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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스톡홀름 산책

by 야옹서가 2004. 12. 11.
스칸디나비아 반도 동쪽에 자리잡은 스웨덴은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복지국가이다. 하지만 그 명성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또 하나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수려한 관광지로서의 면모가 그것이다.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기자기한 시골 마을과, 과거의 영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화려한 왕궁이 자리한 한편, 현대적인 문화체험이 공존하는 색다른 매력이 있는 곳,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떠나보자.

스웨덴 여행을 시작하는 준비물-SL교통카드 또는 스톡홀름 카드
저렴하게 스웨덴 여행을 즐기려면, 여름 휴가철이 끝나고 비수기가 시작되는 8월 말을 노리면 좋다. 휴가철 성수기는 항공권 가격이 비싸고, 9월로 넘어가면 현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뿐 아니라 해도 짧아지기 때문이다. 스톡홀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구해야 할 것은 무료 여행안내지 《What's On》, SL교통카드, 버스/전철 시간표 책자이다. 《What's On》은 각종 박물관 및 미술관의 개관 시간, 위치, 현재 열리고 있는 공연, 전시 등 유용한 정보와 지도가 실려 있어 유용하다. 또한 교통비가 비싼 까닭에, 버스, 지하철, 통근전철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끊는 것이 이익이다. 가격은 1일 권 95크루나, 3일 권 180크루나, 30일 권 600크루나. 스톡홀름 대중교통은 지하철이 끊기면 심야버스가 대체하며 24시간 운영되지만, 시간이 늦을수록 운행 간격도 하염없이 길어진다. 버스 시간표가 없으면 낭패이니 미리 챙겨두자.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일주일간 머물 예정으로 떠난 것이었기에 첫 3일은 교통카드를 끊고, 나머지 3일은 스톡홀름 카드를 끊었다. 스톡홀름 카드는 정기권에 박물관·미술관 무료입장권 기능까지 겸한 것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교통카드 따로, 입장권 따로 끊을 경우와 비교했을 때 소요비용이 훨씬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1. 고풍스러운 마을 정경이 남아 있는 작은 마을, 시그투나
2. 컬처하우스 앞 벤치에는 햇빛을 쬐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3. 은근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감라 스탄 거리의 좁은 골목길
4. 도심 속 고층건물 사이에 느닷없이 등장한 설치미술작품이 재미있다.


젊은 문화가 상주하는 광장-컬처하우스
유럽일주 중 하루만 짬을 내 스톡홀름을 돌아보는 식의 빡빡한 일정이 아니기에, 첫날은 강행군을 하기보다 스톡홀름 시내를 천천히 거닐며 여유를 즐겼다. 스웨덴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서 스톡홀름의 심장부에 위치한 쿨튜르휴셋 스톡홀름(KULTURHUSET STOCKHOLM)을 찾아가 보았다. 영어로 번역하면 컬처하우스 쯤 되는데, 1974년 개관한 이곳은 건물 벽 전체를 유리로 두른 스웨덴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이곳에서는 3개의 갤러리, 종합공연장, 만화전문도서관, 카페, 마리오네트 극장, 어린이극장, 스톡홀름 시립극장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행사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컬처하우스 내의 카페에서 통유리 너머로 광장을 내려다보며 마시는 커피 맛도 일품이다. 1층에는 관광안내소가 있으니 겸사겸사 가보면 좋겠다.

컬처하우스 앞 광장에서 한 바퀴를 둘러보면, 멀리 동그란 간판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경이 눈에 띈다. 1902년 개점해 스웨덴 최대의 백화점으로 손꼽히는 NK백화점이다. 건물 외관은 고전미와 현대미를 절충한 독특한 모습인데, 햇살을 받으면 NK 이니셜로 만든 금빛 로고가 도드라진다.

스웨덴 상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가 대부분이고, 백화점도 평일은 오후 7시, 주말은 대여섯 시면 문을 닫는 게 보통이어서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쇼핑하기란 어렵다. 또한 스웨덴에서 불편했던 점 중의 하나지만, 24시간 편의점은커녕 한국처럼 심야까지 문을 여는 구멍가게조차 찾기 힘들었다. 가게가 문을 닫으니 사람들도 일찍 집에 들어가고, 때문에 밤거리는 쓸쓸하기까지 하다.

