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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먹은 길고양이 '피서법'

by 야옹서가 2009. 7. 8.
원래 사막에 사는 족속이었다는 고양이도, 찌는 듯한 더위에는

영 맥을 
못추는 듯합니다. 어디든 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네 다리를 쭉 뻗고 널부러지는 걸 보면 말이죠.


길고양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누운 곳도, 나무 그늘 아래 볕이 들지 않는

시원한 자리입니다. 키 작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어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쉬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집에서도 가장 시원한 곳이 어디인지

제일 먼저 파악하는 게
고양이인지라, 고양이를 따라다니면 

집에서 가장 바람 잘 드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아무도 날 찾지 마" 밀크티도 더위를 먹었는지 만사가 귀찮은 표정으로 나무 그늘에 숨어있습니다.  

더위를 잊으려고 낮잠을 청하던 밀크티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눈을 번쩍 뜹니다. 움직이기도 귀찮은지

몸은 가만히 있고 얼굴만 까딱 들어 저를 올려다봅니다. 손님 맞이하는 태도가 영 불량하지만,

언제나 처음 보았던 건강한 모습 그대로 있어주는 녀석이 기특하고 반갑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더니 밀크티가 하악질을 합니다. 너무 가까이는 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거랍니다.  

입을 있는대로 벌려 하악거리는 모습이 짜증이라도 내는 듯합니다.
나름대로 위협하는 거지만

제 눈에는 귀엽게만 보입니다. 그래도 적당한 간격은 필요합니다. 사람 사이에서나, 고양이 사이에서나.

그늘진 땅에  몸을 최대한 붙이고 열기를 식힙니다. 나무에 둘러싸여 그늘진 곳에선 그래도 한조각 냉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에잇, 될대로 되라' 하는 자세로 머리를 땅에 누이고 발랑 드러눕고 맙니다. 뜨거운 한낮이지만, 한잠 달게 자고 나면

어느새 해는 저물고 한층 견디기 쉬운 저녁이 오겠죠. 고양이의 여름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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