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보면 문간을 지키고 있는 스밀라와 얼굴이 마주칩니다. 잠든 제 얼굴을 쳐다보면서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겠지요. 보통 자정쯤 되면 머리맡이나 의자 위에서 잠자다가 새벽 4시쯤 거실로 나가 놀고 다시 들어오는데, 그 사이 나갔다 온 것을 제가 모르는 걸로 생각하는지, 어젯밤부터 내내 거기 있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네요. "네가 일어날 때까지 나는 여기서 지루하게 기다렸다고" 하는 표정으로 샐쭉하게 앉아있습니다.
잠에 취해 일찍 일어나지 않았다고 삐친 스밀라의 마음을 달래주려면 저도 물개가 되어야지요. 스밀라가 문앞에 저렇게 배를 납작하게 깔고 앉아있을 때면, 일명 '물개놀이'를 해 주는데 사람도 고양이처럼 땅바닥에 배를 깔고 눕는 것입니다. 눈높이를 맞추면서 이야기도 하고 놀 수 있어서 고양이도 은근히 좋아하지요.
스밀라가 딴청을 부리며 앵알앵알 이야기를 걸어오면, 저도 "앵~" 내지는 "먕~" 하면서 맞받아줍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에는 "야옹" 하고 우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아니더군요. 물론 "아옹! 아옹!"하고 울 때가 있지만, 이건 뭔가 상당히 불만스런 경우이고, 기분이 좋을 때는 "먕" 내지는 "앵" 하고 짧게 웁니다. "응냐~" 할 때도 있고요.
물개 자세로 장난감을 들고 놀아주니 눈이 동글, 수염은 삐죽 위로 치켜올린 스밀라. 얼굴의 수염 일부분이 고양이에게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촉수 같아서,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하네요. 스밀라의 수염은 '호기심'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래간만에 어머니 모시고 잠시 여행을 다녀오려 했던 기간이지만, 날씨가 봄 같지 않게 아직 추워 일정을 미뤘네요. 덕분에 스밀라를 달래줄 시간도 생겼습니다. 물개놀이 한번에 스밀라 마음도 조금은 풀린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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