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위로 고양이 머리 셋이 삐쭉. 오래간만에 볕 좋은 날이 와서 고양이들도
눅눅해진 털을 말리고 있던 모양입니다. 담 너머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얼른 쫑긋해진 귀를 들어 이쪽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포토샵 도장툴로 꾹 찍어낸 것처럼 꼭 닮은 녀석 둘이 동시에 쳐다보니, 녀석들 마음엔
긴장이 감돌겠지만 어쩐지 익살스럽게 보입니다.
겁 많은 한 녀석은 담벼락 아래, 더 안전한 곳으로 뛰어내리고, 어린 흰 고양이도
처음엔 멀찍이 달아났다가 이쪽으로는 인간이 오기 힘들겠다 싶었던지 안심하고 눈을 감아봅니다.
어른 고양이가 인간을 등지고 무심히 앉아있다는 건, 안전하다는 증거입니다. 고양이도 그 정도쯤은
눈치로 알고 있습니다. 어른 고양이의 힘을 믿고, 마음놓고 이쪽을 관찰하는 어린 고양이.
인간이 무서우면서도, 고양이의 호기심은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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