얼른 어른들에게 말하라고 가르치는데...
요즘 어른들은 대부분 못본체 하고 입막고 귀막고 사는게 더 많으니..
그 애들도 그렇게 되는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
올해 생각만 해오던 캣맘일을 시작하면서
동네사람 몰래 해야하니 새벽에 일어 나기도 하고 여러번 쫓겨 다니기도하고
비는 또 왜 그렇게 많이 오는지 ...
그래도 찾아와 밥먹어 주는 모습을 보면 좋고
불안한 행복의 연장선이었지요
다른 분들은 대단하다 착하다 말을 하시지만
사실 마음 속으론 자꾸자꾸 더 미안해 져서 말이지요
부디 이 미안함을 좀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길 바래요 -
요즘 모든것이 빨라지고 모두다 바빠 자신외에는 다른 사람들을 다른 동물들을 돌볼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고 말합니다.
참 슬프지요.
그래도 아직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시니,이런 좋은 분들이 지켜가는 더 좋은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
저런 포즈가... 동남아에서도 시집살이가 있는 걸까? 했는데...
역시 사람 살아가는 것은 다들 비슷하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
맞습니다.가슴이 아프고 시릴지언정..우리는 약하고 가녀린이의 편에 서야만 합니다~
힘내어서 무섭더라도 당당하게..두렵더라도 의연하게 그렇게 함께 나아갔음 합니다.
힘내셔요~화이팅!!
조각상에서 많은것을 배우네요.. -
[폴라로이드 고양이] 093. 가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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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가만히 움켜잡은 고양이 발 밑으로
사각사각, 바스락 소리 나기 시작하면
가을은 이미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낙엽을 꼭 움켜쥔 고양이의 앞발을
나도 꼭 잡아 따뜻하게 데워주고 싶은,
그런 늦가을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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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과함께
2010.11.05 11:34살짝 꼬질꼬질해서 더 애틋한 앞발입니다~^^소리없이 왔다가 빠른 속도로 가을이 가고 있네요. 가는 길에 이번 겨울에 길냥이들이 힘들지 않도록 잘 부탁한다고 겨울에게 미리 좀 전해달라고 해야겠어요.참 제가 지내는 곳이 시골집인데요 집에 창고가 있는데 그곳에 드나드는 길냥이와 5일전에 딱 마주쳤습니다.집에 온지 5개월만이네요. 저를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길래 사료와 물을 놔주고 있는데 매일 깨끗이 먹고 빈그릇을 반납해놓네요. 집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생겼다는 작은 뉴스라면 뉴스인지라^^...
2010.12.05 08:55
늘 잘 보고 있습니다..^^
많이 춥습니다.
감기 조심 하시구요.
더 행복한 휴일 되세요..^^
2010.12.05 20:45 신고
늘 지켜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밀린 일을 하다보니 주말이 어찌 갔는지 모르겠네요.
휴일 잘 마무리하시고 다음 주도 기운차게 시작되길 바랍니다~
2010.12.05 11:09
고경원님도 따뜻하고 후회없는 12월 연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2010.12.05 20:46 신고
벌써부터 송년회 참석 문의가 오는 것을 보면 12월이기는 하네요.
아쉽지만 올 한 해를 부지런히 마무리해야겠습니다.
2010.12.05 13:10
갈림길. 인생에도 참 많이 존재하죠.
확률 50%인데도 그때마도 고민이 많죠.
여행도 그렇고요.
갈림길없는 삶을 원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힘들어하네요. ㅎㅎ
2010.12.05 20:48 신고
역시 여행을 많이 다니셔서 그런지... 여행에 대한 비유도 멋있습니다.
나중에 후회만 하기보다는, 늦었다고 생각될 때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것도
아직은 해볼만한 것 같아요. 그만큼 시간이 더 들겠지만요.
2010.12.05 23:02
용기를 북돋아주시는 멋진글 감사합니다^^
권양 힘을 담뿍~받았어요^^/고경원님께서도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편한 밤 되셔요~이번 12월의 첫주는 무척 바빴습니다 ㅜ,ㅜ 아효~
거기다가 김장을 주말에했더니 몸이..아프네요 ㅜ,ㅜ
2010.12.06 20:11 신고
주변에 김장하신 분들이 많네요. 저는 원고 마감이 끝나고 도판 마감을 하느라
계속 일을 놓지 못하네요..다음엔 좀 더 부지런해져서 막판에 힘들지 않도록
일정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2010.12.06 02:48
인생은 언제나 갈림길...힘들어요 ㅎㅎ
고등어를 먹을까 갈치를 먹을까~
라면을 먹을까 국수를 먹을까~
소주를 마실까 맥주를 마실까(윙????)
경원님도 12월 마무리 잘하세요~
2010.12.06 20:12 신고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하는 갈등도 있죠^^ 사실 옳고 그른 것으로 나눌 수는 없는데
저마다 다른 방식의 삶이 있으니 다른 삶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2010.12.06 13:32
고양이는 항상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상태를 언제나 최선으로 즐기려는 면이 있어서..
배우고 싶답니다^^
2010.12.06 20:13 신고
고양이는 매순간을 최선을 다해 산다..말씀처럼 그런 느낌이 들어요.
놀 때도 먹을 때도 그렇구요. 고양이가 사람을 사랑할 때도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고양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