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고양이 학대 동영상 한 편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샴고양이를 싱크대에 목매달거나 때리며 괴롭히는 내용이었다. 숨이 막혀 침을 질질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고양이를 본 사람들은 분노했고, “저 인간을 응징해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한국 네티즌의 수사력은 놀라웠다. 이들의 집요한 추적과 제보에 힘입어 올해 3월 초 범인을 검거했으니 말이다. 한데 막상 잡고 보니 18살 청소년이어서, 결국 기소유예 처리되었다 한다.
사건의 전말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범인 검거는 통쾌했지만, 미성년자라서 죗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동물 학대는 ‘재미’가 아니라 ‘죄’라는 것을 일깨우려면, 하다못해 동물단체 봉사 판결이라도 내렸어야 하지 않을까? 범인은 “죄가 되는 줄 모르고 생각 없이 한 일”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할 만큼 누군가를 학대했다면, 그 대상이 동물이어도 죄가 되는 게 당연하다.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과 공포를 느끼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단지 재미있다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동영상을 찍고 편집해 포털사이트나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올린다. 자신이 만든 동영상이 화제가 될 때, 주목받고 싶은 인간 심리는 짜릿하게 충족된다. 그러나 문제는 재미를 위해 누군가의 고통이 개입될 때 일어난다. 언젠가 한 포털사이트에서 ‘고양이 체력장’이란 동영상을 본 뒤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빨랫줄을 앞발로 붙잡은 고양이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뒷발을 걸치며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을 찍었는데, “완전 실미도야, 실미도.” 하고 시시덕거리는 촬영자의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고양이는 공포에 질려 내내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도.
고양이를 목 조르고 때린 짓에 비하면 이건 학대도 아니라고, 그냥 재미로 한번 찍어본 건데 어떠냐고 누군가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물을 때리거나 죽이는 것만이 학대인 건 아니다. 이런 동영상이 위험하고 불쾌한 건, 재미를 위해서라면 동물을 아무렇게나 이용해도 된다는 통념을 대중에게 전파하기 때문이다. 몸에 박스 테이프를 붙이고 비틀비틀 게걸음을 걷는 고양이 동영상을 보며 웃거나, 햄스터를 몸에 던졌을 때 질겁하는 연예인을 보며 박장대소할 때, 이를 보는 사람 역시 동물 학대의 ‘소극적인 공범자’가 된다는 걸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고경원 길고양이 블로거 catsto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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