 
1. 서점 안의 카페

2. 가장 좋은 자리에 고객의 휴식공간을 마련한 아카데미 서점

3. 서점 곳곳에 접는 의자가 비치되어 누구나 편히 앉아 책을 살펴볼 수 있다.


책 읽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공간-아카데미서점
다른 사람들이 보면 좀 뜬금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평소 책에 관심이 많았기에 가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스웨덴의 교보문고 급에 속하는 ‘아카데미서점(AKADEMI BOKHANDELN)’이다. 스톡홀름 메스테르 사무엘스가탄에 있는 아카데미서점 본점은 이 근방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는데, 12만 권이 넘는 방대한 책의 양보다도 인상깊었던 것은, 곳곳에 의자가 비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1인용 소파, 원형 벤치, 심지어 이동이 가능한 접는 의자까지 놓여 있는데, 한국의 대형서점에서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아 땅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어야 하고, 그마저도 점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에 비하면 놀랍기 그지없다. 고객 지향적인 서비스가 어떤 것인지, 그 의자들의 행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인파들이 넘쳐나는 컬처하우스, 쇼핑의 즐거움이 있는 NK백화점과 아카데미서점을 구경하며 스웨덴의 현재 모습을 맛보았다면, 이제는 스톡홀름의 고풍스런 멋을 느껴볼 차례다. 컬처하우스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가면 바로 접할 수 있는 감라 스탄(Gamla stan)이 그곳이다.
 

1. 앤틱 장난감 가게에 전시된 오래된 장난감들. 수집가들에게 고가로 판매된다.
 
2. 감라 스탄 거리의 SF서점. 책 외에 DVD도 판매한다

3. 아카데미서점. 교통비가 비싸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감라 스탄부터 스웨덴 왕궁까지
스웨덴어로 구 시가지(Old town)란 뜻의 감라 스탄은 13세기 무렵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건물들이 즐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곳이다. 세 개의 섬 사이를 다리로 이어 연결한 이곳의 예스러운 느낌은, 한국으로 친다면 인사동 정도에 비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이올린과 기타의 듀엣 연주자,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 스포츠마사지를 시연하는 전문 마사지사 등 이채로운 풍경도 눈에 띈다. 관람객들이 오가는 대로변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와 노천카페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여행의 운치를 돋우는데,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SF전문서점도 눈길을 끌었다.

근처에는 스톡홀름 대성당과 노벨박물관, 리다르홀름교회, 왕궁 등이 밀집해 있어 한바퀴 돌며 관람하기에 좋다. 굳이 뭔가를 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동네가 감라 스탄이다. 특히 걷는 도중에 수없이 마주치게 되는 좁은 골목길에는 누구나 사진기를 들이대고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작품이 되어 나올 만큼 매력적인 풍경이 숨어 있다.

감라 스탄에서 드로트닝가탄을 지나 올라가면 마주치게 되는 건물이 스웨덴 왕궁(KUNGLIGA SLOTTET)이다. 스웨덴 왕실의 공식 거주지이자, 국가원수인 국왕의 공식 접견이 열리는 곳이지만 현재 왕족들이 살고 있는 곳은 스톡홀름 근교의 드로트닝홀름 궁이고, 이 왕궁은 관람객들을 위해 공개되어 있다. 1697년 큰 화재가 일어났는데, 현재의 왕궁은 6년 간의 재건축기간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이룬 것이다. 왕궁 안에 들어서면 르네상스 풍의 화려한 실내 장식과 높은 천장, 진귀한 각종 소장품들이 눈길을 끌지만, 실내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보통은 파란색 제복에 투구를 쓴 근위병들이 왕궁 앞을 지키고 있지만 내가 방문한 날은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청·장년층이 고루 섞여 있다가, 오후 6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일제히 앞으로 나와 사열식을 하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보통은 오후 1시에 파란 제복을 입은 근위병들의 사열식을 볼 수 있다.

삼성케녹스 디지털 포털매거진《ZOOMIN》 2004년 11월호 '삼성케녹스 알파5와 함께 하는 체험여행'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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