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좋아하게 되면 같은 고양잇과 동물에게도 마음이 갑니다. 특히 고양이와 몸집이 거의 비슷하면서도
야생생활을 하는 삵은 로드킬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점차 보기 힘든 동물이 되어가고 있기에 자연상태에서는
만나기 힘들지요. 이제는 동물원에서나 만날 수 있을 따름입니다. 대전미술관 취재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대전동물원에 살고 있다는 삵을 만나러 가 봅니다. 원래 육식동물사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히 아기동물사에서도 어린 삵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어미에게 버림을 받았다니...사진 속 작은 삵들이 아마 1년 전 모습이었나 봅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것처럼 어린 삵이 이제 거의 다 자랐네요. 고양이과 동물은 수직운동을 좋아하는데, 사진 속의
낮은 나무받침 외에는 딱히 삵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보입니다. 구석에 숨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어준다면
삵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유리인데다 좁아서 숨을 곳이 하나도 없네요.
예전에 "고양이인 줄 알고 어린 새끼를 키웠는데, 나중에 키우고 보니 삵이었더라"는 우스개도 있었는데
그만큼 삵은 고양이와 많이 닮았습니다. 꼬리를 동그랗게 말아 몸에 붙이는 습관까지 그렇네요.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방법은 귀끝과 코의 모양새를 보는 것입니다. 삵은 귀끝이 고양이보다 둥급니다.
코 또한 고양이보다 크고 둥글어서 호랑이를 닮았지요. 또 눈과 코 사이에 흰 줄무늬가 있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옆모습만 보면 어지간해서는 고양이와 차이점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식빵자세를 취하고 잠을 잘 때는 고양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입니다.
삵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던 터라, 동물원에서 만난 삵의 모습이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협소한 공간에 두 마리가 함께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이 마음 쓰이네요. 좀 몸집이 큰 삵은 그나마
태연한 표정이지만, 뒤쪽의 어린 삵은 심리상태가 불안정한지 배회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생상태보다 좁은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종종 보이는 행동이 배회행동인데, 신경질적으로
이쪽과 저쪽을 왔다갔다하며 반복하는 것입니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의 딜레마가 거기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동물원이 만들어졌지만, 결국 그곳에서 평생 살아가야 하는 야생동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드넓은 자연에서 뛰놀지 못하고 평생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것이 힘들겠지요. 만약 동물원이 꼭 있어야 하는 공간이라면
그 안에서도 최대한 동물들이 덜 불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주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계의 동물원에서는 '동물행동풍부화'라는 이름으로, 동물들이 야생에서 살던 때의 환경을 최대한 흡사하게 조성하고
먹이구하기 행동 등에 있어서도 야생에서 하던 방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동물풍부화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랑이사 옆에 있는 삵의 공간에 가보았습니다. 새끼를 버렸다는 어미 삵이 살고 있어서 이미 어른이 된 자식들과
합사가 안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아기동물사보다는 훨씬 더 삵의 행동방식에 어울리는 공간으로 되어 있지만
협소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반가웠지만, 동물원 속 삵의 눈빛을 마주 대하고 돌아오던 길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네요.
대전동물원의 어린 삵들도, 어미 삵도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어린 삵은 조금 높은 나무를 세워주고 숨을 곳을 만들어주면
지금보다는 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네요. 동물원과 야생동물에게 관심 있는 분들이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 아래 책표지를 클릭하면 목차와 미리보기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꾸준히 동물책을 만들고 있는 동물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에서 펴낸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는
야생동물 보호운동가 '로브 레이들로'가 세계 동물원을 1000번 이상 탐방한 기록입니다. 여러 동물 중에서도
북극곰, 코끼리, 고래, 유인원이 특히 동물원에 적합하지 않는 동물로 분류되는 이유, 세계 각국의 다양한 동물원 소개,
동물원 동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까지 두루 제안하고 있습니다.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의학실에서 치료한 동물환자들의 사연이 실려 있습니다. 밀렵, 덫, 로드킬,
중금속 중독 등으로 병원에 실려오고, 다시 인간의 손길에 치료받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야생동물의 이야기가
애틋합니다. 다친 동물들, 어린 동물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워 자연히 정을 주게 되지만,
다시 야생에서 독립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거리를 두어야 하기에 일부러 정을 떼는 수의사들의 모습에
마음이 가네요.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대하는 마음 역시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병원24시> 북트레일러를 아래 링크합니다. 책 속에 소개된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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