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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한겨레 ESC칼럼

반려견과 함께 떠나는 해외이주

by 야옹서가 2008. 6. 11.
여행 가이드북 작가 김동운씨는 요즘 아내의 모국인 일본으로 이주할 준비에 바쁘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면,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살아봐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다. 그가 일본 이주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인 일의 하나는 반려견 쿠로를 데리고 비행기에 오르는 일이다. 한국에서 일본까지는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에 불과하지만, 쿠로가 비행기를 탈 자격을 얻기까지는 장장 8개월이 걸렸다.

반려견과 함께 외국 이주를 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건 비용과 시간이다. 일단 반려견의 정보를 담은 마이크로칩 이식은 필수다. 또한 광견병 발생 국가인 한국에서 광견병 없는 일본에 반려견을 데려가려면, 한 달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광견병 백신을 접종하고 검역기관에 혈액을 보내 항체 형성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이 검사는 한국에서 할 수 없고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검역기관에서만 가능한데, 혈액검사비만 최소 50만원이다.

검사 후 항체가 확인된다 해도 바로 일본으로 떠날 수 없다. 채혈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상 한국에 머무르며 경과를 지켜본 뒤 이상이 없어야 비로소 일본 입국이 가능하다. 게다가 출국 40일 전까지 일본동물검역소에 수입예정 신고서를 보내야 한다.

검역 절차를 마친 개를 데리고 탈 항공사를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국적기는 기내 탑승 가능한 반려견의 몸무게를 5㎏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김동운씨는 무게 제한이 없는 유나이티드 항공을 선택했다. 충무로 애견센터에서 ‘미니컵 강아지’인 줄 알고 속아서 산 쿠로가 6kg에 육박하는 성견으로 자랐기 때문. 단, 유나이티드 항공은 개와 함께 탈 수 있는 좌석이 3석뿐이라 일찌감치 예약해야 한다. 또한 사방으로 통풍이 잘되는 이동장에 넣어 데려가야만 탑승을 허가한다. 항공사마다 세부 조건이 다르므로 미리 알아보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단다.
 
 유학이나 이민은 어차피 장기적인 계획 아래 준비하므로, 이주 준비를 시작할 때 반려견을 데려갈 준비도 차근차근 병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김동운씨의 생각이다. 그는 “반려동물의 마이크로칩 시술이 시급하다”고 설파했다. 그래야만 반려동물을 함부로 버릴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겠다는 약속은 결혼식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다. 인생에서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반려동물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야말로, 함께 사는 동안 소소한 기쁨을 주는 동물들에 대한 작은 보답일 것이다.


유나이티드항공 규격에 맞는 이동장에 쿠로를 태운 김동운 씨(왼쪽)와 부인 마키코 씨. 쿠로를 일본에 데려가기 위해 8개월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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